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 준비는 진짜 나를 알아가는 과정 입니다
브로드컴 최종 면접 탈락의 아픔이 가시기도 전에
나는 링크드인으로 또 하나의 연락을 받았다.
그곳은 무려 실리콘밸리 빅테크 중 하나인 메타였다.
처음에 메시지를 받았을 때는 정말이지 무척이나 설렜다.
메타라니!
실리콘밸리에서 빅테크, 흔히 FAANG이라고 불리는 회사 중 하나 아닌가.
15년 전,
너무나 재미있게 보았던 영화, 소셜네트워크의 실제 회사이자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여러 세계적인 SNS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회사.
AMD 다녀요!라고 하면 사실 모르는 사람이 더 많지만
메타 다녀요! 페이스북이요 페북!이라고 하면 다들 알지 않을까!
도둑질이 처음이 어렵지 두 번째부터는 쉽다고
이미 다른 회사 2차 면접까지도 본 상황이었겠다,
별생각 없이 관심 있다는 답장을 바로 보냈다.
문득 그러고 나서 든 생각.
근데 대체 무슨 포지션이지?
재미있게도
메타가 보내온 포지션은 전혀 나와 상관이 없었다.
나의 전공인 DFT를 살릴 수 있는 업무도 아니었고,
내가 현재 AMD에서 일하고 있는 Diagnosis 업무도 아니었다.
넓게 보면 post silicon,
즉 칩 나온 이후의 검증을 맡는 업무였지만 내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일이었다.
이걸 진행하는 것이 맞는 건가... 싶었지만,
그냥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왜냐면,
그냥. 메타였으니까.
메타의 면접 과정은 지금까지의 여러 회사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첫 번째로,
빅테크답게 상당히 체계적이었다.
회사차원에서 면접자로 하여금 면접을 준비할 수 있게 면접 준비 문서를 제공해 주었다.
지원자는 어떻게 면접을 준비해야 하는지,
메타는 어떤 능력들을 확인하게 되는지에 대한 내용들이 아주 상세하게 잘 기술되어 있었다.
그 문서를 처음 받았을 때의 느낌은,
"봐. 우리가 바로 메타야."
"우리와 일하고 싶으면 이런 능력들을 준비해 오도록 해"
같은 느낌이랄까.
확실히 빅테크 다운 면접 과정이었다.
두 번째로 특이했던 점은,
반도체, 실리콘 검증 업무였음에도 코딩 능력을 확인하는 시험을 준비해야 했다.
나는 별생각 없이 면접을 보겠다고 한 죄로 팔자에도 없는 리트코드라는 것을
공부해야만 했다.
(하지만 실제로 나온 코딩 문제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의 그것과 비교하기엔
상당히 낮은 난이도의 문제였다)
그리고 또 재미있던 점은,
보통 지금까지 미국 회사의 1차 면접들이 hiring manager와 진행을 했던 반면,
메타의 1차 면접은
오히려 나보다 경력이 낮은 Junior급 엔지니어가 면접관으로 들어온 것이 아닌가.
나중에 들은 얘기인데,
메타의 1차 면접 취지는
'팀에 합격하면 같이 일하게 될 사람과 함께 기술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
이라고 했다.
어쨌든 그렇게 나의 메타 1차 면접은 시작되었다.
메타의 면접을 한마디로 요약해 보면, '마치 평행선을 달리는 기차'였다.
우선 면접관은
DFT를 포함한 나의 분야 전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나 역시,
면접관이 원하는 분야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사람이었다.
그렇게나 걱정했던 코딩 시험이 간단하게 끝나고 나서,
남은 40여분 간,
나와 면접관은 서로가 알아들을 수 없는 이야기만 계속해서 떠들고 있었다.
그렇게나 무기력했던 면접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
면접이 끝나고,
나는 리쿠르터에게 바로 메일을 보냈다.
"안녕하세요,
오늘 면접을 보았습니다.
예상과는 달리 오늘 본 팀은 저와 업무 적합도가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혹시 다른 기회가 있다면 다시 연락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미 예상할 수 있는 면접 결과였기에, 차라리 쿨한 척 먼저 거절 의사를 보내고 싶었다.
이 포지션은,
정말 만에 하나 내가 합격해서 간다고 해도 문제였다.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포지션이라는 걸 면접 내내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예상한 대로,
바로 다음날 면접 탈락 문자를 받았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메타라는 이름값에 정신이 팔려
내가 가고 싶은 분야도, 잘할 수 있는 분야도 아닌 전혀 상관없는 분야의 면접을 본 대가였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메타의 면접을 보고 나는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을 던져볼 수 있었다.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
메타와 같이 브랜드 파워가 있는 빅테크에 가고 싶은 건지,
연봉을 많이 주는 회사를 가고 싶은 것인지,
그저 업무 분야만 바꿀 수 있으면 되는 건지,
아니면,
그냥 지금 회사에서 하고 있는 일이 지루하기 때문에
도피를 하고 싶은 건지.
그 누구도 대답해 줄 수 없는,
또 그 누구에게 보다 나에게 더 솔직하게 대답해야만 하는 질문들이었다.
그래서 네가 진짜 원하는 것은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