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가 원하는 것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미국으로 직장을 옮기고 나서,
그리고 실제로 미국에서 일을 시작하고 나서부터
나의 매니저와 이야기를 할 때마다 자꾸 'misalign' 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대체 나는 뭐가 문제인 걸까.
나도 흔히들 말하는 '일잘러'가 되고 싶은데,
매니저로부터 조언을 넘어선 지적이나, 요구사항을 들을 때마다
내가 정말 잘하고 있지 못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자주 받는다.
이 글은 내 스스로가 나를 위해 좀 더 회사생활을 잘해보고자
개인 경험을 기반으로 그동안 있었던 일을 정리하고,
해결책을 스스로 찾아보기 위해 작성되었다.
혹시 본인이 생각하는 더 좋은 방법이나, 피드백을 댓글로 달아 준다면
나에게, 그리고 이 글을 읽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1. 미팅 정보를 왜 정리 안 했어?
어느 날 벤더사의 새로운 기술에 대한 발표 미팅이 있었고, 나 역시 관계자로서 초대되었다.
이 미팅의 목표가 무엇인지, 어떤 기술에 대한 발표인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고,
나 역시 별생각 없이 가볍게 참석해서 그렇구나, 그렇지 하면서 넘어갔다.
그리고 이틀 후,
매니저로부터 IM이 도착했다.
"해당 기술에 대한 key takeaway가 뭐야?"
"해당 기술에 대한 timeline에 대해 인도 engineer가 언급했던데 언제 release 되는지 알아?"
아뿔싸 싶었지만, 당장 잘 파악하고 있지 않았기에.. 솔직하게 잘 모르겠다고 했다.
"이런 회의에서 정보를 수집 안 하면 대체 왜 참석하는 거야?"
"모든 회의에 어떤 식으로든 기여하겠다는 목표를 세우는 것이 좋아. 직접적인 가치를 더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고. 그렇지 않다면 최소한 한 가지 질문이라도 해. 아니면 회의록을 작성하거나 회의가 끝난 후 요약본을 공유해 줘"
"회의에 그냥 앉아만 있으면 결국 안 좋게 보일 수밖에 없어. 좋은 습관들 지금부터 들이도록 해"
폭풍 같은 잔소리를 받게 되었다.
오롯이 나의 문제였다.
나는 이제 이 기술 분야의 전문가로 미국에서 일하고 있으면서
부끄럽게도, 아무도 시키지 않았다는 것을 핑계로 아무 일도 안 하고 있었다.
나는 저 말에 대답할 적합한 다른 말을 찾지 못한 채, 이렇게 대답했다.
"Understood. Will do."
2. 나는 별 일 시키지도 않았는데, 왜 새로운 일을 안 하고 있어?
내 매니저는 그 누구보다도 매니징을 철저하게 잘하는 사람이다.
나를 포함한 모든 팀원의 한 달간 work time이 각 프로젝트마다 칼같이 분배되어 있다.
그리고 미국에 오고부터,
갑자기 새롭게 맡게 된 yield 업무는 무려 한 달 중 50%나 차지하게 되었다.
나의 매니저는 말했다.
"이제부터 너는 이 업무에 대해 너의 근무 시간 중 50%를 할애해야 해."
"대략 2-3주 후부터는 네가 지금까지 한 것에 대해 발표할 수 있도록 해."
너무 난감했지만, 우선 되는대로 해당 분야의 전문 engineer들을 찾아가서
정말 맨땅에 헤딩하듯이 하나씩, 하나씩 배우게 되었다.
그 와중에, 남은 50%에 대한 부분은 나의 기존 업무들이었기 때문에,
나는 적절하게 잘 분배를 해서 일을 해야 했다.
그리고 그 이외의 일들, 이미 종료되어 내 한 달의 work time에는 할당되어 있지 않지만,
어쨌든 해야 하는 일들은 알아서 시간 짬을 내서 또 해야 했다.
2주가 지났을 무렵,
매니저는 급하게 터진 이슈에 대해 이것을 너의 지난 프로젝트 결과물로 확인해 줄 수 있겠냐고 요청했고,
나는 그 결과물을 확인하던 와중에 나의 결과물에 대한 일종의 error 및 개선점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 일은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나는 몇 일간을 또 이 개선 업무에 할당하게 되었다.
그리고 받은 피드백.
무려 직접 온 피드백이 아니라,
매니저가 다른 yield 관련 principal engineer들에게 나의 진행 상황에 대해 물어보는 과정에서,
잠시 내가 yield 업무를 중단하였다는 이야기를 듣자, 이렇게 말한 것이다.
"나는 별 일 안 시켰는데, 대체 그 친구는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야?"
3. 기존에 시켰던 업무는 대체 언제 끝나?
뭔가 잘못된 느낌이 들었다.
나는 어찌 되었든 이른 출근에 늦은 퇴근까지 하면서 해야 할 일들을 하고 있었는데,
상위 engineer들 사이에서는, 그냥 할 일 없이 놀고 있는 애 취급을 받게 된 것이다.
기존의 개선 업무를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시간이 더 필요했지만,
우선 매니저가 말해 둔 "발표"를 하기 위해 나는 다시 yield 업무에 온 시간을 쏟았다.
각종 tool과 통계 언어가 낯설었기 때문에 기존 engineer가 1시간 만에 끝날 일도
나에게는 3-4시간이 필요했다.
그래도, yield 업무를 담당하시는 다른 principal engineer 분의 여러 적극적인 도움으로,
사소한 일부터 맡게 되어 회의에 발표를 하게 되었고,
오롯이 이 업무에 모든 시간을 쏟게 되자,
하나 둘 씩, 발표 거리와 알게 되는 것들이 생겨 났다.
'그래, 이 정도면 매니저도 조금 만족했겠지?'
그리고 그다음 주 sync-up에서 매니저는 내게 물었다.
"지난번 확인 요청했던 건은 왜 보고하지 않아? 언제쯤 알려줄 생각이야?"
대략 최근 한 달간 있었던 일들이다.
예전 삼성에서 일할 당시에는,
체계적으로 나의 업무들에 대해 list-up을 하지 않아도 머릿속으로 어느 정도 cover 되었기 때문에
딱히 신경 쓰거나 걱정했던 적이 없었다.
업무가 많아져도, 익숙한 일이었고, 시간을 온전히 쏟으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이었다.
그러나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업무들에 대해서,
특히 메일을 하나 쓰더라도 기존과 달리 영어로 써야 했기 때문에 배의 시간이 걸리는 이 상황에서,
나는 내 매니저가 나를 관리하는 것 이상으로 나를 관리하지 않으면,
혼자서만 죽어라 열심히 하고, 실제로는 일 안 하는 사람이 되어버린 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무언가 확실히 잘못되었다고 느낄 즘에,
그날도 어김없이 저녁 늦게 퇴근하는 퇴근길에,
틀어놓은 미국 유명인들의 졸업 연설 영상에서 내 마음을 크게 흔드는 말이 있었다.
"Turn towards the problems that you see"
"문제가 보이는 방향으로 몸을 돌리세요"
"You have to engage"
"그 속으로 뛰어드세요"
"And turn towards the problems that you see"
"그리고 다시, 문제가 보이는 방향으로 몸을 돌리세요"
다음 글에 계속.....
https://www.youtube.com/watch?v=XPsN6mZy2C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