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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말 Mar 09. 2018

일어나 버린 일에 관해 곱씹는다는 것

C가 먼저 연락을 해왔다. 본인은 잘 지내고 있노라고 말이다. 딱히 먼저 연락을 하지 않았던 터라 먼저 온 소식은 맘 한 구석에 미안함으로 박혔다. 편한 것도 불편한 것도 있노라며, 실없을 나의 질문에 앞서서 먼저 대답해준 C의 말풍선을 바라보았다. 확실히 나이를 먹긴 먹었는지 별 텍스트가 다양하게도 날아와 박히는 것만 같다.


터미널 환자를 맞닥뜨렸을 때의 멘붕을 느꼈노라고 나에게 말하는 C. 어쩌면 우리가 그토록 그리워하는 존재와 겹쳐져서 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잠시 했고, 역시나 C는 힘들여 부인하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코에 산소호스를 꼽고 눈만 깜빡거리고 있다는 모습을 표현한 말풍선은 많은 한숨을 쉬도록 만들었다.


그때 떠오른 단어. 섬망이었다. 사람은 왜 자신이 알지 못하는 분야에 이토록 취약하고 어리석은 것인지. 왜 그래서 나는 아직도 가끔은 과거로 돌아가 후회를 집어오려 시도하는지. 후회와 후회만을 가져오는 고약한 모습이다. 섬망. 나는 왜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는지. 왜 섬망이 아닌 다른 것인지 모른다며 착각을 했던 것인지. 스스로의 마음을 잡아 쥐어 뜯어가며 어리석고도 무능한 사람으로 가혹하게 몰아붙여가며 상처 주는지.


그 순간 내가 좀 더 따뜻한 아들이었다면 어떠했을까 생각을 거듭해본다. 누군가에게 따스한 사람이 되는 것은 어려운 일은 아닐 텐데.. 나는 왜 그 어렵지도 않은 일을 가장 가까운 이에게 보여주지 않은 것인지. 아직은 채 풍화되지 않은 후회가 아직은 너무도 크다. 그래서일까 이미 일어나 버린 일에 관해 곱씹는다는 것은 때로는 꽤나 마음이 아픈 일이다.


마음이 어지러운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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