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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낭이 Oct 27. 2022

어쨌든, 연봉은 올랐습니다. 그것도 아주 많이요

미국 회사 이직의 장점? 단점?

주변 사람들이 "미국 회사로 이직하고서 뭐가 가장 좋아?" 하고 물었을 때,

나는 보통 다음과 같이 대답했었다.


"응 그러니까 말이지, 내가 원래 예전 박사 시절부터 미국에서 근무하는 어떤 그런 로망이 있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그걸 성취하게 될 것 같고 아 그리고 또 어쨌든 새로운 환경에서 근무하는 것에 대한 설렘과 어쩌고 저쩌고..."


뭐, 뻔한 답변이고 틀린 답변은 아니었지만.. 어딘가 식상한 답변이기도 했다.

그리고 늘 그런 답변 뒤에는


"야 다 때려치우고 돈 많이 주잖아 아니야? 미국 회사 연봉은 최소 2억 3억이라던데? 와 너도 돈 많이 받겠다 좋겠다 와 씨"


이런 대답이 뒤따르곤 했다.


물론 그들 앞에서,

그래 맞아. 삼성보다 돈 많이 주더라.라고 말할 수는 없기 때문에 그냥 웃고 넘겼지만,


실제로 정말로 놀랍게도, 내가 작성해 본 이직해야 하는 이유에 '금전적 이유'는 없었다.

아니 오히려 '이직하면 안 되는 이유'에 가까웠다고 해야 하나..


내가 돈이 많거나, 돈에 욕심이 없거나 하는 이유가 아니라..

정말 현실적으로, 금전적인 이득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었다.


정확한 수치를 밝힐 수는 없지만 작년에 삼성전자 책임 1년 차였던 나의 세전 연봉과,

이번에 새롭게 퀄컴으로부터 받은 U.S offer letter 상 연봉을 절대적인 수치로 비교해 보면,

이번 환율 상승까지 감안하여 대략 1.8배 정도 상승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저 절대적 수치만 생각하며, 정말 뭔가 내가 대단한 성취를 이뤄내었고,

연봉도 많이 올랐다는 자부심에 가득 차 있었다.


그런데 내가 실제로 미국에서 생활해야 하는 생활 비용을 전부 비교해서 계산해보니..

이건 완전 적자가 아닌가.


적자를 유발한 가장 큰 원인은,

- 한국만큼이나 미쳐버린 미국 집값, 한 달 렌트비가 4인 가족 최소 4000불 이상 소요

- 두 아이의 어린이집(daycare) 비용이 최소 한 달에 3~4000불 소요 (최소 2년간)


이 두 가지만 하더라도 이미 최소 한 달에 7~8000불이 필요하다..

거기에 각종 세금 + ESPP + 401K + 보험 + 차량 유지비 + 통신비 및 기본적인 생활비까지 더하면...


그야말로 적자인 것이다..


아이들이 좀 더 커서, daycare 비용이 사라지면 조금 나아지겠지만

최소 미국 정착 후에 2년간은 너무나도 힘든 시간들이 될 것은 자명해 보였다.



이런 내 속도 모르고

"야 미국 회사 돈 많이 준다며 대박이다" 하던 사람들도 내가 비용 하나하나 언급하며 설명해주면,

"힘내.." 하고 위로해 주더라.



어쨌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미국 이직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내가 열심히 performance 내는 만큼, 내 몸값을 올릴 수 있다"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반도체 부흥을 위해 이렇게나 힘을 쏟는 이 시기에,

더 좋은 환경에서 (최소한 삼성보다는) 더 많은 것을 배우면서 지식과 커리어를 쌓다 보면,


더 많은 salary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혹은 더 좋은 회사로 이직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이 기대 하나로 도전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니까 요약은,

연봉은 많이 올랐다. 2배 가까이.

그런데 필요한 생활비는 더 많이 오를 예정이다. 3배 이상으로..


나도 모른다.

내 선택이 옳았는지는.


적어도 예전 생활을 유지했다면, 최소한 이런 걱정은 안 했을 테지만,

그래도 어찌할 것인가.


내가 이번 기회를 선택하지 못하면 너무나 후회할 것만 같았는걸.



나의 선택이 옳은 선택이었는지는, 두고 보면 알겠지.



여하튼, 그래서

어쨌든 연봉은 올랐습니다. 그것도 아주 많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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