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국내 반도체 관련 박사 출신으로,
보통 국내 박사 대부분이 따르는 그 루트 - 박사 졸업 후 국내 반도체 대기업 (삼성 or 하이닉스) 취업 - 를 따라 한없이 평범하게 회사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3년차인 올해 2022년, 상상하지도 못했던 우연과 우연이 겹쳐진 끝에,
퀄컴 본사로 면접을 볼 수 있게 되었고,
3개월 넘게 고생한 결과 최종 Official offer letter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적고 싶은 말도 많고, 하고 싶은 말도 많지만
오늘은 우선 내가 경험했던 그 3개월간의 여정에 대해 간단히 적어보고자 한다.
혹시나 국내에서 미국 기업 취업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22.03.14 1장짜리 resume를 기반으로 나에 대해 자세히 기술한 후 Workday website 를 통해 지원하였다.
지원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고, 나는 늘 매년 내 resume를 update 하고 있었기 때문에 큰 어려움 없었던 것 같다. 미국 기업 취업을 위해서가 아니라도, 본인의 resume는 매년, 혹은 6개월 단위로 update를 해두는 것이 좋다.
Workday에서 지원하기
보통 외국 기업들은 이런식으로 workday site에 채용할 position에 대해 상시로 open 해 두고 있다.
혹은 linkedin에 들어가면, 각 기업별로 나와 맞는 직군에 대한 채용 정보 및 채용 website를 검색해 볼 수 있다.
22.03.24 Qualcomm의 AI(?)로 보이는 andy로 부터 interview schedule을 위한 메일이 도착하였다.
지금 봐도 킹받는 andy...
이때가 목요일 오전 5시 경이었는데 (미국 기준 수요일),
처음에 온 스케쥴 메일은 미국 기준 목요일 오후 1시, 금요일 오후 2시, 다음주 월요일 오전 8시 중 하나를 고르는 것이었다. 나는 조금이라도 더 영어공부를 하고 싶었던 마음에 다음주 월요일 오전 8시를 고르면서도 '이상하다 미국 애들이 아침 8시 전까지 출근해서 나를 8시에 면접을 본다고?' 하는 마음이 들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리스케쥴 메일이 왔다.
놀랍게도 리스케쥴 메일은 목요일 오후 1시, 금요일 오후 2시, 다음주 화요일 오전 8시.
나는 속으로 '아 이거 혹시 미국만의 면접 전 인성 테스트인가... 면접관의 출근 시간을 잘 배려해주는 인성을 가지고 있는지 이렇게 테스트 하는구나...'(물론 그런건 없다) 생각하면서도
그래도 영어공부는 하고 싶으니까 다음주로 해야지 헤헤 하면서 화요일 오전 8시로 선택했다.
그리고 날라온 메일.
아니 이럴거면 왜 인터뷰 보자고 했냐고....
이 메일을 받고 진짜 멘붕이었다.
'아 장난인줄 알았는데 진짜 인터뷰 전 인성 검사였나....?'(물론 아니다)
'그냥 목요일이나 금요일로 선택할 걸 그랬나...?'
전 세계에 인터뷰 일정 잡다가 탈락한 사람은 내가 유일하지 않을까.. 하는 오만때만 생각을 하면서
그렇게 뭔가 기분 나쁘면서도 아쉽기도 하고 씁쓸했던 시간을 보냈었다.
22.03.29 그 다음주, HR로 부터 메일이 왔다.
제목 : Qualcomm
내용 : Can you send me some times PST that you are available for a video call this week?
무척이나 심플한 메일이었지만, 기뻤다.
'아... 그래도 인터뷰 일정잡다 탈락한 유일한 사람은 아니겠구나...'
나는 언제든지 가능해요 라는 마음으로 가능한 시간을 이렇게 적어 보냈다.
- 22.03.30 (WED) 09:00 ~15:00 (PST)
- 22.03.31 (THU) 09:00 ~15:00 (PST)
- 22.04.01 (FRI) 09:00 ~15:00 (PST)
22.03.31 HR의 두번째 메일이 왔다.
제목 : can you do
내용 : 4/1 Friday 10:00am – 11:00am or 4/1 Friday 11:00am – 12:00pm PST
얘네는 왜이렇게 메일을 대충 보낼까 생각하며, 그렇게 첫번째 인터뷰 일정을 잡았다.
그리고 이 메일 이후로 나와 와이프는 이 HR을 캔유두로 부르기로 했다.
