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랑이 자다 맞은 이유
눈을 뜨자마자
기분이
드~~럽다.
이유는 단순하다.
꿈에서 신랑이
나를 두고
웃.으.며.
X를 따라갔다.
여기서
'웃으면서 갔다' 가
핵심이다.
미안해하는 얼굴도 아니고,
양심의 가책 1도 없는
아주 밝고
신이 난 얼굴로
아침부터
이혼 서류를 찾을 뻔 했다,
'아.. 꿈이지' 하고
현실로 복귀했다.

나는 간밤에 본
드라마나 책이
그대로 꿈으로 재방송되는
그래서 꺾이고, 쑤시고,
쫓기고, 잡히는
잔인한 이야기는
웬만하면 안 본다.
안 보는데도
재수 없게
꼭 나온다.
꿈에서 쫓겨본 사람만 안다.
이게 얼마나
비효율적인
공포인지.
아무리 달려도
다리는 제자리걸음이고,
뒤에서 쫓던 이는
어느새
내 등 뒤에 있다.
현실에서는
절대 못 느낄
근접 거리다.
그 손이
내 등에 닿겠다 싶은 순간
늘 꿈은 깬다.
꿈이었는데,
불쾌감은
그대로다.
때로는
깬 뒤에
불쾌감이 더 증폭되는
꿈도 있다.
신랑이
바람을 피우는 꿈이
그중 하나다.
자다 벌떡 일어나 앉았는데
옆에서 코를 골며
세상 제일 순진한 얼굴로
자고 있어.
꿈이
현실로 다가온
순간이 있다.
찰~~ 싹 --
찰지게 때렸다.
꿈속의 분노가
현실로 넘어오는 데에는
아무런 절차가 필요 없었다.
내 손바닥에 전해진
이상한 전율이
내 정신을 흔드는 순간,
나는 놀라서
얼른 돌아누웠다.
자다 소리를 지르며
깬 신랑이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아야~~
나 죽는 꿈 꾼 거 같아.
너무 아파..."
그러더니
엉뚱하게도
오른쪽 어깨를 쓸어내리며
다시 코를 곤다.
맞은 곳은
분명
가슴팍인데.
달빛에 비친
그의 가슴 위로
어렴풋이
아직 남아 있다.
꿈은 끝났는데,
증거는 남았다.

그날 밤,
나는 이유 없는 배신감에
다시 잠들지 못했고
다음 날 아침,
이유도 모르는 신랑에게
도장 없는 각서를
하나 받았다
꿈에서도
바람은
안 된다고.
사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꿈은
하나 더 있다.
연주회에서
악보를
까먹는 꿈
이건
신랑 바람 꿈보다
더 끔찍하고,
더 - 싫다.

이건 꿈이어도
언제든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서.
그래서
더 무섭고,
더 두렵다.
나는 참
꿈도
구체적으로 꾼다.
눈을 뜨면
현실과
구분이 안 될 만큼.
이왕 꾸는 꿈이면
벼락부자 돼서
돈을
원도 한도 없이
써보면 좋으련만,
그런 꿈은
평생
단 한 번도
나를 찾아오지 않았다.
오늘도 그랬다.
기분 드~~럽게
신랑의 웃는 얼굴이
너무도
또렷했다.
다행히
지금 신랑은
옆에 없다.
뭐 하고 있는지
확인하러
옆방으로
건너가 봐야겠다.
웃고 있는 건
아니겠지.
....
만약 웃고 있으면
그땐
꿈이 아니어도
맞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