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기업 적응기
최근 우리 회사에서 가장 핫한 이슈는 바로 layoff이다.
이미 Microsoft, Meta, Amazon 같은 bigtech들은 10-20k 단위의 대규모 layoff를 했던 것에 비해
올해 초까지만 해도 Qualcomm은 아주 작은 단위의 layoff만 있었기 때문에,
Layoff에 대한 별생각 없이 계속 일해왔다.
그런데 최근 실적이 기대보다 좋아지지 않는 상황이고,
CEO의 사내 메일에서도 명확하게 workforce의 감축이 있다는 언급을 보고 나니,
이게 정말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구나 라는 생각이, 실감이 들기 시작했다.
전체 메일을 보낸 CEO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모든 결정은 10월까지 완료될 것이고, 10월 이후에 고과 평가가 진행될 것입니다"
"여러분에게 합리적인 기회를 주기 위해 2개월의 기간 동안 준비할 수 있도록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transparent) 진행할 것입니다"
이런 대규모 layoff는 상상도 못 했던 곳에서 일해왔던 나는 속으로
'네네 미리 알려주셔서 참으로 고맙수다..' 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이런 상황이 익숙한, 미리 경험해 본 다른 퀄컴 직원들은
오히려 이런 진행이 더 make sense 하다고 이야기하는 걸 보면,
layoff라는 것이 미국 회사생활에서는 정말 그리 갑작스러운 이야기도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주변에서 간간이 들려오는 찌라시 성 소식들도 조금 무섭다.
누군가는 10k 수준의 대규모 layoff가 있을 것이라고도 하고,
누군가는 그리 큰 수준은 아닐 것이라고도 하고,
누군가는 이미 layoff가 진행된 곳도 있다고 하고,
미국 Blind에서도 가장 핫한 것이 바로 이 layoff 이야기이다.
자기들끼리 몇 % layoff 될 것인지 투표하고,
어느 분야 팀이 layoff 될 것인지 이야기를 나누는 글이 난무한다.
그리고 실제로 나처럼 한국에서 미국으로 넘어올 준비를 하는 분들 중에서 몇몇 분들은
비자가 승인 났음에도 HR로부터 잠시 기다리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하니,
나처럼 둔한 사람도 현재 분위기가 정말 심상찮다는 것 하나는 알 수 있을 것 같다.
나도 괜히 한 번씩 생각하게 된다.
만약 내가 이번 layoff의 대상자가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현재 가진 O1 비자는, sponsor가 Qualcomm으로 되어있는 비자이기 때문에,
내가 해고되어 버린 후에, 일정 기간 동안 다른 sponsor를 찾지 못하면, 비자가 만료되어 버린다.
요새 같이 전체 job market이 얼어붙은 때에
그다지 특출 나지도 않은 내가 다른 곳에 취직되기도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말이다.
게다가 지난 포스트에서도 언급했지만,
나는 현재 업무가 미국에 오면서 갑작스럽게 일부 변경되는 바람에
거의 업무라기보다 study에 가까운 수준으로 여러 일들을 하고 있다.
아마 현재 우리 팀에서 가장 팀에 기여도가 낮은 사람은 바로 나일 것 같은데..
그런 생각을 하면 가끔 정말 내가 대상자가 되는 게 아닐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아직 AR(고과 평가)도 받아보지 못했는데 layoff 되면 정말 억울할 것 같긴 하다..
그리고 힘들게 미국에 이제 겨우 정착해서 적응하려고 하는 참인데,
갑자기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면
그것도 그것대로 참 난감한 일일 것 같긴 하다.
오랜만에 이곳 샌디에고로 와서,
나로서는 처음 대면한 매니저와도 이번주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매니저도 나에게 딱히 어떤 말을 해줄 수 없었다.
그냥 결론은,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으니, 그냥 묵묵하게 나의 일을 하는 것"
그것뿐이다.
어쨌거나, 결국은, 나를 포함한 모두는 속으로
를 외치고 있을 것 같다.
한편으로는 layoff 이후에 남아있는 직원들의 보상 차원으로 보너스를 좀 더 챙겨준다는 낭설도 있던데,
나는 남아서 그 보너스를 받게 된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깐 스치듯 한 내가 소름 돋기도 하면서
이것이 바로 미국식 자본주의 마인드인가 싶기도 하고(물론 아니다)
여하튼 그렇다.
잘릴 걱정 없는 한국 대기업에서 일하는 것이 얼마나 커다란 행복인 것인가.
다시 한번 느끼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