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성여대 청소노동자 인원 감축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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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8시,
우리가 하루를 시작할 무렵,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는 그림자 노동이 시작된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보이지 않는 손길이 닿는 곳곳마다

노동의 흔적이 남아 있다.

최근 덕성여자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이
임금 협상 결렬과 인원 감축 요구에 맞서 쟁의행위에 돌입했다.

찬성률은 91%.

임금 인상도, 특별한 요구도 아니다.
그들이 요구한 것은 단 하나였다.

“사람을 더 줄이지 말라.”

4년간 20% 감축.
2022년 51명이던 청소노동자는 2025년 현재 44명이다.
정년퇴직자가 나올 때마다 충원은 없었다.

학교 계획대로라면
내년에는 41명, 2027년에는 38명.
4~5년 사이 전체 인원의 20%가 사라진다.

문제는 청소해야 할 공간은 줄지 않고 그대로라는 점이다.

7명이 하던 인문사회관은 4명이,
3명이 맡던 학생회관은 이제 1명이 책임진다.

노동은 재배치라는 말로 분산됐지만
정작 노동자들의 몸은 분산될 수 없다.
업무량은 고스란히 남은 사람에게 쌓였다.


“임금은 올려줄 테니, 3명을 줄여라.”

서울지역 15개 대학 사업장은
2025년 임금협약(기본급 2.25% 인상)을 체결했다.

유일하게 합의하지 못한 곳이 덕성여대였다.

학교가 제시한 조건은 분명했다.
연말 정년퇴직자 3명분의 인원 감축에 동의해야
임금 인상안에 도장을 찍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임금은 협상의 대상이었지만,
사람의 숫자는 전제가 되어버렸다.

현재 덕성여대 청소노동자들의 임금은
서울지역 다른 대학보다 월 4만8천 원 낮다.
그 차이를 메우는 조건이 ‘인원 감축’이었다.


“화장실 갈 시간도 없어, 1시간 먼저 출근합니다.”


기성 언론이 외면하던 이 구조를, 통계 수치와 노동자들의 구체적인 이야기로 처음 드러낸 것은 학생들이었다.

덕성여대 학생들은 9월,
12개 건물을 돌며 23명의 청소노동자를 직접 인터뷰했다.

결과는 단순했다.

• 절반 이상이 근무 시작 전 30분~1시간 무급 출근.
• 80% 이상이 퇴근 후 “손가락 하나 움직이기 힘들다”고 답했다.
• 50% 이상이 손목,무릎,허리 통증을 겪고 있었다.
• 병가를 쓰면 동료에게 일이 돌아간다는 이유로 아파도 출근했다.

인원을 줄이면 노동은 더 고되어진다.

업무량은 그대로인데, 일할 사람만 줄어든다.
그 결과 출근 시간은 자발적으로 앞당겨지는 또 하나의 노동이 된다.
선택처럼 보이지만, 그들에게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샤워실도 없습니다.”

학교 안에 청소노동자를 위한 샤워 시설은 없다.
땀에 젖은 작업복을 갈아입고 곧바로 귀가하거나,
학생 눈치를 보며 학생용 샤워실을 이용해야 한다.

휴게실은 곰팡이 냄새가 나고,
난방이 되지 않는 공간도 있다.

이 조건에서 일하는 이들이
매일 쾌적한 캠퍼스를 만들어왔다.

이번 사안이 주목받는 이유는
연대의 미담 때문만은 아니다.

서명에는 1400명이 참여했고,
그중 400명 이상이 긴 글을 남겼다.


학생들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실태조사팀을 꾸려 직접 교내 건물을 돌며
청소노동자들의 노동 조건과 인원 감축의 영향을 기록했다.

학생들은 말한다.
"청소노동은 도와주는 대상이 아니라
학교를 유지하는 필수 노동이며,
인원 감축은 비용 절감이 아니라
노동 강도를 외주화하는 방식이라는 사실을
이제야 제대로 보게 됐다"고.


“진짜 사장으로서 답하라.”

청소노동자들은 총장 후보들에게 공개 질의서를 보냈다.

• 지속적인 인원 감축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 임금협약 결렬을 해결할 의지가 있는가
개정 노조법 이후, 실질적 사용자로 교섭에 나설 것인가

용역업체 뒤에 숨을 수 있는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누가 인원과 노동조건을 결정하는지
모두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더 줄이라는 건, 죽으라는 소리다.”

청소노동자들의 오랜 설움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깨끗한 캠퍼스는
그냥 알아서 깨끗해지는 게 아니다.

끊이지 않는 무릎과 손목의 통증,
일자리를 잃지 않기 위해 감내해야 했던
과도한 노동량과 노동의 시간으로 유지된다.

대학은 배움의 공간이기 전에
그 환경을 만들어가는 노동 위에 서 있는 조직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입에만 담기 좋은 아름다운 연대가 아니라,
교내에서 이뤄지는 노동에서
더 이상 사람을 줄이지 않겠다는 결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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