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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케터담 Sep 01. 2022

작업물이 멋지네요

취준생 시절의 내가 지금의 나를 지켜본다면

오늘은 새벽감성으로 '일'에 대한 좀 낭만적인 글을 쓰고 싶다.


마케터라는 직업을 갖고 싶어서 경영학과에서 마케팅 과목들을 수강했고 마케팅 중에서도 커뮤니케이션 분야가 재미있어서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를 부전공으로 선택해 광고,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PR 등의 과목을 공부했다. 책에서의 공부로 그치고 싶지 않아서 실제 브랜드의 여러 대학생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기도 했다. 그렇게 이 직업을 열심히 꿈꾸었고, 감사하게도 꿈꾸던 일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현생은 그렇게 낭만적이지 않았다. 대학생 땐 SNS 이벤트에 공들여 참여하면서 '내가 나중에 담당자가 된다면 진짜 열심히 읽고 뽑아줘야지'라고 했건만 현실은 발표 마감일에 임박해 야근하면서 빠르게 당첨자 선정하기 바빴다. 그리고 구체적인 사례를 이야기할 수 없는 '이건 이래서 안 되고 저건 저래서 안돼'는 일들과 '오늘까지 부탁해요'하는 수많은 일들이 쏟아지면서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 사고하지 않고 로봇처럼 일을 쳐내고 있을 때가 있었다. (꽤 성능 좋은 로봇이었음ㅎ)


그렇게 그날도 무사히(?) 일을 해치우고 서둘러 퇴근하던 저녁에 우연히. 아주 정말. 운명처럼. 인스타그램을 통해 인연을 맺게 된 패션업계에서 마케팅을 하시는 분께 "다미님 작업물이 멋지네요"란 DM을 받았다. 그 문장을 몇 분 동안 곱씹었던 것 같다.


작업물. 작업물. 작업물?

내가 무슨 아티스트도 아닌데, 작업물이라니? (일하는 것을 인스타그램에 #마케터담 해시태그로 기록하고 있고 그 해시태그가 지금의 브런치 주제를 만들었다) 당시 일에 치여 기계처럼 일하기 바빴고 이 씬에 일잘러들은 정말 많았기에 본의 아니게 겸손해지고 있었던 시점이었는데. 함께 일한 적도 없는 분이, 아니 - 만나본 적도 없는 분이. 비슷한 업계에서 밥벌이를 하고 있는 분이 선사한 그 단어가 머리를 땅! 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마치 유미의 세포 시즌2의 한 장면처럼,

작가가 된 서른셋 유미와 취업 준비생 시절의 스물셋 유미


마케터 한 번 되어보겠다고 이것저것 공부하고 지원하고 팝업스토어 찾아다니면서 "나 이런 일 하고 싶어"하던. 이 힘든 일을 그토록 하고 싶었던 시절의 모습이 떠올랐다.


이제는 그때처럼 일에 대한 로망과 낭만은 줄어들고 현실적이 되었지만 (그게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날을 계기로 일할 때의 마음가짐이 바뀌었다. 바쁘다는 이유로 재빠르게 넘기려다가도 1 , 아니  30  살펴보게 되었다. 일을 잘하고 싶어서도 아니고, 승진을 하고 싶어서도 아니고, 보너스.. 받고 싶었지만... 진짜 그냥  시절 나한테 부끄럽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들었다. 그래서 팝업스토어 기획안이나 광고 소재, 시딩 가이드라인  세상에 기록될 나의 여러 흔적들, 작업물을 위해 '조금'  신경을 쓰며 일하게 되었다.


 덕분일까? (아주 잠시 회사를 스쳐간 친구이긴 했지만) 신입 직원이 회사 포트폴리오에서 내가 진행했던 유튜브 PPL 보고 입사 결정을 했다고 얘기했을  "! 정말요? 그거 내가  거예요!"라고 상기되어 말하던 날의 기분을 잊을 수가 없다. 신기하면서 기뻤는데,  무겁기도 했다. 누군가  작업물을 보고 있고, 때로는 어떤 것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있다는 것이.


매 순간 사명감을 가지고 일할 순 없겠지만, 그래도 철학을 잃지 않고 일하고 싶다.

꿈꾸던 그 시절의 나에게 "이야 멋있다!"라고 한 마디 들을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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