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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낭이 Jan 14. 2023

이것이 미국 회사의 매운맛인가..?

실제로 겪으니 더 정신없는 하루..

이미 아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미국 회사 내 고용 관계는 "At-Will" 입니다.

고용주든, 직장인이든, 언제고 맘 먹으면 그 관계를 그만둘 수 있는 것이지요.


최근 미국 Big tech 기업 간에 불어오는 layoff 바람을 뒤로하고

그래도 저희 회사는 그리 큰 수준의 layoff가 진행되고 있지 않아서 안심하고 있었는데요,


최근 저희 팀에서 layoff 비슷한 것이 발생되었습니다.


같이 일하던 Temp 직원의 계약이 정규직으로 전환이 안되고, 그 계약 마저 끝나버린 것이었죠.


저는 너무 놀랐습니다.

제가 입사하기 전부터 그 친구는 열심히 특정 project를 문제없이 잘 해결해 가고 있었고,

그 project는 그래도 꽤 중요한 것이었기 때문에,

정규직 전환은 힘들더라도 Temp 계약이 그렇게 쉽게 끊어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바로 어제, Linked-In에서 그 친구가 본인의 계약 종료 내용을 공유하고, open-to-work으로 상태를 바꾸었더라구요.


이 Temp 직원도 사실 말이 계약직이지 4년제 공과대학을 제대로 다 졸업하고, 관련 지식을 학부에서 공부한 신입사원과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생각해보니, 저희팀은 다 경력직만 있네요. 신입사원이란 개념이 없습니다.


사실 제가 삼성시절에 있을 때를 생각해보면 이 사실은 좀 소름끼치게 놀랍습니다.

이 친구가 대한민국 삼성에 입사했다면 어땠을까요? 아마 1년 남짓한 시간 동안 거의 업무에 투입되지 않고 교육을 받으며, 동기들과 열심히 좋은 시간을 갖고, 이제야 슬슬 일에 투입되려는 순간이었겠지요. 하지만 그는 입사한 1년이란 기간동안, 그런 기약없고 맘편한 교육 대신에 혼자서, 알아서 하나의 프로젝트를 맡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잘렸지요.


제가 들어오고 나서 그래도 몇 번 안되는 시간동안 얘기 나누고, 미국가면 보자는 이야기를 나눴던 친구인데,

솔직히 이런 상황에서 어떤 얘기를 해줘야 할지 감도 안옵니다.


그리고, 솔직히 개인적으로 더 무서운것은,

저 상황이 내가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라는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이제 새해를 맞이하여, 우리 팀도 바빠졌습니다.

VP에게 저희 팀의 project를 설명하고, ROI나 KPI 같은 수치들을 보여주며 해야하는 당위성을 증명해야 하는 기간이 되었습니다.


입사 후 저는 3개의 project를 맡고 있었는데, 이번 준비 기간동안에,

결론부터 말하면 제 resource가 거의 절반 이상으로 줄어버렸습니다.


제 manager의 manager가 보기에, 제가 각 project에 이만큼이나 투여될 필요가 없다고 했다네요.


사실상 project들을 맡아 일하고 있긴 했지만, 저도 어렴풋이 이런 순간이 올 것이라고 느끼고 있었나 봅니다. 크게 놀라지 않았거든요. 왜냐면 제가 하는 일을 생각해보면 제 스스로도 project slide에 기입된 제 resource가 많다고 느꼈으니까요.


그래서 제 고민은 시작되었습니다.

그 날아간 resource 만큼, 어쨌든 추가적인 업무를 진행해야 하는데,


저는 솔직히 아직도 하나도 모르겠습니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요.


그래서 매니저에게 물어봤습니다. How can I fulfill my work time?

그랬더니 그는 장문의 답변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한줄로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Over the course of the year, come up with at least 3 innovative ideas in your job"


....


그렇습니다.

매니저도 제가 뭘 해야 할지 모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 밥그릇은 제가 챙겨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제가 이전에 미국 회사에서 "Proactiveness를 가져야 겠다"는 글을 쓴적이 있는데요.

솔직히 이정도의 Proactiveness일 줄은 몰랐습니다.


나는 이제 막 박사를 졸업하고 3년정도의 업무경력을 가진것이 다인데...

이정도 되니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도 안들고.. 그냥 막막하기만 하네요.


여하튼, 저는 이렇게 하루하루를 또 버텨가고 있습니다. 상상도 못할 막막함 속에서요.

1년 후의 제가, 이 글을 보았을 때 어떤 느낌일 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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