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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낭이 Jun 17. 2023

첫 미국 대기업 근무 후의 소고    

한국 대기업과의 차이와 함께..

시간은 참 빠르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시간은 더 빠른 속도로 가는 것 같다.


미국에 도착해서 정착을 위해 했던 일도 많았지만, (SSN, DMV, 은행 계좌 개설 등)

그와 동시에 나는 미국 도착하자마자 일을 시작해야 했기에,

두 배는 더 힘들었던 것 같다.


오늘은 미국에서 근무 한 달 차 기념으로, 

내가 느꼈던 점들, 한국과는 달랐던 점들에 대해 간단히 적어보고자 한다.



1. 입사하자마자 좋지 않은 회사 분위기, layoff

도착해서, 같은 팀원 Shaun의 도움으로 사무실 열쇠도 받고, 건물 구경도 하고, 

director부터 다른 팀원들 까지 인사도 하면서,

아 정말 이제 여기서 내가 진짜로 일하는구나. 여기가 미국이구나 하는 전율이 일었다.


그래서 조금은 기쁜 마음에, 전체 팀원들에게 메일로 내가 미국에 잘 도착했고, 

만나서 반갑다는 메일을 보냈다. 


그리고 한 시간 후에 Shaun이 내 사무실로 와서는 이렇게 얘기했다.

"다음 주까지는 팀 메일로 뭔가를 보내지 마..." 

"지금 분위기가 조금 예민해.. Layoff 기간이거든.."


그제야 정말로 실감했다.

아 이곳이 정말 피도 눈물도 없이 잘라버리는 미국 회사로구나. 


분위기가 그래서인지, 원래 별로 나에게 관심이 없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딱히 뭔가 나를 환영해 주는 의식(?) 같은 것은 없었다.

보통 한국 같았으면 회식이라도 했을 텐데 ㅎㅎ


그리고 내가 입사한 그 주에, 우리 팀에서는 1명 은퇴, 1명 layoff가 되었다.

놀랍고, 또 무섭기도  첫 주였다.


2. 나만의 오피스, 그리고 외로움

미국에서 근무하게 된 날을 상상하며 가장 기대했던 것 중 하나는 바로 나만의 사무실을 갖는다는 점이었다.

물론 엄밀하게는 이 오피스를 나 혼자 쓰는 건 아니고 다른 한 명이 더 있지만, 

그 친구는 보통 Lab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나 혼자서 쓰고 있다.


나는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극단적 I 타입이라 매우 만족스럽지만,

그래도 가끔은 삼성에서 복닥복닥 여러 명과 같이 앉아서 일하던 때가 그립다. 


그때는 함께 커피도 마시고, 일하다가 힘들면 담소도 나누고 했었는데.. 

미국 기업이 보통 그렇다지만 우리 팀은 유난히 더 개인주의 적인 것 같다. 

누가 뭘 하든,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그냥, 본인이 맡은 일을 잘 수행해 내면 그걸로 끝이다. 


그래도 한 번씩 팀원 분들이 오다가다 방에 노크하고 인사해주고 간단한 small talk 정도는 하니까,

나중에 좀 더 친해지면 더 많은 이야기를 하는 날이 오겠지.



3. 저녁 8시.. 10시.. 늦은 시간 미팅 

인터뷰 볼 때 director가 

"우리 팀은 인도 팀과 일을 하기 때문에 저녁 9시 넘어서 미팅하는 일이 많은데 괜찮아?"

라고 물었던 대답에 아니요 말 못 하는 한국인답게

 "그럼 난 언제든지 일 할 수 있어"라고 패기롭게 대답했던 게 문득 기억난다.


실제로 인도와 미국 현지와의 time gap은 정확히 12시간 반이다. 

즉 여기가 낮이면 거기는 저녁, 거기가 낮이면 여기는 저녁이기 때문에, 

이른 아침 혹은 늦은 저녁에나 미팅이 가능한 구조이다.


몇몇 미팅은 이른 아침에 진행되지만 어떤 미팅들은 10시, 심지어 자정이 넘게 끝나는 경우도 있다.


점점 적응하고 있지만, 힘들기는 힘들다 


 4. Flexible work time + 주 4일 출근 제도+휴가 무제한

이곳은 자율 출근제다. 

삼성도 물론 자율 출근제였지만, 이곳은 진짜 진정한 의미에서 자율 출근제다.

심지어 나는 매니저가 다른 곳에 있기 때문에 더 눈치를 볼 필요도 없다.


