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암병동 특파원입니다를 읽고
사람은 간사한 동물이 맞다. 옆지기가 e-book 리더를 산다기에 괜한 경각심(?)으로 먼지가 쌓인 리더기를 꺼내게 되었다. 간만에 접하는 리더기에는 내가 읽다만 책들이 있었고, 그 책을 이어서 볼 거냐는 리더기의 물음에 나는 '아니오' 버튼을 눌렀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 것처럼, 간만에 읽는 책은 새롭게 시작하고 싶었다. 장바구니에 담긴 책들 중에서 하나를 골라서 결재를 한 후. 곧바로 읽어 내려갔다.
사실 에세이는 주관적이며 진입장벽이 낮기 때문에 부담 없이 쓸 수도 읽을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신을 들여서 깊이 읽을 의무는 없다고도 생각한다. 물이 그립다고 바다에 뛰어들 필요 없이 그냥 발만 담그고 있어도 어느 정도 만족하는 것처럼 말이다. 사실 가볍게 쓴 글과 가벼운 글은 다르다. 처음부터 묵직하게 써내고 나서 윤문과 퇴고를 거듭하며 군더더기를 덜어낸 것과 처음부터 가볍게 쓴 글 모두 에세이가 될 수 있다.
쓴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병중에도 시간을 내어 본인의 생각을 활자화 한 필자에게 존경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특별히 크게 비슷하지는 않지만 조금이나마 비슷한 일을 겪었던 주변인으로써 그 나날들을 곱씹기에 좋은 시작점이지 않았나 생각한다.
솔직하게 개인적 소감은 그렇게 좋진 않다. 개인적인 의견이다. 정치적인 군더더기가 유쾌하지는 않았다. 글 중간중간 녹여져 있는, 기자로서 가질 수 있는 고발 의식들이 정의로움으로 무장한 듯싶어 가끔 불편했다. 어느 부분에서는 알리미를 자처한 것으로 보이나 칭얼거리는 소아의 일기장처럼 느껴진 부분도 더러 있었다. 개인적인 불편을 일기장에 기록했지만 거국적인 교훈을 넌지시 건네며 마무리를 흐려버림도 유쾌하지 않았다.
예민한 환자는 당연히 그럴 수 있지만 사람이니까 생길 수 있는 불편함을 표현하면서도 정작 그 표현 때문에 생길 수 있는 타인의 불편은 담기지 않았다. 본인이 기자임을 표했으면서, 단편적인 모습을 보고 전체를 판단하는 것은 읽는 내내 많이 우려스러웠다. 기자는 무조건 기레기라고 하면 서운하지 않을까. 신문을 읽지도 않는 사람이 너는 기레기고 쟤는 좋은 기자라며 책에다 써서 출판해버리면 본인도 그렇게 달갑게 생각하지 않을 것 같은데..
이 책의 인세는 전액 한국 백혈병 어린이 재단에 기부된다고 한다. 책은 도서관에서 빌리고, 직접 기부하는 것이 좋겠다. 그러나 사람들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책이 아닌, 본인이 느끼고 사유한 감정과 사건을 기술한 에세이에 내가 하나하나 꼬집으며 불편하다며 이곳에 써야 할까. 당연히 나는 작가의 쾌유와 건강한 앞날을 바란다. 책은 이렇게 깔꺼 다까고 본인은 이렇게 느꼈노라 소소한 마무리로 매듭지어지는 챕터의 연속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내가 아마 이를 깊게 읽지 않은 독자이기에 그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