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등감과 자기 합리화

열등감과의 상생의 조건, 작은 성취로부터

by 담낭이

지금까지의 내용들은, 열등감은 우월감의 또 다른 표현이고,

자기 성취의 강한 촉매제로서 동기 부여될 수 있다는 내용의 글을 썼다.


내가 들었던 예시도,

재수 때 감히 인서울도 못 들어갈 내가 열등감을 통해 연세대학교를 들어갔다든지,

열등감을 통해 10억 명 이상 쓰는 페이스북이라는 SNS를 만든 주커버그의 예시는

그저 열등감을 통해 발현된 극단적 긍정적 결과에 대한 내용에 관한 것이었다.


그러나, 실제 우리 삶에서 일반적인 우리가 그런 뛰어난 성취를 한다는 게 쉽지 않다.


아니 그냥 나의 개인적인 경험을 돌이켜봐도,

그 강렬했던 열등감을 또 다른 커다란 자기 성취로 만들어 낸다는 것은

쉽지 않았고, 오히려 제 스스로 꺾여버릴 때가 많았던 것 같다.


나는 정말 일생을 살면서

거의 대부분을 열등감 속에 살았던 것 같다.

학창 시절뿐 아니라, 대학 입학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내 주변에는 늘 나보다 똑똑하고, 잘생기고, 멋진 사람들이 참 많았다.

그리고 나는 대부분의 경우에서 그들보다 더 나은 내 모습을 발견하기 힘들었다.


처음에는 그 사실이 힘들었다.

그래서 가끔은 그런 열등감이 자기 비하와 좌절감으로 쉽게 연결되곤 했다.


내 외모에 자신이 없어 이성과의 관계에서 좋지 못하게 끝났을 때.

열심히 공부했지만 그리 좋지 못한 학점을 받고 학기가 끝났을 때.

창업을 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이미 잘 나가는 다른 그들을 따라갈 수 없음을 느꼈을 때.

대학원 연구실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학점이 낮아 들어갈 수 없었을 때.


재수 때 내가 느꼈던, 일종의 초인적인 자기 동기부여는 이런 일상적인 열등감에서는

발휘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저 열등감 = 자기 비하 = 좌절이라고 생각하고 살았던 때가 있었던 것 같다.


그럴 때, 우리는 적당한 수준의 자기 합리화가 필요하다.

우리는 절대 대부분의 경우에서 우리가 바라는 수준의 기대치를 만족시키기 어렵다.

그리고 그 자기 합리화는, 정말 작은 수준의 성취에서 시작할 수 있다.

그렇게 조금씩 나의 열등감을 나의 우월감과 치환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나는 학점이 매우 좋지 않았던 불량 학생이었다.

그래서 연구실 인턴으로 지원했을 때도, 교수님께서 나의 학점 때문에 거절하셨던 기억이 있다.

자대 학부생은 웬만하면 지원 가능하다는 연구실 인턴이 거절될 정도였으니,

내 학점이 얼마나 한심했는지 누구라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심지어 같이 지원했던 내 학부 후배는 연구실 인턴으로 합격했으니,

그때 받은 스트레스는 정말 말이 아니었다.


'나는 왜 이리도 한심하게 살았는가'


그래서 그 학기에 나는 학점을 따기 위해 미친 듯이 노력을 했다.

고등학교 때 하던 것처럼, 그날 수업이 끝나면, 복습을 해서 내 것으로 만들고

평상시에는 도서관에서 살면서, 이해되지 않는 학부 전공과목은 조교들에게 물어가면서

결국에 그 학기를 올 A+의 학기로 채울 수 있었다.


기쁜 마음으로 나는 그 학점을 다시 교수님께 가져가 보였고,

교수님께서는 그제야 나를 연구실 인턴으로 받아주셨다.


"나도 열심히 하면, 좋은 학점을 받을 수 있다. 대학원 진학해도 문제없을 거야!"


그러나 냉정하게 말하자면,

사실 그 학기가 올 A+였음에도 내 학점은 여전히 4.5점 만점에 3.0이 될까 말까 한 수준이었다.

좋은 학점의 친구들과 비교해 보면, 여전히 하찮기 짝이 없는 점수이다.


그럼에도 그 작은 성취가 가져다준 나만의 자기 합리화는 내 학점에 대한 열등감을

약간의 우월감으로 치환해 주었고 결국 나는 6년의 기간 끝에 박사 학위를 취득할 수 있었다.



내가 만든 열등감은, 결국 오롯이 나의 것이다.

내가 작은 성취에 대해 그토록 열변하는 이유는, 그것이 이 모든 것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내가 비록 금수저는 아니지만, 내가 해낸 작은 성취로 3천만 원을 모았어. 나는 이제부터 시작해 볼 거야.

내가 비록 좋은 대학은 아니지만, 이번 공모전에서 좋은 대학 친구들 못지않은 결과를 얻어냈어.

내가 비록 잘생기진 않았지만, 오늘 소개팅은 꽤 성공적이었는걸?


원래 잘나고, 잘하는 친구들이 갖는 우월감은 누구나 그럴 테지만 별로 멋지지 않다.


그러나 나처럼, 원래부터 열등감이 심하고, 고민이 많은 사람이라면, 한번 스스로의 '자뻑'에 취해보자.

그게 매우 작은 수준이면 어떠한가, 이전의 나는 갖지 못했던 것을 가졌는 걸.


그래, 나는 이렇게 열등감과 상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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