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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케터담 Jul 15. 2022

20대 대리가 팀장이 되었다

주니어가 일이 느는 순간 (2)

이전 글에 이어 '일이 느는 걸 실감했던' 두 번째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나는 직급은 대리였지만, 약 2년간 팀장 직책을 맡았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큰 회사의 과/차장급 이상의 팀장은 아니었고, 2-3명의 주니어 팀원을 담당하는 주니어 꼬마 팀장이었다. 민망하니 반장 정도로 보는 것이 좋겠다. 경력도 이제 6년 차 정도이고 일을 일찍 시작했기 때문에 경력으로 보나 나이로 보나 팀장이란 직책은 시기가 이르긴 했다. 처음에 팀장을 맡으라는 대표님의 지시에 "제가요....?"라는 말이 1초 만에 나오긴 했지만 이 기회가 내 커리어의 전환점이 될 정도로 의미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팀장이란 역할을 주시면서 나에게 어떤 것을 가르치려고 하셨는지도 알 것 같았다.

  

실무자로서 누구보다 책임감 있게 일을 열심히 하긴 했지만, 팀장이 되어 일을 한다는 것은 아예 다른 차원의 세계였다. 업무를 분배하고, 일의 진행상황을 체크하고, 중간중간 (나도 답을 모르는) 질문에 답변을 해야 했다. 담당자로서 혼자 일을 할 땐 실수를 하더라도 내가 한번 더 작업을 하면 되었다. 하지만 내 잘못된 요청으로 후배들이 한 번 더 번거롭게 일을 할 수도 있기에 나를 신중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던 일'을 '왜 해야 하는지' 설명하면서 나에게 업무를 요청하던 그때 당시의 상사들 멘트가 이해되기도 했고, 신기하게도 데이터 취합만 할 땐 보이지 않았던 흐름이 보이기도 하였다.


그리고 작게나마 후배들의 커리어에 대한 고민을 들어주고 내 경우는 어떠했는지 얘기해주는 것은 정말 무겁고도 어려운 일이었다. 내 한마디가 상처가 될 수 있고 앞으로의 커리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또한, 일을 정말 잘하는 후배들을 보면서 그래도 월급을 조금 더 받고 있는 사람으로서 그 값어치를 해내기 위해 노력하게 됐고, 나도 일이 힘들어서 내일 당장 때려(?) 치고 싶지만, 조금은 이를 내색하지 않고 인내하며 다독이는 방법을 배우기도 했다. 6살짜리 아이가 동생이 생기면 갑자기 의젓해지는 그런 느낌이랄까.


꼬마 팀장이긴 했으나, 다행히도 어렸을 때부터 일을 시작해서 선배들의 본받을 점을 여러 가지 나름 체득하고 있었고, 어설픈 나에게 감사하게도  - 알아서 잘 배우고 똑똑히 일을 잘하는! 심지어 착하고 예쁜 후배들이 내게 와주어 무사히 여러 프로젝트들을 마칠 수 있었다. 배울 것이 많은 똑똑한 팀장은 아니었겠지만, 그래도 일을 하면서 마음이 의지되고 일하는 원동력을 준 선배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들이 선배가 되었을 때 생각이 나는 그런 사람이라면 참 감사할 것 같다.


Dear. 나의 사랑스러운 후배님들

정말 많이 애정하고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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