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꿈 많던 청년의 삶을 태워서 만든 베이글

어느 꿈 많던 청년의 삶을 태워서 만든 베이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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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이제 퇴근해요.
눈 감으면 바로 잘 수 있을 것 같아.”


MBC뉴스데스크 보도자료


2025년 7월 16일, 스물여섯 살 청년 A 씨는 인천의 한 숙소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그는 해당 베이커리 업체(이하 L 베이커리) 인천점의 주임이었다.
주 80시간을 넘게 일했다.




그의 휴대전화에는 일주일 전의 대화가 남아 있었다.
7월 11일 오전 7시 42분 출근,

그리고 다음날 7월 12일 새벽 3시 11분 퇴근.
무려 20시간 근무였다.


근로기준법이 보장하는 하루 근로시간 8시간,

연장근로를 포함하더라도 최대 12시간이라는 상한선을
그는 매일같이, 무참히 넘어서고 있었다.




사망 직전 일주일 동안의 총 근로시간은 79시간 35분,
휴식시간을 빼면 실질적 노동시간은 82시간 45분이었다.
법정 기준을 훨씬 넘어선 불법 근로였다.

그의 삶은 매일같이 야근으로
상당한 피로가 누적 되고 있었다.

밥은 서서 먹었고, 휴무일에도 호출됐다.

그의 카톡에는 “오늘은 밥도 못 먹었어”,

“계속 일하는 중이야” 같은 문장들이 남아 있었다.

A씨가 과로사로 사망하기 전,

L 베이커리 인천점은 새로 문을 열었다.

개점 특수를 맞아 직원 모두가 비상근무에 투입됐다.
휴무일에도 불려 나왔고, 하루 13시간이 기본이었다.
점심시간은 사치였고, “밥을 못 먹었어”는 일상이 됐다.

상당 기간동안 누적된 피로는
스물 여섯 청년의 심장을 잠식했고,
결국 멈추게 했다.

한 언론사가 단독 공개한 그의 근로계약서는 편법과 위법으로 쓰여진 예비 사망 신고서였다.

계약서상 기본수당과 연장근로수당을 역산하면 주 54시간 이상을 일하도록 설계돼 있었고,
이는 법이 허용한 상한 52시간을 초과한 불법이었다.



매일노동뉴스 보도자료_유가족 제공



근로시간 특례업종도 아닌데

계약서엔 “한 주 12시간 초과근로 가능”??


계약서에는 “근로기준법 제59조에 따라 1주 12시간을 초과해 연장근로 할 수 있다”고 적혀 있었지만,
해당 조항은 운송업,보건업 등 특정 업종에만 적용된다.
베이커리와 카페는 그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다.
법률의 이름을 빌린 명백한 허위기재였다.

그는 본사 직원처럼 일했지만, 본사와의 계약은 없었다.
3개월 단기계약을 지점별로 반복 체결하며,
퇴직금 지급과 정규직 전환을 피하기 위한 전형적인 쪼개기 고용의 희생자였다.

그의 근로계약서에는 서명란조차 비어 있었다.
근로기준법 제17조는 서면 교부와 서명을 의무화하고 있다.
서명이 없는 계약서는 법적으로 무효다.

그럼에도 회사는 “우리는 법을 준수했다”고 말했다.

이건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노동을 구조적으로 갈아 넣는 시스템적 폭력이었다.

계약서에는 “근로기준법 제59조에 따라 연장근로 가능”이라는 문구가 들어 있었지만,
이는 법률을 악용한 거짓이었다.


제과업은 특례업종이 아니다.
육상운송업, 수상운송업, 항공운송업, 보건업 등 일부 업종에만 해당된다.

그럼에도 회사는 합법적 근로라는 가면을 썼다.
거짓으로 덮은 합법의 얼굴이었다.

더 충격적인 건 취업규칙조차 없었다는 점이다.
근로자 10인 이상 사업장은 반드시 취업규칙을 작성하고 신고해야 한다.
그러나 L베이커리는 이를 마련하지 않았다.