22.04.01 Hiring manager 으로부터 메일이 왔다.
매우 professional 함이 느껴지는, 나와 인터뷰를 하고 싶다는 내용의 메일이었다.
그렇게 나는 Microsoft teams를 통해 첫번째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 전, 나는 세가지 질문에 대한 답변을 준비했다.
우리 회사에 왜 오고 싶나요? - 특히 나는 현업 경력이 2년 남짓이었기 때문에 신경써서 준비했던 부분이었다.
당신의 장점/단점이 무엇인가요?
5년 후에 당신의 모습은 어떨 것 같나요?
Youtube에서 english interview를 검색해 가면서 추스리고 추스린 질문들이었고, 위 질문들은 나오면 자동으로 대답할 수 있도록 연습, 또 연습했던 것 같다. 그리고, 막상 영어로 외우긴 했는데, teams에서 실제 면접 본다는 생각으로 얘기하자니 입이 하나도 움직이지 않는 나를 발견하고는, teams를 켜놓고 자연스럽게 얘기하는 연습을 수도없이 했던 것 같다. 결론적으로는 1번 질문밖에 물어보지 않았지만, 이 연습은 나에게 매우 도움이 되었다.
퀄컴에 가고 싶은 이유는, 실제로도 그랬지만, 내 분야에서 지금 다니는 내 회사보다 더 많은 부분 잘하고 있는 곳이 퀄컴이었고, 그래서 나는 더 많이 배우고 경험을 쌓고 싶어서 이 기회를 잡고 싶다고 솔직하게 이야기 했다.
이 이후로는 거의 technical 한 질문들이었고, 이 부분은 큰 어려움 없이 즐겁게 대화했던 것 같다.
특히 이 면접이 기분이 좋았던건, 내가 현업에서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이, 그래, 여기 퀄컴에서도 같은 곳을 바라보고 하고 있고, 이 분야에서도 매우 앞선 기술을 연구하고 있구나, 하는 기분이 계속 들었기 때문이었다.
여튼 그렇게 1시간이 지나고, 슬슬 마무리를 하고 싶었는지, 그는 나에게 다른 질문이 없냐고 물어보았고, 나는
"이 다음 process는 어떻게 진행이 되나요?" 라고 물었고
(뭔가 내가 느끼기에) 그는 약간 당황하는 눈빛으로, "어 일단 우리 다른 candidate들도 있어서 그 candidate들도 봐야하고, 음 너가 알겠지만 너가 지원한 이 직급이 사실 너의 경력과는 좀 gap이 있어서 그게 고민 포인트야, 어쩌고 저쩌고... 근데 너가 만약에 pass 한다면 다음에는 team interview가 있을거야" 라고 답변했다.
그 순간 갑자기 정신이 팍, 들면서 영어 못하는 내가 느끼기에도,
아 그래 이 면접 결과는 그리 좋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면접 결과는 좋지 않더라도, 나는 일단 면접은 보았고 (면접도 못보고 탈락했다면 정말 분했을 것 같다)
이번에 되지 않더라도, 내 분야에서 내가 열심히 연구 개발 하면 또 이런 기회가 있을 수 있겠구나.
내가 헛되이 이 직장에서 일을 했던 것은 아니구나. 하는 일종의 위안 같은 것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면접을 마치고..
나는 어디서 본대로, thanks mail을 보내고 (물론 답장은 오지 않았다)
나는 마음을 편하게 먹고서... 회사일을 했다.
22.04.08 그 다음주, 새로운 HR로 부터 메일이 왔다.
그렇게 별 기대 없이 회사일을 하고 있었는데, 그날 따라 아침부터 매우 짜증나는 미팅을 했던 것 같다.
모두가 다들 좀 열받아 하고 있던 차에, 핸드폰에 갑자기 g-mail 알람이 뜨는 것이 아닌가.
이게 뭐지? 하고 봤는데,
...???
놀랍게도 팀 인터뷰 요청 메일이었다.
뭐지? 나 인터뷰 조졌는데?
하는 생각과 함께,
팀 인터뷰는 어떻게 준비하지? 뭘 해야하지? 완전 멘붕이었다.
심지어 놀랍게도,
1차 인터뷰 처럼 딸랑 1시간만 보는게 아니라
내가 입사할 팀의 팀 멤버 5명과 5시간동안 인터뷰를 봐야 하는 일정이었다.
그것도 영.어.로.
멘붕하는 내 마음을 추스릴 것도 없이 나는 그렇게 2차 팀 인터뷰를 준비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