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이 여타 히어로들과 다른 점은 그가 가진 힘에 있을 것이다. 엄청난 재력이 있지도 않고 초능력이 있기는 하지만 어벤져스 캐릭터를 나열해놓고 보면 강한 축에 속하기는 어렵다. 똑똑하지만 이 또한 노력의 산물이다. 가난 속에서 힘겹게 살아온 그가 거미에게 물리게 되면서 그가 한 행동은 그저 주변 이웃들이 안전할 수 있도록 매일 최선을 다 하는 것이었다. 그에게 가장 큰 초능력은 자신이 가진 힘을 필요한 곳에 사용할 줄 아는 지혜와 약자를 위해 위험을 무릅쓰는 강인함이다.
<홈커밍>에서는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기 위해 애쓰고 <파 프롬 홈>에서는 자신이 가진 힘의 무게를 성찰한다. 끝내 3편에 도달한 그는 굳건하게 자리 잡은 '큰 힘'을 보여준다. 그의 잘못된 바람은 멀티버스에서 스파이더맨에게 앙심을 품은 모든 시공간 속 악당들을 불러 모으게 된다. 하지만 스파이더맨은 그들이 죽음의 운명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그들을 치유하는 길을 선택한다. 그가 그런 선택을 할 수 있는 것은 메이 숙모가 주신 가르침 때문일 것이다. 그들이 피터의 인생에 큰 상처를 입혔지만 그는 여전히 자신의 신념을 잃지 않는다. 그리고 또 다른 피터들이 그런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영화는 관객에게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주인공들이 한 데 모여 웹스윙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할말을 잃게 만든다. 우리는 거대한 프렌차이즈의 위력과 스파이더맨과 함께한 추억의 힘을 동시에 경험한다. 그들은 스파이더맨 답게 실수로 또는 어쩔 수 없이 죽일 수 밖에 없었던 그 수많은 악당을 다시 불러 모아 그들의 고통을 치유해주는 방식을 선택한다. 여타 히어로 영화에서는 살생에 대해 무디게 표현되지만 스파이더맨은 다르다. 그들은 누군가를 구하는 것에 목적이 있고 모두를 이웃으로 여기는 히어로다. 동시에 이 계기를 통해 그들 또한 과거의 상처에서 스스로를 구원한다. 그웬을 구하지 못했던 앤드류 스파이더맨에게는 MJ를 추락에서 구함을 통해, 그리고 우연하게 고블린을 죽음에 이르게 했던 토비 스파이더맨은 톰 스파이더맨이 그를 죽이려는 것을 막음을 통해 구원받는다.
가장 놀라운 지점은 결말이 아닐까 싶다. 모두의 안전, 즉, 이웃의 안전을 위해 자신을 모두의 기억 속에서 지우는 선택하며 모든 것을 잃게 된다. 하지만 그는 그런 상황에서도 이웃을 위한 선택을 한다. 토비 스파이더맨과 앤드류 스파이더맨이 그러했듯, 본인이 직접 슈트를 만들어 범죄와 싸우기 위해 밖으로 나선다. 수많은 성장통 끝에 그는 과거의 스파이더맨들, 이제는 다른 멀티버스에서 존재하는 스파이더맨들의 정신을 이어받아 ‘친절한 이웃 스파이더맨’으로 돌아간다. 어떻게 보면 그의 위대함은 큰 힘보다도 스스로 큰 책임을 질 줄 아는 큰 마음에서 오는 것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