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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말 Jul 13. 2016

영재발굴단

혹시 우리집 넷북이 알파고가 아닐까요?

영재발굴단. 정말로 비극적인 TV 프로그램이다. 어긋난 교육열이 끓고 있는 이곳엔 잠재력을 끌어올릴 수도 없거나, 혹은 끌어올리지도 못하는 주제에 본인의 아이가 영재이겠거니 착각하는 보통의 부모들이 많기에 그렇다. 대개 그런 부모들은 아이를 양육하며 부모의 욕심을 주입하거나 학습에 대한 잘못된 목표의식을 심는다. 더 큰 문제는 그런 부모들이 모여서 본인들의 과민하면서도 예민한 행동을 어긋난 '사랑'이라 호도하며 합리화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요즘은 상당히 많이 줄어들었지만, 예전 같은 경우 보통의 부모에게는 '비교'하는 것이 '잘못'된 것인지 가능하는 관념조차 없었다. 그렇게 사용된 '비교'는 발전하기 위해서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도구라 합리화 함과 동시에 열등감의 표출이나 다름없다. 아직도 이런 교육방법을 가지고 스스로가 자식을 위해서 희생한다는 환상에 빠진 부모도 여전히 많다. 그들은 나보다 못한 사람보다는 잘난 이를 비교하는 경향이 크며 감정적 손상을 스스로에게 가한다는 특성을 가진다.


그런 부모들에게 있어서 영재발굴단의 방영은 새로운 비교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안타까운 마음이 인다. 그들은 본인 의사와 사뭇 비숫한 색채가 투영된 방송을 진리로써 수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방송의 성격은 대개 이렇다. 방송은 관심을 요구한다. 많은 관심은 곧 시청률로 표현되기 때문이다. 시청률은 곧 방송사의 수익이다. 예전 공영방송 시절이라면 혹시나 또 모를까. 방송사는 흙으로 방송하지 않는다. 고로 시선을 붙들어낼 만한 어느 자극을 담고 있다.


안타까운 점은 일상생활은 그닥 자극적이지 못해서 방송에 쓸만한 '그림'을 좀체 잘 뽑지 못한다. 고로 그 그림을 좀 그려주는 이들이 방송작가다. 그들이 항상 바른 그림을 그린다고는 볼 수 없다. 그들은 그저 '심의의 범위 안에서 최선의 자극을 찾는 사람'들이다. 모질이처럼 작가들 농간에 놀아나는거시다. 뻔한 내용과 뻔한 전개는, 이제는 귀하지도 않은데 귀한 대접을 받으려고 하는 한물이 갈 만큼 가버린 C급 연예인 같다. 어쩜 그리 뻔뻔하게 뻔한지. 좌절, 상담, 극복 노오력, 힐링, 가족공동체(=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로 마무리됨이 나쁜 건 아닌데 좋지는 않다. 




천재 만능주의도 미련해 보이지만, 그중에서 가장 보기 어려운 요소는 현행 교육제도에 관한 비판적 사고가 불특정 다수 시청자에게 주입되는 과정이다(최근 있던 교육부 기획관의 물의는 논외). 마치 교육제도가 '썩기엔 뭐 좀 아깝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어느 정도 존재하다고 거론해 볼만한 어느 특정 분야에 두각을 보인 어린아이 (가슴 설레는 영재들도 방송에 나온 것은 사실이다)'의 날개 죽지를 기브스도 못하게 꺾어버린 것처럼 그려낸다. 현행 교육제도가 무조건 잘못되었다고 인식하는 것이 국민으로서 더 마음 아픈 사항이 아닌가 싶다.


지하자원은 없고, 토양이 비옥하지도 않다. 땅 넓이 인구 돈 군사 등등 어느 하나 뒤떨어지지 않는 강대국에 4면이 둘러싸였다. 그리고 언제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전쟁의 위협도 있다. 그래서 더없이 안타까운 시선이지만.. 이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아야 하고, 최소의 비용과 시간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두기 위해 필수 불가결한 자구책으로 현행 교육제도는 여기까지 왔다. 국가가 신경 쓰지 않는 것으로 보이지만 교육부 장관의 의전서열은 높은 수준이며, 그러한 장관도 하루에 냉장고 문 열리는 횟수만큼 뒤바뀐다.


뜬금 난데없는 마무리지만. 우리는 너무나 스스로를 깎아내리는 것에 익숙하다. 자부심을 가져도 좋은 것이 반드시 있기 마련이고, 스스로 그 의미를 찾아서 만들어가는 것도 나쁘다고 불 수만은 없다. 사실 방송에 나오지 않은 영재들처럼 우리 사회 곳곳에 똑똑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뒤돌아보면 알 수 있다. 그 똑똑한 사람이 당신일 수 있고, 당신 자식이 될 수도 있다. 똑똑한 당신이 균형을 잡는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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