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최초의 '함께 살아가기' 서약에 관하여
가까운 지인의 딸이 지난주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상견례부터 결혼식 그리고 이바지 음식까지, 1년여간의 길고 복잡했던 '결혼 작전'이 끝난 후, 저는 홀로 앉아 그 거대한 소비와 의례의 잔상(殘像)을 바라봅니다.
수많은 계약서와 청구서가 오갔고, 많은 하객이 홀을 채웠다가 빠져나갔지만, 정작 그 모든 것의 중심에 있어야 할 '결혼'이라는 단어의 무게와 본질은 어디쯤에 놓여 있었을까요.
문득, 인류가 불을 발견하기 이전부터 이어져 온 이 '결합'이라는 행위의 근원적인 가치가 궁금해졌습니다. 결혼은 과연 고액의 비용과 거대한 행사로만 정의될 수 있는 것일까요?
인류학적 관점에서 결혼의 기원은 지극히 실용적이었습니다. 고대의 결혼은 낭만적인 사랑의 맹세라기보다는 '생존을 위한 동맹'이었습니다.
거친 환경 속에서 자원을 공유하고, 공동체를 확장하며, 종족의 연속성을 보장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사회 제도였던 것입니다.
함께 살아가기(Co-existence), 남편과 아내가 서로의 몫을 감당하며 다음 계절을 버텨내겠다는 원시적인 계약이었습니다. 이 '함께 살아가기'의 의지가, 오늘날 우리가 수많은 절차를 거치며 맺는 서약의 가장 깊은 뿌리입니다.
하지만 문명은 발전했고, 생존의 위협이 줄어들면서 결혼은 점차 '개인적 완성'을 향하는 정서적 서약으로 진화했습니다. 생존을 넘어, ‘혼자로는 도달할 수 없는 깊이의 이해와 사랑’을 찾으려는 영혼의 움직임이 된 것입니다.
결혼식이라는 성대한 의식은, 이 보이지 않는 '약속의 무게'를 사회 전체에 공표하고 증언하는 장치가 되었을 뿐입니다.
결혼은 하나의 서사가 다른 서사에 융합되는, '두 권의 이야기책을 하나로 엮는' 과정과 같습니다. 우리가 화려한 스드메와 예물에 집중하는 동안, 정작 가장 중요한 결혼의 가치는 잊힙니다.
결혼은 완성된 상태가 아니라, 매일의 선택으로 채워나가는 동사(動詞)입니다.
정직한 거울, 결혼은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나의 결함과 아름다움을 비추어주는 정직한 거울입니다.
배우자를 통해 비로소 나 자신을 온전히 마주하고, 미성숙한 부분을 다듬어 나가는 영적인 여정입니다.
시간의 건축, 결혼은 한순간의 '결혼식'이 아닌, 수십 년에 걸쳐 함께 지어가는 '시간의 건축물'입니다. 이 건축물은 값비싼 대리석이 아니라, 함께 나눈 평범한 아침 식사, 사소한 다툼 후의 포옹, 그리고 서로의 꿈을 응원했던 수많은 침묵과 격려로 지탱됩니다.
우리가 결혼식에 수천만 수억 원을 쓰는 이유는, 어쩌면 그 결혼이라는 서약의 무형적인 가치를 유형의 비용으로라도 덧씌워 견고하게 만들고 싶어 하는 집단 무의식의 발현일지도 모릅니다.
최근의 결혼 문화가 낳은 과도한 비용과 절차의 무게를 목격하고, 또 그것을 분석하는 '특별 기고' 작업을 마무리하면서, 저는 다시 근본으로 돌아옵니다.
결혼은 단지 신랑(新郞)과 신부(新婦)라는 두 개의 명사를 묶어주는 하나의 '접속사'입니다.
그 접속사는 '그리고(And)'일 수도 있고, 때로는 고난을 함께 이겨내는 '그러나(But)'일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접속사를 수식하는 형용사(화려한, 비싼, 성대한)가 아니라, '우리(We)'라는 주어의 힘입니다.
만약 결혼을 준비하는 이들이 잠시 멈추어, 수많은 절차와 비용을 뒤로하고 오직 서로의 눈을 깊이 들여다보며 "우리는 왜, 어떻게 함께 살아가야 하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에 답할 수 있다면, 그 어떤 성대한 결혼식보다 강력한 서약이 될 것입니다.
결혼은 "두 사람의 새로운 서사를 시작하는 가장 용감하고 아름다운 선택"입니다.
이 진정한 가치가, 비용의 양극화라는 그림자를 넘어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내리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담우의 노트]
아래의 글은 본 작가가 네이버 '다른 이야기' 블로그에 기고한 글이며, 함께 '우리나라의 결혼식 비용의 초양극화 문제 해법'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하는 소소한 마음으로 링크하였음을 양해드립니다.
"2026 한국 결혼식 비용, '빚내서 결혼한다?' 초양극화와 7단계 비용 구조 완벽 분석(1부)"
"2026 한국 결혼식 비용 '초양극화' 해법: 글로벌 10개국 문화 비교와 '미래 결혼 모델' 대안 제시(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