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최근에 내가 받은 US offer를 기준으로 우리 가족이 미국에 가서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지
예상 월 수령액, 예상 월 소비액, 한국에서는 돈을 얼마나 가져갈지 등을 다시 한번 점검했다.
그리고 이번에 전체적으로 계산해 보면서, 미국의 월급 체계에 대해 대략적으로 여러 가지를 알게 되었다.
그래서 오늘은,
혹시 누군가는 관심을 가질지도 모르는,
한국, 미국 대기업의 연봉체계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수준에서 한번 이야기를 풀어나가 보려 한다.
물론, 모든 대기업을 다 반영하는 것은 아니고,
순전히 내가 경험했던 삼성전자와 퀄컴을 기준으로 비교하듯 얘기해 보려 한다.
다만 퀄컴의 경우, 대부분의 미국 기업의 체계와 유사하기 때문에,
실리콘밸리의 연봉체계가 궁금했던 사람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1. 삼성전자에서 받았던 오퍼
1-1. 급여와 보너스
어느 다른 회사와 마찬가지로 삼성전자도 해당 직급에 맞는 월 급여를 제공한다.
거기에 추가적인 보너스가 존재하는데,
우선 설/추석에 월급 수준만큼의 보너스가 지급되고 (세금 제외 후 실제 월급 수령액의 6-70% 정도?)
반기별로 통칭 PI라고 부르는 인센티브 보너스(TAI)가 지급된다.
그리고 매년 1월 말이면, 모든 삼성직원들이 기다리는 PS라 불리는 성과 인센티브(OPI)가 한번 더 지급된다.
이 성과 인센티브는 연봉의 최대 50%까지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물론 모든 세금을 제외하고)
꽤 커다란 금액이 한 번에 들어온다는 점에서 꽤 쏠쏠하다.
여기에 박사의 경우에는 월 50만 원씩 추가적으로 박사수당이 지급되고,
회장님이 기분 좋으면... 이 아니라 회사가 성과가 잘 나는 경우에 특별 보너스라는 것도 따로 지급된다.
삼성전자는 보너스가 많은 대신에, 실제 급여의 수준은 타 회사보다 조금 낮은 편이다.
아무래도 보너스를 많이 지급하기 위해서 그렇게 조정한 듯한데,
문제는 회사 상황이 안 좋아지는 시점에 회사에서 줄 수 있는 보너스 비율이 낮아지게 되면...
아무래도 체감이 더 크게 느껴질 것 같다.
이 외에도, 만약 당신이 '가' 고과를 3년 이상 받으면, 팀 내에서 인정받게 되어 팀장이 몰래 따로 불러내서 보너스를 주고 탄탄대로를 걷는 코스를 걷게끔 해주는 "Hidden Bonus"가 있다고 한다. 이 보너스만 잘 받아도 같은 연차의 수석의 월급이 최대 1.5~2배 이상 차이 날 수도 있다고 한다. (물론 풍문으로만 들은 얘기라 정확하진 않다.)
1-2. Benefit들 (현재는 변경되었을 지도)
먼저, 1년에 15일의 유급휴가가 제공된다. 그리고 출산을 하게 되면 아이당 10일의 휴가가 또 제공된다.
우리 부서에 계시던 분은, 쌍둥이를 출산하시면서 총 20일을 쉬시는 분도 계셨다.
그 외에,
베네포유라는 사이트에서 현금화할 수 있는 백만 원가량의 포인트, DS여가포인트몰이라는 곳에서 60만 원가량의 포인트, 어린이날 선물, 패밀리넷에서 삼성전자 가전제품을 싸게 구입할 수 있는 권리 (놀랍게도 이건 퀄컴 코리아에도 있다!)
의료비도 별도로 지원돼서 급여 항목에서 만원 이상 지출 시, 비율적으로 환급해 준다. 급여항목이 아니더라도 MRI, CT, 초음파, X-ray, 선택진료비는 회사에서 지원해 준다.
하루 삼시 세끼 다양한 종류의 식사 제공. 아침, 저녁의 경우 T/O는 15분, 식사는 30분의 근무 시간이 차감되지만 다양한 식사를 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주기적으로 제공되는 여러 분야의 양질의 교육 무료 제공
연금 납입 시 연봉의 일정 %만큼 납입하면 동일한 수준으로 회사가 match up
당장 생각나는 것은 이 정도인 것 같다.
아마 여하튼 기분 안 나쁠 정도의 수준으로 세세하게 직원들을 잘 챙겨줬던 것 같다.
2. Qualcomm U.S offer
2-1. 급여와 보너스
나는 박사 졸업 후 삼성전자와 퀄컴 모두 경력직으로 들어갔기 때문에 offer를 받고 사인을 했다.
삼성전자 입사 시에는 별다른 sign-on bonus 없이 준다는 대로 알겠다고 하고 들어갔었는데,
퀄컴 입사 시에는 나름대로 네고도 하고, 치열하게 주고받았던 것 같다.
기본적으로 처음에 지급받았던 것들은 다음과 같다.
1. Base salary
2. Sign On Bonus
3. Initial Restricted Stock Unit Grant (RSU)
4. Relocation package
Base salary는 누구나 아는 개념일 테고,
Sign On Bonus는 말 그대로 오퍼에 사인하는 대가로 받을 수 있는 현금성 보너스이다.
