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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말 Oct 10. 2019

소선 대악 대선 비정(18)




시간이 많이도 흘렀습니다. 어느덧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네요. 3년의 시간 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생각해보면 변한 것은 많이 없는 것도 같습니다. 3년상을 치룬 것은 아니지마는, 3년의 시간은 더디 흐르지는 않았습니다. 때로는 현재의 상황에서 만약 내 곁에 계시다면 어떤 모습을 보였을까 하는 생각은 있습니다. 그만큼 저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결혼을 거부하던 제가 요즘 어떻게 지낼지 보신다면 어떨까 가끔은 생각하거든요.


아직도 생각합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때로는 당신을 그리워하기도 합니다. 그만큼, 평범한 가정주부는 생각보다 평범하지 않았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고도 생각하고, 또 그만큼 빨리 떠나게 된 당신을 많은 이들이 아쉬워하고 슬퍼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주변인들은 당신이 없는 나를 더 도와주려는 지도 모릅니다. 지난 6일, 생각보다는 많이 덤덤했던 나는. 지난 3년간 당신을 기억하지 않았던, 놓쳤던 순간순간이 점차로 길어졌구나 느꼈습니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고, 이내 익숙함에 길들여지는 동물입니다. 그럼에도. 그럼에도. 과거의 나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자 부던히 노력했는데, 점차로 처음의 각오를 잃는 것만 같아서 때로는 스스로가 조금이나마 야속하기도, 미워지기도 합니다. 아픈 이들을 우연히 마주할 때는 아직 마음이 많이 흔들리기도 합니다마는, 그래도 그렇게 당신을 떠올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아픈 모습으로만 기억하고 싶지는 않은데, 우리는 아쉽게도 너무 여유가 없이 살아왔지요. 그게 최선인 줄 알고 살았었기에 되돌아보니 근사한 추억이 많이 없어서 슬픕니다.


그게 가장 슬픕니다. 제가 새로이 경험하는 좋은 것들을 마주할 때면 그래서 더더욱 아쉬운 마음이 큽니다. 당신에게 전해주지 못한 좋은 것들 하나하나가 때로는 가슴에 선명하게 스쳐 지나갑니다. 그래서 당신을 신에게 비는 것도 무탈하기만, 행복하기만, 별 다른 신경 씀 없이 지내기만을 바랍니다. 아무렴 제가 당신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최고의 방법은, 당신이 가르쳐준 대로의 삶을 잊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겠지요.


때로는. 내게 일어난 이러한 일들이 믿겨지지 않을 때도 가끔은 있습니다.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구나. 나는 어떻게 보냈으며, 또 당사자인 당신 본인은 또 어떻게 버텨나갔을지를 생각해봅니다. 또 우리 가족은 어땟을까도 생각을 해보기도 합니다. 모두가 힘든 시간을 보낸 것 같습니다. 되돌아보면 힘들진 않았습니다. 그저 더 열심히 움직이지 못해서 아쉽고 그래서 마음이 아플 뿐입니다.


결핍과 부재가 부르는 아쉬움과 후회는 가장 무거운 반면, 내려놓기는 가장 어려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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