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거리 미학처럼 서로에게
여보게,
언젠가 소양강댐 어느 카페에서 자네와 못다 한 이야기를 다시 꺼내 보네.
우리가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지향해야 할 관계의 본질은 무엇일까? 나는 그 답을 '완벽한 자유의 보장'에서 찾고 싶네.
인간에게 주어진 인생은 오직 단 하나뿐이기에,
서로가 원하는 삶을 마음껏 펼치고 누릴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관계 인식의 진정한 출발점이어야 하네.
그것이 부부이든, 혹은 긴 세월을 함께한 벗이든 말일세.
소유하려는 마음을 버릴 때 비로소 진정한 자유를 얻는다는 그 평범하지만 위대한 진리를 우리는 그날 다시금 확인했네.
자연의 섭리를 보게나.
나무들을 너무 가깝게 심으면 서로의 성장을 방해하고, 가지가 모든 방향으로 뻗어 나가는 것을 가로막게 되지.
나무가 하늘을 향해 올곧게 자라고 자신의 몫만큼의 태양을 건져 올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네.
우리 역시 나무를 닮았으면 하네.
서로의 존재를 자기중심에서 제어하려 하지 않고, 각자의 완벽한 자유를 존중하며 살아가는 것. 그것이 진짜 참되고 멋진 관계를 영원히 지켜내는 비결이라 믿네.
현실의 장애물이 우리 앞을 가로막을지라도, 감정의 거리가 갖는 역학 관계를 자연의 순리대로 풀어낸다면 우리는 앞으로도 지금처럼 근사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네.
여보게,
한 인간으로서 쉰 살이 넘은 나이에 인연을 맺어온 지난 7년은 나에게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었네.
자네와 함께했던 모든 순간이 소중했고, 나에게는 행복 그 자체였네. 진심으로 고맙네.
비록 지금의 내가 여러모로 부족할지 모르나, 조금만 더 '거리의 미학'을 가지고 나를 지켜봐 주게나.
서로에게 완전한 자유를 줄 수 있는 그 근사치에 도달할 수 있도록 나를 담금질하며 나아가겠네.
그것이 우리가 함께 가야 할 참된 길이라 확신하네.
진정한 발견은 새로운 땅을 찾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으로 보는 것이라 했네.
7년의 세월을 넘어 이제 나는 자네를 '소유'의 대상이 아닌, 함께 '자유'를 향해 날아오르는 동반자로 바라보려 하네.
하수구 철창 사이로 고개를 내밀던 그 잡초의 생명력처럼, 우리의 관계 또한 제약 속에서 더욱 단단한 자유를 꽃피우길 빌어보네.
자네라는 존재가 내 곁에 있어 주어 참으로 든든하네.
에필로그
사랑은 움켜쥐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하늘을 넓혀주는 일임을, 소양강의 물결 위로 비친 우리의 모습에서 배웠네.
우리가 나무처럼 적당한 거리를 두고 서로의 완벽한 자유를 응원할 때, 2026년의 태양은 우리를 더욱 찬란하게 비출 것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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