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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PD Aug 10. 2022

“술 먹었으니 하는 말인데.”

가끔은 술 먹었으니 침묵을 지켜도..

그가 이 말을 하기 전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좋았다.

적당하게 술에 취한 듯한 그가 갑자기 정색하며 목소리가 커졌다.

모두가 그에게 집중이 되었고, 순간 그 주변은 정적이 흘렀다. 모두가 그의 입을 주시하고 있었다.

몇 초간의 정적이 있고 난 후에 그는 “술 먹었으니 하는 말인데...”라며 우리를 몇 초간 응시하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내가 웬만해서는 말을 안하는데 술도 한잔 하고 그랬으니 한 마디만 할게.”

한 마디만 할게라는 그의 말은 10분 간 이어졌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내가 어떻게 리액션을 해줘야 할지 당황스러웠다.

그의 말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술 덕분에 잔뜩 풀린 그의 눈을 응시하였다.     

그가 말하는 요지는 이랬다.

자주 이런 자리 만들어서 서로 사는 이야기도 하고 힘든 일 있으면 이야기하면서 풀면 얼마나 좋아, 너희들끼리만 모이지 말고 나도 좀 불러. 왜 이야기를 안하는데..     

그리고는 굳이 안해도 될 말을 이어나갔다.

그는 한 명 한 명 이름을 부르며 고쳐야 할 점에 대해서 하나하나 지적해 나가기 시작했다. ‘술 먹었으니 하는 말인데’를 몇 번이고 반복하며 그는 편하게 만든 자리를 순간 불편한 자리로 만들고 말았다.     

마지막으로 그는 ‘술 먹었으니 그냥 하는 말이야’라고 마무리 지으며 건배를 제의했다. 그랬다. 기왕 술 먹고 하는 이야기 한 명 한 명 이름을 불러서 더 따뜻한 말을 해주고 격려를 해주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집으로 돌아오는 길, ‘술 먹었으니 하는 말인데’라고 하던 그의 말이 계속 내 귀에 울러 퍼졌다.     

굳이 술 먹고 안해도 되는 말을 그는 술자리에서 했다.

그 자리에서 ‘술 먹었으니 하는 말인데’라며 “힘들지? 원래 이쪽이 힘들다. 난 가끔씩 너희들이 약한 모습을 보일 때도 참 좋더라, 우리가 살아 숨 쉬는 것 같잖아. 고래, 고맙다.”라고 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아쉬움이 드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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