원칙적으로, 1초만 있었어도 퇴근해도 된다. 

그렇게 주 4일만 출근하면 된다. (그것도 주 2일에서 올해 5월부터 강화된 거라고 한다.)


누군가는 정말 미국 회사는 개꿀이군! 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

반대로 말하면,

네가 1초만 출근하든 밤새 출근하든 별로 신경 쓰지 않아.

일만 제대로 해라는 느낌이랄까.


그래도 덕분에 처음 출근하고 2주간은 개인적으로 해야 할 일들이 많았어서(SSN 등)

아침에 일을 처리하고 오후에 와서 출근하는 등 유동적으로 일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어차피.. 집에 와서 저녁에도 일을 하게 되니까... 큰 마음의 짐도 없달까 ㅋㅋ


또 하나 다른 점은, 이곳은 휴가 개수가 정해져 있지 않다는 점이다.

마음만 먹으면 이론상 휴가를 365일 쓸 수 있다.

물론 매니저의 허락을 맡아야 하기 때문에 그런 일은 일어날 수 없지만..

 

그래도 보통, 여기 사람들은 연말에 거의 2~3주씩 휴가를 다녀오는 것 같다.

1년 전체적으로 사용하는 휴가 일수를 봐도 삼성과는 비교도 안되게 많이 사용한다.


나는 아직 눈치만 보고 사용할 엄두도 못 내고 있지만, 

점차 잘 워라밸을 조율해서, 가족과 보내는 시간을 점차 늘려보고 싶다.


 5. 그래서 네가 벌어낸 돈은 얼마야?

나는 엔지니어이고, 사실 아직 회사 경험이 얼마 되지 않았다는 핑계로, 놓치고 있었지만

이곳 미국 회사로 옮기고 나서는 계속해서 이런 챌린지를 받는다.


"그래서 네가 회사를 위해 창출해 낸 돈을 얼마야?"


사실 삼성에 있을 때나, 여기서나, 일의 종류가 크게 다르진 않다. 


삼성에 있을 때는, 

사실 어떤 project을 진행하다가도, 무산되거나, 흐지부지 되거나, 하는 경우도 많았고,

매니저 급이 아닌 이상 이렇게 치열하게 나의 일을 돈으로 계산해서 보고할 기회도 없었다.

그래서 그게 때론 아쉬웠었다. 


그런데 막상 정말 치열한 곳으로 오니까, 이건 또 다른 의미의 스트레스였다.

여기서는 정말 나 같은 말단 engineer에게도 끊임없이 네가 있어야 하는 존재 이유를 묻는다.


한 가지 확실하게 다른 점은,


내가 여기서 하고 있는 어떤 일이, 

그냥 하라고 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무슨 의미를 가지고, 어떤 이윤을 얼마나 창출해 낼 수 있는지,

정확하게 판단하고서 일을 해나간다는 것.


그래도, 덕분에 힘들지만, 의미를 찾아가며 일하고 있다. 

성장하고 있다고 믿으면서.


6. 월급이 아닌 주급

이곳에서의 또 다른 점은, 매 달 나오던 월급이, 이제 2주에 한 번씩 나온다는 점이다.

그래서 아직 한 달 차임에도 벌써 2번의 주급을 받았다. 


급여 수준도 절대적인 수치는 한국보다 훨씬 많다.

한국에서 받던 월급보다 조금 많은 양이 주급으로 나오는 정도..? 


하지만 받자마자 나가야 하는 렌트비와 아이들 교육비를 생각하면 꼭 좋지만도 않다..

이곳 물가는 정말 살인적이다.


11월이 되면, 한국에서와 같이 고과 평가를 받고, 그에 상응하는 보너스를 받는다고 하던데,

과연 어느 정도로 받을 수 있을까? 나중에 한번 또 글로 정리해 봐도 의미 있을 것 같다.



이제 막 일한 지 한 달이 지나는 시점이라, 

아직도 알아야 할 것도 많고, 배워야 할 것도 많지만, 우선 내가 느꼈던 여러 다른 점에 대해 적어 보았다.


아직도 나는 내가 미국에서 일한다는 것이 실감 나지 않는데, 언제쯤이면 실감이 나려나..

그래도 하나씩 하나씩, 

안 되는 영어로 손짓 발짓 해가면서 배워 나가는 기분이 뭔가 새롭게 태어난 기분이다.


올해 말쯤 되면, 좀 더 익숙해진 내가 더 멋진 글을 써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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