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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말 Mar 01. 2018

바뀌는 모습의 매력

세상 아무런 일에 거리낌 없이 즐거움도 신비함도 놀람도 감동도 없는 그런 무심함으로 하루를 살아가는 나의 모습에서 나이 먹음을 느낀다. 어쩌면 나의 주변에서 어느 감정을 느껴야만 하는 것이라 간주하고, 이에 관해 피로감을 느끼며 살아나가는 무신경은 아닌가도 싶다. 그러면서도 이런 무신경 함을 휩쓸어버리는 순간들도 더러 있다. 그래서 이러한 순간에 불현듯 찾아오는 감정이야 말로, 되려 내 자신이 주책 맞게 나이 들었음을 깨닫는구나 싶기도.


변하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은 감동적인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성장을 바라본다는 것은 결국 마음으로 응원하게 되는 일인 셈이다. 마치 넘어질 듯하면서도 넘어지지 않는 아기의 걸음마를 지켜보는 조마조마한 응원의 시선처럼 말이다. 사회도 마찬가지다. 점차로 성숙하는 사회를 보면서 나는 괜한 감동에 주책 맞은 감정을 어찌할 바 몰라서. 그저 서투른 표현으로 주책 맞다고 눙을 치고선 나이를 먹는다며 이렇게 너스레를 떠는 것이다.


사회의 발전 수준은 그 사회의 가장 소외되고 불편한 점이 어떻게 해결되어 나가고 있는가가 중요하다. 물론 이 발전의 기준과 이에 관한 채점기준을 어떻게 산정하느냐에 따라서 많은 기준이 새로이 세워지겠고, 가장 소외되고 불편한 점에 관해서 역시 상이한 기준과 해석이 뒤따를 것이다. 그러나 내가 여기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장애인들의 이동권이다.


사실 나는 저상버스를 과소평가하고 있었다. 과연 어디에 어떻게 써먹는 버스인가 의심도 했었다. 장애인들을 밖으로 불러낼 하나의 포석일 것이라 생각은 했지만, 사회적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앞섯던 것은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더 안타까운 건 장애인들이 버스를 이용하는 모습을 실제로 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근래 들어 지하철역에 엘리베이터가 생기고 난 후, 지하철에서는 휠체어를 종종 목격하게 되었음에도 말이다.


그러나 나는 보았다. 시내버스 승강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휠체어. 그 휠체어를 위해서 한껏 자신의 몸을 기울여 발판을 내밀었던 버스를 말이다. 수많은 버스 운행의 나날 중 어쩌면 소수의 날이었겠지만. 그 소수의 날을 위해서 비싼 기술을 아끼지 않고 예비한 나라에 감동을 느꼈다. 


그로부터 시간이 또 흘러, 나는 만원 버스에 오르는 휠체어도 볼 수 있었다. 승객들은 자발적으로 자리를 만들어 내었으며, 버스 기사는 승객에게 양해를 구해가며 버스의 하차문으로 향했고, 교통취약자 양보석에 앉은 승객을 내보내고는 휠체어의 자리를 만들었다. 그리고 어디에서 내리는지 확인까지 받고선 천천히 버스를 출발시켰다. 개중에는 휠체어를 신기한 눈으로 쳐다본 사람들도 있었다. 나는 그저 이러한 신선함이 일상이 되기를 바랬을 뿐이다.


휠체어와 나는 같은 정류장에서 내렸고, 하차가 한결 더 용이한 나는 먼저 내려서 집으로 걸어갔다. 버스에 내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전동 휠체어는 빠른 속도로 질주하며 나를 지나 그의 집으로 향해가고 있었다. 그 뒷모습을 보며 괜한 코끝을 비비게 되었다. 기술은 어느 정도 따라왔고, 이제는 사람들의 인식도 점차로 바뀌고 있구나, 대중교통으로 출퇴근을 할 수 있는 환경으로 점차 나아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아직도 불편함은 너무도 많다. 그러나 길거리에 간간히 눈에 띄는 노란색 장애인 택시나 휠체어들을 보면서, 저들의 시행과 착오가 아직 더욱 바뀌지 못한 사회를 더더욱 변환시킬 수 있는 촉진제가 될 것이라 느낀다. 또한 당연히 그들의 시행착오가 빨리 끝나서, 이제는 모험이 아닌 자연스러운 일상으로 자리잡기만을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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