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를 부정하는 수많은 가정법은 에블린에게 지금의 삶과는 전혀 다른 자신의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배우, 가수 등 세상 모든 것, 심지어는 돌까지도 될 수 있는 사람이었지만 다른 선택으로 한 남자에게 정착해 세탁소를 운영하고 질풍노도의 딸을 키우게 되었다. 그녀는 그렇게 무궁무진한 세계 속 '자신들'을 경험하며 지금의 삶을 후회한다.
'모든 것이 부질 없다'는 생각에 잠식되어 가던 그녀가 발견한 것은 '상냥함'이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상냥함을 잃지 않는 남편의 태도는 그녀에게 과거나 미래가 아닌 현재를 보게 하는 힘을 준다. 우리는 타인이 어떻게 살아왔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모르면서 그들에게 날카로운 편견과 잣대를 들이댄다. 그는 그것을 내려놓고 대신 두 팔을 넓게 벌려 내밀 줄 아는 사람이다. 에블린은 그렇게 딸에게 두 팔을 내민다.
결국 그녀가 또 다시 같은 현실을 택한 이유는 다른 선택을 하게 되면 조이와 함께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세상 모든 것이 부질 없다고 아무리 되뇌여도 어떤 감정은 억누를 수 없을 때가 있다. 누군가를 억누를 수 없을 만큼 사랑할 때 그것을 감히 부질 없다고 말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