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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낭이 Oct 16. 2023

입사 후 첫 대규모 layoff를 겪다

실제 경험한 미국 회사의 무서움

그날은 회사가 아닌 집에서 일하는 날이었다.

전날 밤늦게까지 인도 팀과 미팅이 있었기에, 쉬면서 일할 겸 집에서 편한 복장으로 일하고 있었는데,

우리 팀 Sr.Director로부터 메일이 왔다.


오늘 회사에서 취한 조치라는 제목의 메일이었다.


그랬다.


회사 CEO가 공식 회의석상에서 대규모 layoff를 선언한 지 2달째 되는 오늘, 

소문으로만 무성하던 layoff에 대한 결과가 나온 것이었다.


깜짝 놀란 나는, 혹시 내가 그 대상자는 아닐까 하며 허겁지겁 메일을 열어보았다.


나와 같은 사람을 위해, 

다행히도 메일 첫 문장에는 다음과 같이 써져 있었다.


"당신이 이 메일을 받은 이유는, layoff 영향을 받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읽어 내린 메일.


우리 팀도 다른 팀과 마찬가지로 일정 부분 영향을 받았으며,

영향받은 다른 직원의 privacy를 위해, layoff 관련해서 알아보지도, 말을 꺼내지도 말자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모두가 정리된 10월 말, 전체 그룹 회의를 진행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대체 우리 팀에서 누가 영향을 받았을까. 

내가 생각하기에 모두가 다 나보다 뛰어나고 일 잘하는 사람들인데 말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떠올릴 수가 없었지만, 그게 누구인 지 알아낼 수도 없었다.

단순히 시간이 흘러야만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그렇게 그 메일을 받은 다음날,

나는 회사에 출근했고, 

그날은 특별히 평소 나와 함께 같이 일하던 engineer 두 친구와 함께 점심을 먹기로 했다.

이 친구들을 만나면, 뭔가 소식을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과 함께,

나는 그들을 만났고,

그들은 나를 보며 웃으며 이야기했다.


"담낭아, 우리 둘 다 layoff 되었어"




처음에는 믿을 수가 없었다. 

직급은 낮은 친구들이었지만, 실제 수율 분석에 가장 실무적인 일들을 도맡아 하는 친구들이었다.

이 친구들이 사라지면 대체 그 일들은 누가 한단 말인가?

게다가 나는 어느 정도 직급이 높은 사람이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야 실제로 layoff로 인한 cost 절감이 되었을 테니까.

그러나 그들은 직급도 낮은데 그 대상자가 된 것이었다.


한 친구는 심지어 입사한 지 2년도 안 되는 친구였다.


심지어 다른 친구는, 

H1B visa였기 때문에, 2달 내로 다른 직장을 구하지 못하면 그의 나라로 돌아가야 하는 친구였다.


그래도 조금은 친해졌다 생각했던 친구들이었는데, 

그리고 실제로 업무를 배워가는데 나에게 많은 도움을 주던 친구들이었는데 말이다.


점심을 먹기 위해 모였지만, 나는 점심을 먹을 수가 없었다. 

내가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니었지만, 마치 내가 영향을 받은 것처럼 속이 메스꺼웠다.


오히려 나보다 더 태연하게, 그들은 앞으로 벌어질 일들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그들은, 


"그래도 보통 tech 기업들이 당일 통보하고 해고하는 반면에, 우리는 1주일 이상의 시간을 주니까

상대적으로 인간적이야, 그렇지 않아 담낭아?" 


하며 초연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자신을 잊지 말라며 자신 이름을 상징하는 Alphabet 나무 문양을 건네었던 친구




그렇게 그들과의 점심시간을 마치고, 사무실에 돌아와서 많은 생각에 잠겼다.


우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그들이 아니었으면 바로 나였겠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그들 다음으로 직급이 낮은 사람이 바로 나였다.

또한, 다른 숙련된 팀원들과 비교해 보았을 때 가장 직무 숙련도가 떨어지는 것도 바로 나다.


그들이 없었다면, 아마 내가 layoff 대상자가 되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니,

정말 소름 끼치지 않을 수 없었다.


CEO로부터 공식적인 대규모 layoff 공지를 들었을 때도,

'나는 그래도 아직 입사한 지 얼마 안 되었고, 미국에 온 지도 얼마 되지 않았고 (불안정한 비자), 

월급도 낮은 sr.engineer 이니까 대상에서 조금 열외 되는 게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을 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에 layoff 된 그들을 보니, 나의 기대는 전부 다 근거 없는 망상이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게다가, 이번 대규모 layoff가 마지막이라는 것을 누가 장담해 줄 수 있단 말인가.

만약 빠른 시일 내에 또 한 번의 layoff가 실행된다면,

그때는 정말 내가 영향을 받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는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니 정말로, 무서워졌다.


그렇게 한참을 감성적인 생각으로 시간을 보내다가 두 번째로 든 현실적인 생각은,

이제 그들의 기존 업무들은, 대부분 내가 하게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 보면 그들은 상대적으로 좀 더 실무적이고, 노가다성 업무들을 많이 해왔다.

실제적으로 실무에 가까운 일들이었기에, 조금은 더 까다롭고 귀찮은 일들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들이 없는 지금, 그 일들을 누군가는 해야 하고, 

그 위의 principle eng들이 이 일을 할 리는 없을 테니,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도 그 일들은 모두 나의 담당이 될 것이 자명했다.


이렇게든 저렇게든, 

이번 layoff는 참으로 달갑지 않은 사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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