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나
2015 가을에 있었던 일을 2019 여름에 다시 씀
띵똥이는 우리 집 막내 고양이입니다.
띵똥이는 귀가 접혀있고 다리가 조금 아픈 고양이입니다.
띵똥이가 우리 집에 오게 된 것은 이전에 살던 집에 인간 아기가 태어났기 때문이에요. 아기가 태어난다고 해서 고양이와 함께 살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가끔 아주 큰 사랑을 바라는 고양이일 때는 아기와 떨어져 지내는 것이 아기에게도 고양이에게도 좋은 경우가 있대요. 우리 띵똥이는 아주 큰 사랑을 가진 고양이여서, 인간 아기와 함께 지내는 대신 우리 집에 오게 되었어요.
아참, 띵똥이도 엄마랍니다. 띵똥이는 여러 마리의 새끼를 낳았다고 해요. 귀가 접힌 특별한 외모 때문에 새끼들은 돈을 받고 다른 집으로 갔다고 했어요. 띵똥이가 우리 집에 올 때는 나는 한 푼도 돈을 주지 않았어요. 오히려 사료와 모래, 캣타워, 이불, 침대까지 물건을 잔뜩 받았어요.
띵똥이는 캣타워도 좋아하고, 나무 데크도 좋아하고, 풀밭도 좋아해요. 상자도 좋아하고, 가방도 좋아합니다. 창 밖을 구경하는 것도 좋아하고요.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요. 띵똥이는 가만히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어요. 어디선가 가냘픈 새끼 고양이의 목소리가 들렸어요. 새끼 고양이는 띵똥이가 야옹거리는 소리를 좇아 우리 집까지 왔던 모양이에요. 띵똥이와 나는 그 녀석에게 사료를 조금 나눠주기로 했어요. 새끼 고양이는 밥을 다 먹고 난 후에도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어요. 나도 여기서 함께 살고 싶다고 했어요. 나도 집 안에서 같이 살게 해달라고 했어요. 계속 문 앞에 앉아 구슬프게 야옹거렸어요.
하지만 나는 새끼 고양이와 함께 살기로 결정하지 못했어요. 너무나 걱정되는 점이 많았어요. 무서운 점도 많았어요. 밖에서 태어나 밖에서 자란 아이를 보살피는 것, 병원에 데려가서 검사도 주사도 잔뜩 맞혀야하는 것, 이미 집에 고양이가 세 마리나 있는데 친해질 수 있을지, 사료값이나 모래값이 지금보다 더 많이 들어갈 테고, 그래서 그렇게 하기가 어렵고 겁이 났어요.
새끼 고양이는 방충망에 매달렸어요. 작고 날카로운 발톱으로 방충망을 뜯었어요. 더 이상은 안 되겠다고 생각해서, 저는 띵똥이 가방에 새끼 고양이를 넣었어요. 먹이로 유인해서 가방 안에 들어간 틈을 타서 가방 문을 닫고 강가로 데려가기로 했어요. 강가에는 고기를 파는 식당도 있고, 매운탕을 파는 식당도 있고, 편의점도 있고, 카페도 있으니까 그 근처에서 야옹거리면 밥을 굶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걸어가면서 어렸을 때 있었던 일이 떠올랐어요.
가족들과 차를 타고 공원에 놀러 갔어요. 그날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잠자리를 잡아 보았어요. 그리고 잠시 후 잠자리는 내 손에서 날개가 찢어져 죽어버렸어요. 나는 바닥에 떨어진 잠자리 때문에 한참 울었어요. 내 손으로 처음으로 죽음을 만져본 것이 너무나 무섭고 슬프고 두려웠어요.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계속 울어대는 나에게 엄마는 죽음에 대해서 잘 설명해주지 못했어요. 엄마도 어찌할 줄 몰랐을 거예요.
여기서는 밥도 주는 사람이 있을 거고, 풀숲도 있으니 편하게 살 수 있을 거야. 나는 너를 보살펴 줄 수가 없단다. 미안해. 우리 집의 고양이들은 다 집에서 태어나고 줄곧 집에서만 자란 아이들이라 같이 살기가 힘들 것 같아. 미안하다. 너무 미안해.
나는 고양이를 내려놓고 가방을 집어 들었어요. 하지만 새끼 고양이는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어요. 그냥 그 자리에 있었어요. 다섯 걸음에 한 번 돌아보고, 열 걸음에 한 번 돌아보고, 열한 걸음에 열두 걸음에 열세 걸음에 돌아보아도 그대로 있었어요. 원망하는 표정도, 따라오고 싶은 표정도 아니었어요. 그냥 나를 바라보고 있었어요. 나는 더 이상 돌아보지 않았어요. 그냥 걸었어요. 집으로 돌아갔어요. 집에 돌아오니 띵똥이가 나를 바라보았어요. 그저 바라보았어요. 나도 띵똥이를 바라보았어요. 그리고 나는 조금 울었어요. 두 고양이는 울지 않았는데 말이에요. 나만 혼자 바보같이 울었어요. 잠자리의 죽음을 만져보았던 날처럼 눈물이 났어요. 그리고 새끼 고양이는 다시는 우리 집에 오지 않았어요.
2015 가을에 있었던 일을 2019 여름에 다시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