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팀 인터뷰는 4월 15일로 잡혔고, 다행인지 불행인지, 5명중 한명이 그 날 on vacation인 바람에, 그 분만 따로 4월 18일에 interview가 잡혔다.
4월 15일, 한국시간 5시에 시작한 내 두번째 인터뷰의 첫 인터뷰 상대는 내 지원 팀의 VP였고, 사실 가장 무난했다.
2년전에 업무 때문에 잠깐 본 적도 있던 사람이기도 했고.
역시나 첫 질문은 왜 2년 반만에 옮기려고 하느냐? 였고, 그 이후에는 거의 VP가 팀 소개를 해주는 정도?
그리고 san diego로 옮기는 것 괜찮은지, 우리 일 꽤 빡센데 괜찮은지 정도의 질문이었다.
그렇게 첫 인터뷰가 끝나고, 내 머리속은 상상의 나래를 펴기 시작했다.
'아.. 이거 완전 합격 느낌이다.. 나 진짜 미국에 가는 것인가!?'
'미국 가려면 뭐 부터 준비해야 하지.. 와이프는 마음의 준비가 끝났으려나..?'
그리고 두번째 인터뷰부터 그 상상들은 사정없이 깨지기 시작했다.
두번째, 세번째, 네번째 인터뷰를 본 사람들은,
현업에서 실제 일하고 있는 engineer 들이었고, 생각보다 자세히 전공 내용등에 질문을 던졌다.
두번째 인터뷰어는 나처럼, 20년 2월에 박사 졸업 후에 senior eng로 그 팀에서 일하고 있는 친구였다. 질문은 매우 무난했으나, 생각지도 못한 point의 질문들에 조금 어버버 한채로 끝났던 것 같다.
그 다음, 세번째 인터뷰를 봐주신 분은, 현재 직장 내가 일하고 있는 부서의 전 부서장님이셨고,
건너 건너 연락이 닿아 인터뷰 전에도 몇번 얘기를 나눴던 분이셨기에 살짝 마음을 놓고 있었는데
가장 날카롭고 가장 현업과 닿아있는 질문들을 많이 주셨다.
처음 질문에서 아주 기초적인 tr level fault model이 생각이 안나서 멘붕이 온 후로 거의 마지막까지 정신없이 어버버버 대답하고서 정신을 차려보니 네번째 인터뷰가 바로 시작되고 있었고..
울면서 정신을 차려보니 인터뷰는 끝나있었다...
아침 9시.
거의 밤을 새고서 면접을 봤던 터라 그 후로 하루 종일 몸져 앓아 누운채로 기절했던 기억만 난다.
그렇게 거의 탈락을 확실시 하며 남은 4월 18일 면접을 또 다시 아침 5시에 보았다.
마지막 인터뷰어는 나와 함께 일하던 vendor 업체에서 오랜 시간 우리 부서 지원을 해주시다가 작년에 principal eng로 퀄컴에 가신 분이었고, 업무 관련해서도 나와 가장 많은 부분 맞닿아 있었기에, (그리고 그 분 자체가 매우 gentle 하셔서) 무난하게 끝낼 수 있었다.
그렇게 짧고도 긴 팀 인터뷰를 마무리 하며,
그래, 그래도 이렇게 2차 인터뷰까지 온 게 어디냐며 스스로를 위안하며 다시 회사일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22.04.26 캔유두에게 다시 메일을 받다.
그렇게 내 인터뷰 기억이 잊혀져 갈 때즈음. 처음 나에게 연락을 주었던 HR이 혹시 시간 되느냐고 메일을 보내왔다.
두근 대는 마음으로 microsoft teams 연락을 잡고, 그는 나에게
"너에게 오퍼를 줄 수 있게 되어서 매우 기쁘다" 라고 말해주었다.
이게 진짜인가!? 꿈인가!?
그러면서 VISA status와 간략한 몇가지 것들을 물어 보았고,
그는 곧 다시 연락을 준다는 말과 함께 연결을 종료했다.
나는 정말 합격했구나! 라는 기쁜 마음으로 다음 프로세스를 기다리게 되었다.
이 과정이 인터뷰 과정보다 더 힘들고 험난할 거라는 생각은 하지도 못한채 말이다..
22.05.11 첫번째 follow-up 메일을 보내다.
4월 말 offer를 주겠다는 캔유두의 메일 이후 놀랍도록 2주 넘게 아무런 메일이 오지 않았다.
괜히 조급해진 나는, follow-up 메일을 보냈고, 그는 이렇게 답을 주었다.
Hi there! We have one more candidate we are getting through process. I am happy to follow-up as soon as we have finished that round. Sound ok?
?
어라.. 음
아 나 말고 다른 candidate이 있었구나.. 그랬구나...
그래도 뭔가 그거 끝나고 내 것 진행해 준다니까.. 기다리면 되겠지? 하면서 하염없이 기다렸다.
22.05.25 두번쨰 follow-up 메일을 보내다.
5월이 다되도록 놀랍게도 그 어떤 연락도 오지 않았다.
뭔가 합격이 되었다는 기뻤던 마음은 근 한달동안 빠르게 식어 갔고
나는 거의 탈락이 기정사실화된 마음으로 5월을 보냈던 것 같다.
'여러 사이트들을 보니 이렇게 갑자기 ghosting 되기도 한다더라'
'미국 기업은 원래 갑자기 채용 취소 되기도 하고 한대요'
그렇게 기다리다가, 뭔가 억울한 마음에 다시 두번째 follow-up 메일을 보냈고, 다음과 같은 메일을 받았다.
We had our final candidate go through process yesterday. Give me a day or 2
.. candidate이 또 있었구나...
사실 나중에 알게되었는데,
나 말고 저 직급에 더 적합한 candidate이 한명 있었다고 한다.
