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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낭이 Jun 11. 2023

얼렁뚱땅 미국 샌디에고 정착기 (1)

이 모든 일이 하루에 일어난 일이라니!

미국 정착한 지 벌써 3주 차가 되었다.


작년 퀄컴 본사로 이직 직후, 한국에서 remote로 일하면서, 미국에 가서 일하면 무슨 기분일까? 

생각만 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정신을 차려보니 미국의 집에 앉아서 인터넷을 하고 있다.


사실 미국 도착 후 이렇게 바쁠 줄 모르고, 

해야 할 일들을 해나가면서, 하나씩 글을 쓰고 싶었는데, 

정말이지 컴퓨터를 켤 수 없을 정도로 너무 바빴다.


그래도 이제 거의 대부분의 일 처리는 완료된 지금, 미국에 도착해서 어떤 일들이 있었고, 

미국에 정착하면 어떤 일들부터 하나씩 해나가야 하는지에 대해 적어보고자 한다.


(사실 뭔가 이 모든 걸 영상으로 찍어서 Youtube로 공유해볼까도 싶었는데,

나 같은 게으름뱅이는 절대 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ㅠㅠ)



0. 생각보다 간단했던 입국심사


LAX에 도착 후 가장 먼저 해야 했던 건 입국 심사였다.

사람들이 꽤 많이 줄 서 있었고, 대략 4-50분 정도 기다렸던 것 같다. (토요일 아침 9시 40분 도착 비행기)

입국 심사 시에, 여권과 비자를 보여주고, 안경을 벗고 사진을 찍고, 심사관의 질문에 대답을 했다.


- 여기 왜 왔어?

 : 일하러 왔어. 나 퀄컴에서 일해

- 그래? 너 무슨 일 하는데?

 : Senior engineer야. 반도체 분야에서 일해

- 정확히 너의 직무를 이야기해 줄래? 

 : (아마 비자 상에 적힌 그대로 얘기해야 했던 듯) Senior Yield & Diagnosis Engineer야 ㅎㅎ

- 그래, 어디서 체류할 예정이야?

  : 아 난 한국에서 이미 집을 계약했어, 계약서 보여줄까? (안봄)


그리고 몇 가지 적더니.. 환영한다고 하고 끝났다.


뭔가 거창하고 어려울 줄 알고 긴장을 많이 했었는데 너무 금방 끝나서 좀 시시했달까... 


1. 인터넷 없이 어떻게....?


우선 나의 경우엔 회사에서 2주간 지원해 준 렌터가가 있었기 때문에, 

LA공항에 도착한 후 미리 예약해 둔 한인 택시를 불러 렌터카를 픽업하러 샌디에고 공항까지 갔다.

LA 공항<->샌디에고 공항 간 셔틀도 존재한다고 들었는데, 

생각보다 내가 들고 간 캐리어 2개의 짐이 무겁고 해서, 그냥 300불 내고 한인 택시를 타고 가기로 했다.


도착해서 간단하게 인터넷을 사용하기 위해, 

다른 분들은 한국에서 pre-paid 유심을 미리 구매하시거나, 

한국에서도 개통 가능한 "Mint mobile"을 통해 미리 인터넷을 설정하고 오시는데..


나는 그냥 공항 도착해서 유심을 사야겠다! 하고 대책 없이 왔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입국심사도 늦어지고 택시 기사님도 기다리고 있다는 말에

그냥 허겁지겁 나와서 정신을 차려보니 샌디에고 공항.


요새 차에 네비정도는 달려있겠지, 호텔 가서 생각하자 하고서 차를 탔는데 이게 웬걸

네비가 설치가 되어있지 않았다. (도요타 캠리였다) 


미국 도착 후 첫 멘붕.


나는 과연 미국, 그것도 처음 와 본 샌디에고라는 도시에서 처음 운전하는 차로 

모르는 길을 따라서 호텔까지 잘 갈 수 있을 것인가.


그런데 놀랍게도 잘 도착했다.

우선 오프라인 상태로 되어있던 구글 맵을 확대 해서, 

근처까지 가는데 어떤 고속도로를 타면 되겠구나를 파악 후 

(5번 고속도로 North -> 이후에 805번 고속도로 East 후 -> Sorento Valley 쪽)

표지판만 보고 달렸다.


근처까지 오는 데는 오히려 쉬웠으나, 

구글 맵이 오프라인 상태였기 때문에 실제 주소를 알기가 어려워서, 근처에서 조금 헤맸다.


진짜로, 도착했을 때 소리 질렀다. 

"야!!! 내가 해냈다!!!!!"


