나란히 나란히

by 데미안

돌이켜보면 편안하고 호사스러운 생활이었다. 3박 4일이면 충분한 수술이라 했지만 하루 더 병실에 머물렀다. 퇴원 후엔 곧장 집으로 가는 대신 강변에 있는 엄마 집에서 일주일을 꼬박 더 쉬었다. 엄마가 차려준 기름기 없는 식사를 먹고, 되도록 많이 걸으려 했다. 의사가 말하길, 전신 마취 후 잠들어 있는 장기들이 제자리를 찾으려면 아파도 걸어야 한다고. 아침 먹고 걷고, 점심 먹고 걷고, 저녁 먹고 걷고, 나는 종일 먹다가 걷는 사람이었다.


집 앞 3분 거리의 ‘강변’을 가장 많이 찾았다. 이렇게 금세 강을 보러 갈 수 있는 동네는 서울 어디에도 없을 거라며 엄마 아빠가 신이 나 말하던 곳. 호들갑이나 과장은 아니었던 것이, 정말로 금방이었다. 아파트를 벗어나 길 하너먼 건너면 지하도가 나오고, 어둑하지만 아늑한 길을 따라 걸어 내려가면 바다만큼 넓은 강이 환하게 반긴다. 누가 보더라도 처음엔 우와 감탄사부터 나오는, 아는 사람만 아는 동네 아지트 같은 그곳을 하루 만 걸음 씩 걸으며 나는 만 번쯤 생각했다. 이 풍경을 유현이와 꼭 다시 보러 와야겠다.


몇 년 전, 강을 보고 싶다고 느닷없이 유현이 내게 말한 적 있다. 강이 아니라 바다였던가. 재이를 데리고 먼 곳까지 갈 수 없어 할 수 없이 강이라도 보러 갔던 건가. 어쨌거나 우린 여의도 한강 공원을 찾았다. 추운 겨울 날씨만큼이나 사나운 시절이었다. 멍하니 강둑에 서서 하염없이 강을 바라보던 우리 셋이 있었다.

이제야 숨 좀 쉴 거 같다고 유현인 속삭이듯 내게 말했다. 나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해 괜한 숨을 크게 한번 내뱉어야 했다. 탁 트인 풍경을 보면 인생 첫 호흡처럼 숨이 트인다는 사실을, 그때는 잘 알지 못했다.


수술 후 어느덧 한 달이 넘었다. 밥 먹고 걷는 것이 취미라 농담처럼 말할 수 있게 된 나는 어느 때보다 건강한 기분이다. 살도 조금 빠져 이기종 같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올 가을 마지막 끝자락에 늦지 않고 도착해 유현이와 강변을 함께 걸었다. 잘 닦인 산책로 대신 들풀이 듬성 자란 흙길을 나풀나풀 걷는 너를, 길게 늘어진 버드나무의 잎인지 가지인지 모를 것이 흐들거리는게 멋지다 구체적으로 말하는 너를 바라본다. 카메라에 담는다.


나는 너의 앞도 뒤도 아닌 옆에서 걷고 싶다. 늙어 나이 들어도 손을 잡고 걸어가고 싶다. 언제까지나. 혹시 흥이 난 네가 흥얼흥얼 콧노래라도 부른다면, 그 위에 화음을 포개어 쌓고 싶다. 엉망진창일 것이 틀림없지만 듣기에 분명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