근데 마지막 final에서 그 사람이 가격 단가 (?)가 안맞아서 결국 채용 취소 되었다고..
아마 그 사람이 최종 합격 했다면, 나는 정말 취소되었을지도 모른다.
왠지 듣고 나니 그냥 싼맛에 내가 된 것 같은 느낌도.... 들었지만
뭐 어때. 결과적으로 합격인걸.
22.06.22 첫번째 Official offer letter를 받다.
정말 미국의 일처리는 amazing 했다. 지난번 두번째 follow-up 메일 이후, 몇일 후에 다시 나에게 오퍼를 주게 되었다고 기쁘다는 HR(이때는 왜 똑같은 말을 두번했는지 몰랐는데, 나는 그 5월 한달동안 오퍼가 취소 될 수도 있었던 것이었다... 그래서 또 다시 얘기해 준 것일지도..)과 거의 한달간 메일을 주고 받으며 일정을 조율했다.
한가지 의아했던건,
보통은 official offer letter 전에, 일종의 연봉 협상을 verbal로 하고 나서, offer letter가 오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 HR은 나와 그런것도 진행하지 않고서 바로 official offer letter를 보낸것이 아닌가..?
한국에서 바로 미국으로 가는 case는 비자나 영주권 까지 챙겨주기 때문에 offer가 상대적으로 좀 적게 온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생각보다도 offer는 좀 적었고, 그리고 원래 당연히 한다는 negotiation도 하지 않아서 뭔가 좀 기분은 찝찝한데, 그렇다고 공식 레터가 온 상황에서 네고를 해도 되는지, 그랬다가 취소라도 되면 어쩌지 하는 마음에 계속 우왕 좌왕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그냥 아예 HR에게, 나 너에게 물어볼 것들이 몇개 있으니 teams 미팅 잡아줘, 하고 메일 보내고서, 면전에서 물어보기로 했다. 사실 메일로 계속 소통을 해왔는데, 이 HR이 성의도 좀 없고, 내 질문에 답변도 잘 안해주고 해서 혼자 속만 태웠다가, 좀 더 적극적으로 해보자는 마음으로, 미팅을 잡아달라고 요청 했다. (물론 이 HR은 메일 답장도 안하고 teams 일정 예약 메일만 보내왔다 ㅎㅎ)
그래, 미국에서 일하려면, 어차피 내가 active 한 사람이 되어야 하니까, 내 권리는 내가 따져보자. 는 마음이었달까..
막상 teams에서 만난 HR은 다정 그 자체였다. 메일과는 다르게. 나는 그에게, 비자, 코리아 오퍼 등 사소한 질문 후 마지막으로 물어봤다.
"내가 알기로 보통은 official offer letter 전에 상호간에 verbal로 협상을 하는 걸로 알고 있어"
"그런데 내 경우에 verbal 협상 없이 바로 official offer letter가 왔는데, 혹시 어떤 이유가 있을까?"
사실 협상이 불가능하다고 하면, 아 네 알겠습니다 헤헤 하고 바로 사인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HR이 대뜸 이렇게 묻는게 아닌가
"아, 원래 협상 해야하는데, 내가 일단 생각하기로 되게 잘 준 offer 여서 그냥 진행했어"
"너 어떤 부분 협상하길 원해?"
그래서.. 내가 준비한 대로, base salary가 조금 낮은 것 같다. 그래도 평균으로 맞춰 주려면 10k는 더 올려줘야 할 것 같은데 가능하겠냐.. 하고 물어봤더니,
"알겠어, hiring manager 하고 논의해 볼게"
"다른것 또 협상하고 싶은건 없어?"
생각보다 협조적으로 협상을 도와주는게 아닌가.. 사실 나머지는 그래도 용납할 수준으로 오퍼가 왔기에, 나머지는 괜찮다고 했다. (사실 더 공격적으로 하기 좀 무서웠다.. 헤헤)
22.07.01 두번째 Official offer letter를 받다.
뭐랄까. 처음 겪는 미국의 협상 과정은 나름대로 재미 있었다.
처음에는 협상 하는 것 자체가 두렵고, 무서워서, (행여나 취소될까봐) 주저했고,
사실 첫번째 협상 이후 두번째 offer letter가 오기까지 매우 걱정하며 지냈었기 때문에.. 지금 생각해 보니 왜이리 걱정이 많았나 싶지만..
10k를 올려달라는 내 제안에 대해, HR은 이틀 후, 5K로 합의보자고 다시 메일이 왔고
나는 사실 5K나 10K나 큰 의미가 없었기 때문에, 협상을 했다는 그 자체로 만족하고 OK를 했다.
아마 HR도 그걸 알고 다시 역 제안을 한게 아닐까?
정말 예전 중학생때 자주 가던 동대문에서 옷 구매할때 처럼 에누리 깎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아직 나는 내 스스로 뭔가 커리어에 크게 자신이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도 했으니까.
고작 회사 생활 2년 5개월밖에 되지 않은... 뉴비가 아닌가.
나중에, 5년, 10년 후에는 좀 더 과감한 협상을 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그때 이 글을 보면, 또 얼마나 귀여울지, 그날이 기다려 진다.
여튼 그렇게 순탄한듯 순탄치 않게, official letter에 싸인을 하게 되었다.
전체적으로 보면 4개월 정도 소요 되었고,
인터뷰는 1개월 정도 소요되었으나, HR과의 일이 3개월 정도 소요된 것 같다.
정말 정말 운이 좋게도,
처음 도전으로 한번에 미국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고, 사실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이 글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지,
나처럼 미국 회사에서 일해보고 싶은 욕심을 가진 사람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나와 같은 사람 단 한사람에게라도 이 글이 심정적,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