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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 주변에는 사람들이 앉아 쉴 수 있는 원형 벤치가 있다.
분수대는 없지만 사람들은 그 장소를 ‘분수대’라고 부른다.
이곳 토박이 어르신들의 말로는 예전에는 실제로 분수대가 있던 자리였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듣고 보니
어쩐지 그 공간에는 분수대가 있었을 법한 틀이 아직도 남아 있는 듯 보였다.
그래서일까,
이곳은 사람들이 가장 쉽게 찾는 약속 장소가 되었고
어르신들의 대화가 오가는 자리이자
누군가는 잠시 앉아 숨을 고르는 쉼터가 되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그 원형 ‘분수대’ 주변을 쉼 없이 도는 아이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덩치는 어른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아이 같은 모습이었다.
처음 그를 보았을 때는
‘왜 저러지?’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사실은 걱정이 앞섰다.
혹시라도 소란을 피우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다.
경비를 보시는 분들도 있고 주변에 사람도 많으니
곧 누군가가 말리겠지 싶었고
잠깐 스쳐 지나가는 일일 거라 여겼다.
그런데 어느새 한 달이 넘도록
그는 여전히 같은 자리를, 같은 방향으로 돌고 있다.
사람들이 지나가면 부딪히지 않으려 요리조리 비켜가면서도
자신의 속도와 방향만큼은 한 번도 흐트러뜨리지 않는다.
화장실로 향하던 길,
아이와 잠시 눈이 마주친 적이 있었다.
자신만의 세상에 잠겨 있는 듯한 눈동자였다.
악의는 없었고,
어딘지 모르게 행복해 보였다.
신이 난 듯한 얼굴을 보고 있자니
불편함이나 제지하고 싶은 마음은 이내 사라졌다.
그래서였을까.
주변 상인들도, 지나가는 사람들도
굳이 그를 말리지 않고 조용히 지켜보는 듯했다.
어떤 마음과 생각이
너를 이렇게 같은 길 위에서
수백 번, 수천 번 걷게 하는지
내가 알 길은 없다.
어쩌면 알려고 하지 않는 것이
너를 향한 배려일지도 모르겠다.
알려는 순간,
세상은 또다시 너에게 이유를 묻고
그 이유 안에 너를 가두려 할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네가 너만의 세상 속에서 편안하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 하나 없이
그저 자신의 길을 돌고 있는 너에게
바랄 수 있는 건 하나뿐이다.
부디 네 마음에서 그리는 원을 따라 걷는 너의 길이
늘 안전하고, 편안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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