2. 인터넷 개통하러 AT&T로.. 그리고 시작된 문의 전화 무한 루프..


도착해 보니 인터넷이 없으면 정말 어딜 갈 수 없겠다는 생각에, 

호텔 도착하자마자 나와서, 통신사에 들러서 인터넷을 개통하기로 했다.


다행히 근처에 AT&T가 있었고,

거기 직원이 이것저것 설명해 준 끝에, 무제한 요금 중에 가장 싼 요금제를 설정했다.

사실 등록할 당시에는 꼼꼼히 볼 여력도 없었고.. 

인터넷을 일단 무조건 빨리 신청해야겠다는 생각 하나로 진행했었는데..


그렇게 대충 그날 할 일을 마무리하고 AT&T 어플에 들어가서 인터넷 요금제를 보니,

더 싼 무제한 요금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변경 버튼을 눌렀다.


그런데 다음날, 

AT&T에서 날아온 메일을 보니,

이것저것 다해서 125불이 청구된 것이 아닌가!!!!


확인해 보니, activation fee라는 것이 35불, 그 이외에 내가 선택한 요금제가 아닌, 

AT&T에서 가장 비싼 요금제로 선택되어 있었다!

(알고 보니 매장에서 등록하면 activation fee라는 게 붙는다고 하더라)


세상 물정 몰랐던 나는 오자마자 미국 이놈들 눈 감으니 코 베어 가는구나 정신 똑디 차려야겠다

하면서, 왠지 모를 오기로 AT&T customer service에 전화했다.


정말 한 2시간에 걸쳐서 (인내와 오기로) 전화 연결에 성공하고, 

나는 이런 activation fee에 대해 설명받은 적도 없고.. 상담 직원이 설명해 준 요금제가 아니라 

가장 비싼 요금제로 fee가 책정되어 있다고 이거 어떻게 된 일이냐고 엄청 따졌더니

 

해당 activation fee는 waive 될 것이고, 요금제는 정상 적용 될 거라는 답변을 받았다. 

그리고 실제로 청구해야 하는 돈은 64불로 떨어졌다.


뒤에 나올 Bank of America에 전화한 횟수에 비하면 그래도 귀여운 정도였지만

그래도 오자마자 미국 프로세스에 대해 간접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했다.


참고로 열받아서 바로 통신사를 바꿔버리려 했으나, 처음 가입한 후 60일은 써야 한다고 해서

일단 참고 사용 중이다. 60일만 지나면 바로 바꿔버려야지..


3. 계약한 집 보러 출발! 그리고 만난 집주인 Puneet


사실 나는 미국 생활에 정말 안 맞는 성격 하나가 있는데 바로 조급증 환자라는 것이다.

내게 닥친 이 문제를 지금 당장 해결하지 않으면 잠을 못 자는 성격이라

미국에서 제발 좀 치유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는데 (어쩌면 이미 조금씩 치유되고 있는지도..)


여하튼 그래서인지 미국 출국 전에 이미 remote로 보고 집을 구했다.

이 집을 구하는 과정도 매우 험난했는데 이 과정은 시간이 될 때 따로 정리해보고자 한다.



여하튼 도착 당일, 집주인을 만나기로 약속을 해서, 열심히 구글맵을 보고 집으로 도착했고,

실제로 만난 그는 생각보다 더 친절했다.


나중의 글에서도 쓰겠지만, Puneet은 사실 Qualcomm에서 VP까지 했던 사람이었다.

(나도 그래서 그냥 믿고 계약을 진행했던 것 같다)

그리고 한국도 자주 와 봤고, 한국 문화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어서 인지 몰라도, 

한국인인 우리 가족에 매우 친절하게 대해주었다.


필요한 것은 없는지, 세심하게 챙겨주고, 저녁 식사도 초대해 줄 정도로 조금씩 친해지고 있으니, 

그래도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은 미국에 첫 이주할 때는 회사에서 관리하는 apartment/townhome을 많이 선호한다고 한다.

왜냐면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개인 대 개인 관계에서는 그 일을 잘 처리해 주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그런데 이렇게 좋은 집주인을 만나면, 

바로바로 feedback을 주고, 문제를 해결해 주기도 하니, 

꼭 남들이 하라는 대로 하는 것이 정답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글을 열심히 적었는데, 이제 고작 첫날에 일어난 일만 적은걸 보니, 

정말 앞으로 업데이트해야 할 얘기들이 산더미 같이 쌓인 것 같다. 


미국 생활을 안 하는 사람도 그냥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또 미국 생활을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필요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도록

잘 정리해서 글을 계속 써나가 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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