유족이 “취업규칙을 보여달라”고 요구했을 때,
회사의 답변은 짧았다.
“없습니다만…”

그 한 문장이 이 기업의 철학을 요약했다.
규정도, 책임도, 사람도 없고,
오직 성과만 존재했다.



A 씨의 부모는 아들의 근로계약서를 보기 위해 회사를 수차례 찾아갔다.
그러나 회사는 “동의하기 어렵다”며 자료를 내놓지 않았다.

사망 2주 뒤,
한 임원은 유족에게 문자를 보냈다.
“과로사로 무리하게 산재를 신청한다면 진실을 알고 있는 직원들이 과로사가 아님을 밝히겠다.”

또 다른 임원은
“과로사라는 거짓에 현혹돼 직원들이 협조하지 않을 것이다”라며
유족을 비난했다.

그들의 말은 유가족의 마음을 찢는 두 번째 폭력이었다.

L베이커리는 직원들에게 ‘영업비밀보호 서약서’를 강요했다.
“서약 내용 위반 시 민형사상 처벌을 감수하며 위약벌 1억 원을 지급한다.”
이 문장은 노동자의 입을 막는 족쇄였다.

부당한 근무 현실을 폭로할 수도, 내부 사정을 알릴 수도 없었다.
말하는 순간, 1억 원의 벌금과 해고가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건 계약이 아니라, 침묵의 강요였다.


MBC뉴스 보도자료


사건이 보도되자 L베이커리는 SNS를 비공개로 전환했다.
창업자 L대표의 인스타그램 역시 비공개로 전환했다.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문이 뒤늦게 나왔지만,
이미 여론은 돌아섰다.

2025년 7월, L 베이커리는 사모펀드 OOO파트너스에 2,000억 원에 매각됐다.
경영진은 그대로 유지됐다.
기업의 안정적 성장을 위해서란다.

그러나,
경영의 연속성은
곧 책임의 연속성이다.

회사가 팔렸다고 해서 한 청년의 죽음에 대한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사람의 생명을 대가로 얻은 성장은 결국
L 베이커리와 사회가 청산해야 할 부채다.




A 씨는 꿈 많던 청년이었다.
그는 베이글을 굽는 손으로 자신의 꿈과 미래를 빚었다.

그의 손끝에서 나오는 따뜻한 빵 냄새는 L 베이커리를 찾는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었다.

그러나 그 행복은 그의 삶을 태워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의 죽음은 개인의 불운이 아니라,
한국 사회가 여전히 노동의 가치를 소비의 이면에 숨겨둔 구조적 증거다.

이기적인 화려한 성장은,

언제나 누군가의 희생 위에 세워진다.


누군가의 삶을 짓밟은 채로 피어난 그 빛은,

결국 오래 가지 못한다.


수십가지의 베이글들이 가득 차 있는 매장 뒤로는

그 새벽까지 태운 누군가의 꿈과 고단한 삶이 있었다.



반죽을 치대던 손,

밤을 지새며 계속된 노동,
그리고 다시 돌아오지 못한 한 사람.

그의 죽음은 개인의 비극이 아니라,
여전히 위법을 일삼아 성장하는 회사들에 대한 사회의 경고다.

노동자의 삶을 대가로 유지되는 소비의 달콤함을
이제 더는 외면해서는 안 된다.




베이글을 굽던 그 손으로
자신의 꿈과 희망을 빚던 사람이었다.

누군가의 아들이었고,
누군가의 연인이었으며,
누군가의 동료였다.

단지 한 사람의 과로사가 아니라,
이 사회가 노동을 얼마나 가볍게 여겨왔는지에 대한 현실의 민낯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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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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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

연합뉴스, YTN, MBC, KBS, SBS, JTBC, MBN, TV조선,

중앙일보, 경향신문, 한겨레, 동아일보, 조선일보,

매일경제, 매일노동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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