Relocation package는, 이주비 지원인데,
미국처럼 큰 땅에서는 주에서 다른 주로 옮기는 것만 해도 비용이 들기 때문에 이런 지원금을 해주는 것 같다.
Relocation 지원에도 크게 2가지가 있다.
하나는 회사와 연결된 업체를 통해 그 회사의 가이드 대로 일정 금액만큼 지원받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lumpsum, 말 그대로 지원 금액을 일시불로 지원해 주는 방법이다.
지원 방법에 따라 자신의 이주 계획이 변경될 수 있으니 잘 참고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미국 기업에는 RSU라는 개념이 있는데,
쉽게 말해서 보너스를 주식의 형태로 지급해 주는 방식이다.
그런데 이 지급 방식이 재미있다.
삼성전자 PS를 주듯 일시에 주식을 주고 팔 수 있는 것이 아니라,
Granting / Vesting이라고 해서,
해당 주식을 Granting 기간에 전부 다 받고, Vesting 기간에 정해진 양만큼만 팔 수 있는 시스템이다.
퀄컴의 Initial RSU는 3년간 vesting을 하는 조건인데,
내가 받은 양의 1/3 만큼을 받은 시점 기준 1년마다 팔 수 있도록 정해준다.
즉 내가 받은 모든 주식을 다 처분하기 위해서는 3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전에는 나의 돈이 아니다.
미국 회사는 이직이 잦고, 평균 근속연수가 3~5년이라 하니,
최대한 유능한 직원들을 오래 잡아두기 위해 이러한 방법을 쓴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에, 근무하면서 추가적인 Bonus들이 있다.
1. Annual Bonus - 삼성전자 PS처럼, 매년 연말에 내 연봉의 몇%만큼 현금으로 보너스가 지급된다. 해당 %는 본인의 업무 성과에 따라 변경된다.
2. Stock plan - 매년 지급되는 RSU가 따로 있다. 아직 지급받지 않아 모르겠지만, 이 또한 바로 vesting을 할 수 없고 일정 기간을 보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3. Retention Bonus - 이것 역시 풍문으로 들은 이야기인데, 일 잘하는 사람은 회사에서 몰래 따로 주식 형태로 추가 보너스를 주는 모양이다. 돈을 더 줄 테니 다른 데 옮기지 말라는 심산인 것 같다. 나도 이런 보너스를 받을 날이 올까?
2-2. Benefit들
사실 처음 offer 받았을 때는 별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인데,
이번에 실제 생활비를 계산해 보면서 이것들도 꽤 쏠쏠하다는 것을 깨달은 몇 가지가 있다.
1. Medical and Dental coverage 100% : 어디선가 들어본 바 있겠지만 미국은 의료비가 미친 듯이 비싸다. 그래서 이 보험을 들어야 하는 것이 필수인데, 퀄컴의 경우에 이 보험 지원이 본인과 그 가족 구성원까지 100% 지원된다. 이게 만약 지원되지 않거나, 일부만 지원되었다면, 아마 매 달 내가 내야 하는 비용만 몇 백 달라가 추가로 들었을 것이다.
2. 401K Match up : 삼성전자의 연금 납입 지원 제도와 동일하다. 매년 일정 금액에 대해 401k(퇴직 연금)에 납입하면 그 금액만큼 회사가 동일하게 납입해 준다. 단 근속을 2년 이상 해야 지원받은 돈이 나의 돈이 된다. 401k에 납입된 돈은 59세 이후에 찾을 수 있다고 한다.
3. Flexible time off and 12 company paid holidays : 이곳은 휴가 일수가 따로 없다. 매니저와 협의만 되면, 얼마든지 휴가를 사용할 수 있고, 거기에 매년 회사 차원에서 제공하는 12일의 휴일이 별도로 존재한다. 작년 말 11,12월의 경우에는 U.S에 있는 우리 팀원들을 거의 못 봤던 것 같다. 이렇게 놀고 언제 일하지..?
4. Tax Advantaged Health Saving Account :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병원비 전용 계좌이다. 여기에 매달 일정 금액을 납부하면, 그 금액을 제외한 금액에서 세금이 매겨지기 때문에, 세금 절감 효과가 있다. 다만 여기에 저축된 돈은 병원비로만 사용 가능하고, 65세 이후에 찾을 수 있다고 한다.
그 외에 여러 혜택들이 쓰여 있는 것 같은데, 이 부분은 아마 내가 직접 가서 느껴본 후에 다시 작성할 수 있을 것 같다. 미국에 적응해서 무료해지는 어느 날, 이 글의 2탄을 써보도록 하겠다.
마지막으로...
어제 정리해 본, 미국에서의 내 월급 사용처 그래프이다.
렌트비로만 월급의 반 정도가 나간다...!!!
상당히 보수적으로 잡았더니 매달 거의 남지 않거나 마이너스더라... 흑흑
물론 받게 될 보너스는 이 계산에 넣지 않았지만, 확실한 건 쉽지 않은 도전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올해 말 즈음에, 다시 한번 가계부를 작성하면 서 이 글을 보게 된다면 어떤 기분일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