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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낭이 Jan 04. 2024

NVIDIA 인터뷰 제의를 거절하다

12월 말, AMD와 NVIDIA 인터뷰를 마치고, 

그렇게 복잡해 보였던 내 일상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기나긴 겨울 휴가를 끝내고, 밀린 메일 업무를 하며 

나에게는 아무런 일이 없었다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메일 한 통.

NVIDIA의 HR에게서 메일이 온 것이다.


처음에는 인터뷰 결과라 생각하고, 설레는 마음에 메일을 확인해 보니,

그게 아니라 새로운 job에 인터뷰를 볼 생각이 없냐고 메일이 온 것이 아닌가.


확인해 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다른 job에 내가 지원이 되어 있었고,

그 job의 담당자인 hiring manager가 내 CV를 보고 마음에 든다고 hiring manager interview를 보자는 제안이었다.


이제는 하다 하다 지원 안 한 직책까지 인터뷰를 봐야 한다니.


정신없던 12월이었다면, 

그래, 아쉬울 게 뭐 있어하고 인터뷰만이라도 봤을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이미 두 번의 인터뷰로 인해 지쳐있었고, 

그래서 정중하게 HR에게 메일을 보냈다.


"죄송하지만, 해당 지원을 취소해 주시겠어요?"




NVIDIA 구직 사이트를 확인해 보니,

처음의 NVIDIA 지원을 도와줬던 HR이 적극적으로 일을 한 것인지, 

아니면 나를 interview 했던 팀이, 자신의 팀과는 맞지 않으나 다른 팀을 추천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지원하지도 않은 부서에 나는 자동으로 지원이 되어 있었다.


인터뷰를 보자는 메일을 보고 나서야 해당 job의 job description을 확인해 보다니, 

참으로 웃긴 상황이 아닌가.


물론 해당 job이 나와 완전 연관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우선 내 박사 시절 연구 분야와 일치하고, 

삼성과 퀄컴에서 근무했던 업무와 어느 정도 상응하는 부분이 분명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매우 관심 있게 (박사 시절 연구이다 보니) 생각하는 분야였기 때문에,

처음에는 인터뷰를 볼까 생각도 했다.

내가 보자는 것도 아니고, 그쪽에서 나를 관심 있어하는 거니까, 나쁜 시작도 아니라 생각했다.


그러나 job description을 읽으면 읽을수록 내가 지원을 하기엔 아직 역부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그들은 12년 차 이상의 베테랑 엔지니어를 찾고 있었다. 

박사 후 고작 4년 경력 정도밖에 되지 않는 나에게는 확실히 벅찬 자리였다.

그리고, 내가 해보지 않은 일들 (system level 검증 등)에 대한 지식이 필요했다.

물론 그 누가 모든 지식을 다 알고 시작하겠는가.

모르더라도 배우면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인터뷰라도 응해서 볼 수도 있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1차 인터뷰 이후 (만약 통과한다면) 진행될 2차 인터뷰를 내가 견뎌낼 자신이 없었다.


내가 당장 직업이 없는 것도 아니고, 이직이 급한 것도 아니고, 

그리고 이미 보았던 두 차례의 인터뷰도 있었기 때문에, 

더 나의 에너지를 소모해 가면서 인터뷰를 보고 싶지 않았고,

이런 마음으로 인터뷰를 응하는 것은 NVIDIA hiring manager에게도 실례되는 행동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또 사람 일은 모르지 않는가.

지금 당장은 아닐지 몰라도, 내가 경험이 더 쌓이고 지식이 쌓였을 때,

이 팀에 다시 지원하게 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가정이지만 만약 그런 날이 온다면, 

어설프게 지금 지원해서 탈락하는 모양보다, 이렇게 예의를 갖추면서 지원을 취소하고 후일을 도모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 부분도 있었다.


그래서 HR에게 메일을 보냈다.


"너의 제안이 너무나 감사하다"

"그러나 이 지원은 내가 한 것이 아니고, 또 나는 아직 이 role에 완벽하게 부합하지 않는 것 같다"

"나중에 다시 좋은 기회가 되었을 때, 그때 진지하게 이 job에 대해 고민해 보고 싶다"


그리고 그렇게 해당 job에 대한 지원은 취소가 되었다.


사실 회사가 나를 궁금해하면서 먼저 보자고 제안한 인터뷰를 

내가 내 맘대로 거절하는 게 어찌 보면 멍청한 선택이었을 수도 있다.

그쪽에서 처음 생각한 엔지니어는 12년 차 경력 엔지니어였지만, 정 안되면 나처럼 낮은 경력의 엔지니어를 뽑았을 수도 있다.

게다가 해당 직무는 다른 직무들 보다도 pay가 굉장히 센 편이었기 때문에 아쉬운 마음이 들지 않는다고 한다면 아마 거짓말일 것이다.


그래도,

내 마음이 가지 않았으니까 선택을 포기했다.

왠지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 명품옷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이런 마음은 나의 소심한, 자신감 없는 태도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이미 여러 번 진행된 인터뷰 후 밀려오는 피로감 때문이었을까,


무엇인 지 알 수는 없지만, 그래도 적어도 내 선택이 옳았다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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