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남자 결혼하는 줄 알았다
오늘 저녁을 먹고 있는데
아들이 갑자기 메시지로 뭔가를
띵— 하고 보냈다.
뭔가 하고 봤더니
온라인 결혼식 초대장이었다.
분주하던 숟가락을 내려놓고
마주 앉은 아들에게 물었다.
"결혼 날짜 정했니?"
"응."
대답이 너무 깔끔하다.
그래서 더 마음이 거슬린다.
속이 살짝 비틀렸다.
잘 보이지도 않는
청첩장의 깨알 같은 글일
괜히 다시 읽었다.
"날짜는 8월 2일이네"
"응."
"피로연 장소는 정했어?"
"응."
"어디로?"
"전에 이야기했던 그곳으로."
"아— 그럼 가격은 얼마래?"
"엄마,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이미 선불금 냈고,
나머지도 내가 알아서 할 거야."
더 묻고 싶은 게 있었지만
입을 다물었다.
기대했던 대답은 못 듣고
괜히 마음만 상할 게 뻔했으니까.
한국에 있는 친구들은
아이들이 아직도 공부 중이라며
취직을 못하니
학위만 쌓여 간다고 푸념한다.
뒤치다꺼리 걱정,
시집·장가보낼 돈 걱정,
전세는 못 해줘도
월세 보증금은 마련해줘야 한다는 걱정,
노후 걱정까지
정말 끝이 없다.
그에 비하면
우리 집은 참 복 받았다.
아들들이
알아서 대학도 척척 붙고,
직장 바로 잡고
돈도 깨알같이 모아,
장가까지 스스로 가 준다니
고맙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그런데도
마음 한켠이 까슬해진다.
옆집 남자 장가간다는 소식을
청첩장으로 전해 들은 기분이다.
생각해 보니
옆집 남자가 장가를 간다 해도
이보다야
더 많이, 더 편하게
말을 건넸을 것 같다.
그 옆집 남자는
장가를 가며 새 여자를 들였고,
그 여자가 쌓아 올린 담장 때문에
우리 집 앞 백만 불짜리 풍경은 순식간에
진격의 거인 같은 벽에 가로막혀
감옥 같은 풍경이 되어버렸다.
이제는
내 아들이 장가를 가면서
청첩장을 메시지로
틱— 보내와
마음에 벽이 하나 세운 것 같다.
서운하다 못해
묘하게 쓰렸고,
괜히 심통도 났다.
나는
무엇을
더 바랐던 걸까.
아니다.
사실은
이것저것
아들이 나를 좀 더
필요로 해 주길 원한 것 같다.
그 틈에
집은 어디에 얻을지,
결혼식은 어떤 식으로 할지,
신혼여행은 어디로 갈지,
사람들은 누구를 초대할지,
그런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고, 의논하며
소소한 재미도 느껴 보고,
부모로서 괜스레 한마디 보태 보는 일도
해 보고 싶었던 것이다.
도움받지 않고,
조언을 구하지 않는 일이
요즘 아이들에겐
자연스러운 일이고
도움을 주지 못해
마음 아픈 부모도 있을 테니
이 서운함을
함부로 말할 수는 없겠지만
아무것도 의논하지 않고
혼자 다 해버린 것.
그게
서운한 것이다.
오늘은 왠지 다 가졌지만
그래서 외롭고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