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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말 Mar 29. 2016

문득이라는 찰나의 무게

잠깐의 깨달음이 주는 허무

안경이 며칠째 닦이지 않았다는 것에서 이렇게 살고 있구나 생각하게 된다. 눈에 어른거리는 것이 싫어서 눈을 자주 비비는 내 성격. 그 성격이 발휘될 수 없을 정도의 생활이 최근의 나에게 있구나 싶다. 안경은 항상 깨끗해야만 했다. 안경의 얼룩이 가져다주는 찝찝함을, 나는 언제 잊게 된 걸까.


이렇게 정신없이 살고 있는 나는 자려는 것보다 잠드는 것이 좋다. 그 거짓 없는 몽롱하고 이완되는 순간이 좋아서. 전원이 사르르 꺼지는 그 순간이 좋아서 늦은 시간까지 깨어있게 된다. 실상 정신없는 낮시간 동안 미처 영위할 수 없었던 내 시간들을, 졸음이 찾아오는 늦은 저녁에야 온전히 보상받고 싶은 것이다.


어느 누구도 잠을 속일 수 없다. 잠은 정직하다. 잠은 반드시 제값을 받고자 한다. 고로 부족한 잠은 그 값만큼의 영향을 각오해야 한다. 허나 그 각오는 아침에 무너진다. 그리고 저녁에 다시 잊혀진다. 아침에 일어나는 일이 너무도 버겁다. 진짜 어른을 만드는 것은 신용카드라고 생각했는데, 아침에 꼬박꼬박 일어나 본능을 억누르고 일터로 달려가는 것이 어른을 만드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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