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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말 Mar 28. 2016

김훈

당신의 솔직함

김훈의 글을 모으려 아직도 힘쓰고 있다. 돌연 절판되는 책들의 자취를 더듬기 어렵다. 그의 많은 책들이 절판되었다. 그는 세상에 내놓은 그의 글이 스스로 부끄러워 쳐다보지 않는다 하였다. 아마 절판의 주 이유가 아닐까 생각도 해본다.


그가 원고지에 연필로 밀어 넣는 글은 변했다. 초창기 그의 글은 조각칼로 길고 깊게 밀어 넣는 양각을 떠오르게 했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며 뭉텅뭉텅 거칠고도 투박한. 그리고 짧은 선의 조각법으로 변했다. 그럼에도 글을 읽고서 떠오르는 이미지의 강렬함이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 더욱 놀랍다.


그의 글을 읽는 것은 강렬한 단어의 투박한 이어짐이 던지는 묵직함을 느끼는 것이다. 그럼에도 어느새 세밀한 감각에 젖고야 만다. 그 원초적 강렬함이 너무도 솔직하다. 속일 수 없어 돌아서기 힘든 그 표현들이 세밀한 감각을 자극하는 것이다.


늙은 사내의 상처투성이 긁은 손가락과 단단한 손바닥. 그 손으로 쥔 정과 망치로 굵게 빚어낸 나무의 조각. 그 조각된 나무의 고랑을 쓰다듬으면 나무의 결이 손끝으로 전해져 온다. 고랑의 고저와 결의 순응과 저항을 오롯이 두 눈과 손 끝으로 느끼는 과정. 이것이 그가 지우개 가루와 같이 만들어낸 글을 읽는 재미다.


조각된 나무에서 풍기는 사내의 땀내. 쇠가 오롯이 드러난 사내의 정과 망치의 지릿한 쇳내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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