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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낭이 Aug 21. 2023

미국 회사에서 일할 자격 조건

와서 보니 느껴지는 무력감

미국에 와서 확실하게 알게 된 단어 중 하나가 바로 "Eligible"이다.

 

그 뜻은, 

having the right to do or obtain something; satisfying the appropriate conditions

인데 

대충 ~할 자격이 있다는 뜻이다.


비자, 회사 보험 처리, 세금 문제, 자동차 보험 등 

여러 서류들을 처리하다 보면

내가 이러이러한 조건에서 eligible 하기 때문에 이를 수행하거나 돈을 환급받을 수 있다는 식의 문장을

많이 보게 되었다. 그리 하여 이 단어에 친숙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나의 비자를 보다가, 

나는 스스로 나 자신에게 이런 질문이 들었다.


Am I eligible to work in the U.S?


뻔한 대답을 하자면, 

나는 Officially 자격이 있다.

나의 비자는 Qualcomm을 sponsor로 3년간 일할 자격을 부여해 주었으며, 

나의 고용상태는 Full time employment이다. 


도착 후 적법한 절차에 맞춰 법무팀과 Green card를 진행하고 있으며, 

잘 완료가 된다면, 무리 없이 나는 미국에서 일할 '자격'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문득, 내가 좋아하는, 내가 걸어가고 싶은 길을 먼저 저만치 걸어가고 계신 나의 브런치 관심작가님인 예나빠님의 글을 읽고 나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https://brunch.co.kr/@airtight/174#comments


단순히 미국에서 일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 것과,

그 회사의 구성원으로서 하나의 인정받는 직원이 되어 일을 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 것이

정말 같은 의미인 것인가?


처음 미국 회사에 지원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을 때는, 

"뭐 그냥 한번 해보자" 정도의 가벼운 마음이었다. 


영어는 1년 전에 별생각 없이 봤던 OPIC에서 IH라는 점수를 받고서, 이 정도면 되었지 생각만 하고 있었고 

영어 면접을 준비한답시고 예상 질문을 달달 외워서 어떻게 어떻게 1차 2차 면접을 통과 하긴 했었다.


미국 회사에 간다고 했을 때, 누군가가

"xx님 영어 잘하세요? 미국에서 사실 수 있으세요!?"라는 질문을 했을 때에도

"뭐 그냥 손짓발짓 하면서 살면 되지 않을까요? 하하" 하면서 웃으며 넘어가곤 했었다.


그런데 막상 미국 와서 실제 사람들을 만나서 같이 일하다 

정말 가끔 커뮤니케이션에서 막힐 때면, 

순간순간 무서울 때가 있다.


또 이러한 감정은 

최근 Yield 업무를 진행하면서 조금씩 더 커져갔다.


내가 해야 하는 일이 변경되면서, 들어간 내부 sync up 회의 때는

정말 영어도 무슨 말인지, 

그 안에 사용되는 전문 단어도 무슨 말인지,

이 사람들은 지금 왜 웃고 있는지,

멍하니 앉아서 그들을 바라보다가 스스로가 너무 무서워졌다. 


"나 정말 이곳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거야?"




어찌 되었든 나는 이곳에 있다.

바쁜 하루하루 와중에 영어공부를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막연하게,

미국 회사에서 일하면 경험도 쌓고 참 좋지 않을까 했던 나의 철없는 생각은,

이제 구체화되기 위해 매일매일 단단하게 다져지고 있다.


인생은, 늘 모든 목표의 종점이 새로운 목표의 시작점이다. 

대학 입시도 그랬고, 

박사 과정도 그랬고, 

회사 입사와 이직도 그러했다.


나는 또다시 새로운 목표의 시작을 위해 지금의 목표를 끝내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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