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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낭이 Oct 23. 2024

흘러가듯 살지 말자

인생을 살다 보면 한 번씩 그런 생각이 든다.

"나는 정말 인생을 주도적으로 살고 있는가?"


이것은 인생을 열심히 사는 것과는 또 다른 이야기이다.


인생을 열심히는 살지만,

그저 주어진 환경에 맞춰가며 '흘러가듯'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에 삼성을 다닐 때 가장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 당시 나는 절대로 허투루 살고 있는 게 아니었다.


아침 7시까지 출근,

출근 후 업무 메일 정리.

전날 요청 온 서버 관련 이슈 정리.

관련 프로젝트 아이디어 수립.

회의 참석 등등


일을 열심히 하다 보면 어느새 저녁 시간이 되고 그렇게 퇴근을 했다.


나 스스로를 돌아볼 시간이 없었고,

나는 왜 바쁜지 알 수 없었지만 바쁘기에 바빠야 했던 삶들을

그렇게 무미건조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그날도 평범한 하루의 점심시간.

나는 회사 내 대강당을 지나쳐 가다가 문득,

그 대강당에서 치러지고 있는 행사 하나를 보게 되었다.


"사내 박사 축하 기념....."


아마도 삼성 내 대학원 같은 곳에서 박사 학위를 끝 마친 사람들을 축하하기 위한 행사였을 것이다.

그들은 너무나 행복해 보였고, 즐거워 보였다.


그리고 그걸 본 나는 왜인지 너무나 슬픈 감정이 벅차올랐다.


정확히 기억이 안 나지만 그날 저녁 이런저런 생각에 혼자 눈물을 지었던 것 같다.




그때의 눈물의 의미를 정확하게 설명하기는 힘들다.

그저 나 스스로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


"나는 대체 왜 박사를 했던 걸까"

"나는 이 회사에서 무엇을 얻고 싶은 걸까"

"내가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일들은 무엇일까"


분명 나는 내 삶을 열심히 살고 있었다.

그러나 문득 스스로를 돌아보면,

나는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대로 가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환경에 의해 놓인 채로 흘러가는 것 같았다.


나에게는 좀 더 구체적이고 명확한 동기가 필요했다.

그래야만 내가 열심히 삶을 사는 것에 대한 후회와 아쉬움이 없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나는 한 번씩 스스로에게 되묻기 시작했다.

내가 회사일을 하는 이유,

내가 정말 진짜로 내 삶에서 하고 싶은 일들,

그리고 내 분야에서 어떤 역할과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 깊은 탐색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와중에,

정말 우연한 기회로 미국으로 있었고

지금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일을 하고 있다.




물론 미국이라고 크게 다른 것은 아니었다. 결국 이곳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사는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지 않으면

나도 모르게 주변 환경의 급 물살에 떠내려가 버리곤 한다.


미국에 와서도 나 스스로에게 나는 계속해서 질문했고,

나는 현재까지 내가 가장 내 삶에서 하고 싶은 일을 이렇게 정의하기로 했다, 아니 이렇게 결론지었다.


"누군가에게 나의 지식과 경험을 전달해 주어
그 사람과 내가 성장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그래.

나는 그래도 내 분야, 반도체 관련해서 여러 전문 지식을 쌓고 있고,

나름대로 대기업, 미국 회사 경험을 쌓으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고 있지 않은가.


나 스스로의 커리어를 잘 발전시켜서 자기만족과 동시에

이를 통해 남에게도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그래서 그 영향력을 통해 자기만족을 할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는 생각을 강하게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미국, 실리콘밸리와 한국과 가장 큰 차이점을 하나 발견했다.

이곳은 내가 막연하게만 생각하던 것들을 실제로 이루게 해 줄 수 있는 '힘'이 있는 곳이었다.


대한민국에 있을 때 내 머릿속에 희미하게 있던 내 삶의 지향점은,

단순한 웃음거리나 무관심 속에 덮이곤 했지만,


미국으로 이주한 후 다시 내비쳤을 때,

놀랍도록 많은 사람들이 호응과 관심을 가져주는 것을 확인했다.


미국과 한국을 포함한 각 국가의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현직자 분들이

내가 만든 단톡방에 와서 함께 이야기를 나눠주었고,

내가 만든 커뮤니티 (네이버카페)에서 함께 스토리를 쌓아가고 있다.


도둑질도 한 번이 어렵지 그다음부터는 쉽다고,

다음 목표는 조금 더 과감하게 잡았다.


전 세계에 있는 한인 반도체 현직자들을 모아서,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모임을 만들어 보자!"

라는 꿈이 생겼기 때문이다.


목표와 방향이 생기고 나니 더 이상 물살에 떠밀려 내려갈 필요가 없게 되었다.

흘러가듯 살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는 것만으로도 하루하루가 매우 재미있게 느껴지게 되었다.


정말 내가 바라고 꿈꾸는 상황이 만들어질지는 모르겠지만,

크게 중요하진 않다.


적어도 지금은,

흘러가듯 살며 공허한 내 삶을 안타까워하던 예전의 내 모습에서 잠시나마 벗어났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

흘러가듯 살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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