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고씨를 그리워하게 될 줄은 몰랐다

『불편한 편의점 1, 2』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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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가 잘되지 않아 늘 허전한 진열대.
부실한 상품 구성으로 동네 골목 한구석에 자리한 작은 편의점.

그곳에는 저마다 사연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드나든다.



어느 날, 곰 같은 덩치의 사내가 야간 아르바이트로 들어오면서
편의점은 그들의 이야기가 머무는 자리가 되고,
조금씩 따뜻한 위로가 번지기 시작한다.


독고씨의 어눌하지만 따뜻한 위로,
씁쓸한 소주 대신 구수한 옥수수 수염차가 더 필요한 요즘이다.

이 소설을 읽기 전에는
내가 소설 속의 한 인물을 이렇게 그리워하게 될 줄 몰랐다.



※ 이 글은 주요 내용을 최대한 드러내지 않으려 한다.
아직 읽지 않은 이들에게 괜한 불편함을 주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불편한 편의점』을 읽으며
나는 그동안 한 번도 그려보지 못한 한 사람을 만났다.

그리고 두 번째 책을 덮으며
그를 더 깊이 그리워하게 되었다.

1편에 독보적인 인물로 등장하는 독고씨는
단순한 노숙자가 아니다.

알코올 중독으로 기억을 잃고
말투마저 어눌해진 사람.

신원도 분명치 않은 채
세상과 한 발 비켜 서 있는 듯한 인물이다.

어쩌면 스스로 세상과 거리를 둔 사람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가 건네는 말은 이상하게 가슴에 꽂힌다.

그럼에도 그의 말들은 상처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위로가 된다.

툭툭 던지는 직설.
느리고 투박하지만
그의 말은 듣는 이의 상처를 정확히 짚어낸다.

그의 어눌한 조언은 굳어 있던 심장을 슬며시 흔들어 댄다.

과장 없는 말, 그러나 깊은 울림.
조용한 심폐소생술처럼.

그래서였을까.

2편에서는 독고씨가 등장하지 않아 조금 과장하자면 외로움까지 느껴졌다.

독고씨가 없다니 너무 허전했다.
그리고 그리웠다.

2편을 읽는 내내
그가 돌아간 삶이 자꾸만 궁금해졌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이야기는 흘러가는데
그 자리를 지켜야 할 사람이 사라지고 비어진 느낌.

중간중간 “독고씨”라는 이름이 언급될 때마다
괜히 마음이 먹먹해졌다.

무심코 거울을 보니
눈시울이 붉어져 있었다.

‘어딘가에서 잘 지내고 있겠지...’

그리고 후반부,
대학로 연극 무대 객석에서 염사장과 다시 만나는 장면.



그 순간, 결국 울음이 터졌다.
2편을 읽는 내내 그리워했던 독고씨가 다시 등장했다.


염사장과 독고씨.
그저 서로를 바라보고, 안부를 묻고, 조용히 껴안는다.

독고씨의 등을 토닥이며
“살아 있었네. 그래, 살아 있어줘 고맙네.”라고 건네는 염사장의 말 속에는
그동안의 걱정과 그리움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 장면 하나로
그들과 함께 흘려보낸 시간들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나는 이미 그 이야기 안에 들어가 있었다.



독고씨는 늘 세상살이에
지친 사람에게 옥수수 수염차를 건넨다.

독고씨에게 옥수수 수염차는
더 이상 마실 수 없게 된 술을 대신한 것이었다.

그 연한 갈색 빛은
스스로를 위로하며 다독이는 회복제 같았다.



그렇게 독고씨가 거창한 위로 대신 건네준
어느 편의점에서든 쉽게 찾아 볼수 있는 연한 갈색을 띤 구수한 차 한 병.


“괜찮아요.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어요.”

느리고 어눌했지만
따뜻하게 쿡쿡 찔러오는 말과
그 뒤에 번지던 위로,
그리고 그가 건네준 구수한 옥수수 수염차는
오래도록 내 삶을 붙들어 줄 것 같다.

그는 상대를 무너뜨리지 않으면서도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드는 힘을 지녔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독고씨 같은 사람을 기다리며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거창한 지위가 없어도,
화려한 언변이 없어도,
그저 조용히 옆에 앉아
옥수수 수염차 한 병을 건네줄 사람.

『불편한 편의점』은
평범한 동네 편의점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이 사회를 버티며 살아가는
우리 자신의 이야기다.

그리고 나는
그 이야기 속 한 사람을 오래도록 마음에 담고 살 것 같다.

독고씨라는 이름을 떠올리면
괜히 눈물이 고이는 이유를 이제는 알 것 같다.

그는 소설 속 인물이지만,
힘겨운 어느 날
한 번쯤 만나고 싶었던
바로 그런 어른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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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은 김호연 장편소설 『불편한 편의점 1, 2』를 읽고 쓴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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