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나를 돌보는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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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혼자가 되었을 때
비로소 나는 나를 챙기게 되었다.

그전까지의 나는 늘 누군가를 기준으로 하루를 살았다.
누가 강요한 것도, 억지로 시킨 것도 아니었다.


내 스스로가 그래야만 한다는 당연함을
어느새 의무처럼 떠안고 있었던 것 같다.

하루의 시작은 늘 누군가의 스케줄에 맞춰 움직였고,
상대의 컨디션에 따라 나의 하루가 달라졌다.


그 일들이 어느새 의무가 되었고,
필요 이상으로 애쓰는 일이 습관이 되었다.

누군가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기 위해,
좋은 사람으로 남기 위해

나 자신을 뒤로 미루는 일이 어느새 익숙해져 있었다.

그러다 보니
내 몸이 얼마나 지쳐 있는지,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는 늘 뒷전이었다.

피곤함은 참고 넘길 수 있는 것이었고,
마음의 불편함은
조금만 견디면 사라질 거라 믿었다.

그렇게 나는 내 감정보다 타인의 편안함을
먼저 챙기는 사람이 되었다.

혼자가 되고 나서야, 조금은 늦어서야,
내가 지금 배가 고프지는 않은지,
무엇이 먹고 싶은지, 피곤하지는 않은지,
비로소 나에게 묻게 되었다.


또 나는 그동안 제대로 말하지 못했던
내 마음의 감정들을 마주하게 되었다.


싫으면 싫다고 말하지 못했던 지난 날들은
오히려 나에게 상처로 돌아왔다.

돌이켜보면
나 하나 참으면 된다고 여겼던 선택들이
나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도 상처가 되었을지 모른다.

나를 위한 선의의 제안에도
미안함 때문에 제대로 거절하지 못했던 나.

이제는 정중하게 나의 의사를 설명하고
거절할 줄 아는 일 또한 상대방을 위한 배려이자
나를 돌보는 연습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오늘 하루를 버텨낸 나에게
어떤 말이 필요한지도 그제서야 생각하게 되었다.

오롯이 나를 위한 하루를 보내는 일이
처음에는 많이 낯설었다.
‘이래도 되나’ 싶은 의구심이 들 만큼
나를 위한 시간이 어색하고 낯설었다.

아주 사소해 보이는 일들이었지만
그 순간마다
내가 얼마나 오랫동안 나를 외면해 왔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주었다.

나는 혼자일 때 가장 솔직해졌다.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해
감정을 포장하지 않아도 되었고,
착한 척, 괜찮은 척
애쓰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 생겼다.

설명할 필요도, 증명할 필요도 없는 시간 속에서
나는 비로소 있는 그대로의 나를 마주할 수 있었다.

그 시간 속에서
나는 나를 사랑하는 법을 다시 배웠다.

그건 거창한 다짐도,
대단한 자기계발도 아니었다.

조금이라도 피곤하면 드러눕기.
몸이 힘든 날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허락하기.

그 작고 사소한 선택들이
나를 향한 애정이라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혼자는 외로운 상태가 아니라,
지난 나를 회복시키는
삶이 건네는 쉼표일지도 모른다고.

타인을 위한 자리에서 내려와
비로소 내 자리로 돌아오는 과정.

그 시간을 통해 나는 다시 숨을 고르고,
다시 나를 위한 미래를 설계하게 된다.

그렇게 혼자가 되었을 때 비로소
나를 챙길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그 안에서 나를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오늘도
내 자리로 돌아오는, 나를 돌보는 연습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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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가 된 이후의 외로움을 말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동안 얼마나 오랫동안
나를 미뤄두고 살아왔는지를,
그리고 그런 나에게 조금은 더 솔직해지고 싶어서 쓴 글입니다.

오롯이 나를 챙기는 일은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아주 사소한 시작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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