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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에스더 Jul 08. 2022

화나서 엄마를 때리는 내 아이에게 폭발했다

친정엄마의 모습을 그대로 하는 나에게




“하민아 오늘은 뭐가 힘들었어?”

“엄마가 우리 때문에 속상하다고 울어서요. 나도 속상했어요.”

“아... 그랬구나.”



 자려고 누워서 첫째 아이에게 물어봤다. 아이의 말을 듣자마자 눈물이 핑 돌았다. 더 이상 말을 이을 수 없었다. 누워있는데도 눈에서는 눈물이 줄줄 흘렀다. 멈추지 않았다. 이렇게 울다가는 내 주변이 울음바다가 되어 가득 차오를 것 같았다. 


 오늘은 5살 둘째 아이와 몸씨름에 실망스러운 내 모습을 다 보여주었다. 지금 애랑 뭐 하는 건가 싶었다. 육아는 왜 이렇게 산 넘어 산 같은 걸까. 하나를 해결하면 누군가 레벨업을 하기 위해서 다른 미션을 탁 던져주고 가는 기분이다.



그거는 괜찮아졌지?
그럼 이것도 해결해 봐.











 최근에 둘째 아이가 나를 때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말로만 하고 넘어갔으나, 아이는 바뀌지 않았다. 나는 이 부분은 더 강하게 가르쳐야 한다고 느꼈다. 자기 뜻 때로 되지 않을 때 화가 날 수 있으나, 내 앞에 있는 사람을 때리는 걸로 표현하는 건 잘못된 것이다. 


 저녁 시간이 되니 아이가 배고프다고 했다. 아이는 견과류를 먼저 먹겠다고 말했다. 


“밥 먹고 견과류 먹자” 

“싫어!!!”


 아이가 소리 지르며 견과류 봉지를 나한테 던졌다. 그리고 밥을 푸려는 나에게 와서 손으로 내 배를 때렸다. 어제는 다른 상황으로 그랬다. 


 “때리면 안 돼요. 엄마 안 때릴게요. 죄송해요.”


 아이가 말하며 마무리했는데.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느낄 때 어제보다 애는 더 빨리, 심하게 폭발했다. 


 아이의 손을 잡았다. 애는 이어서 발로 나를 찼다. 그래서 손과 발을 잡았다. 아이가 힘을 줄수록 내 몸에도 힘이 들어갔다. 어제와 같은 모습을 반복하고 있었다. 날마다 이렇게 몸 씨름하면 어쩌나. 걱정스러웠다. 그러는 중에 애가 나를 때리려하면서 실실 웃었다.

 나는 거기에서 뚜껑이 열렸다. 화가 치밀었다. 이 상황에 웃는 아이를 집어던지고 싶었다. 이성의 끈을 놔버렸다. 






“엄마 때리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


 나는 아이에게 소리를 질렀다. 내 옆에 블록이 있었다. 나는 그걸 다른 쪽으로 던져버렸다. 아이는 두 눈이 동그래지며 놀라서 울었다. 내 안에 잠자고 있던 폭력성이 튀어나왔다. 


 나는 당황스러웠다. 내 모습으로 아이에게 또 다른 폭력성을 가르쳐 준 거 아닌가. 갑자기 힘이 쭉 빠졌다. 애를 잡고 말할 기운도 없었다. 때리면 안 된다는 것을 차분히 가르쳐야 하는데 할 수 없었다. 나에게 너무나 실망했다. 


  그 뒤로 두 아이가 말을 걸어도 반응하지 않았다. 아이들을 투명 인간처럼 대했다. 격하게 소리 지르고 던지며 화냈다가 무시하기까지. 몇 종 세트를 한 번에 다 보여주었다. 최악의 엄마다. 




 친정엄마는 어릴 때 내가 방을 안 치웠다고 물건을 던진 일이 있었다. 그리고나서 나에게 냉담하게 반응했다. 어떤 말도 해주지 않았다. 나는 몸이 움츠러들면서 겁을 잔뜩 먹었다. "엄마 죄송해요." 말할 뿐. 울기만 했다.

 

 오늘 나에게서 그 모습이 그대로 나왔다. 복제판처럼 너무나 똑같은 모습이었다. 엄마의 모습을 벗어나려고 해도 이토록 잘 안 되고 어렵다. 


 더는 애랑 힘 씨름을 할 수 없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거실만 치웠다. 청소하면서 내 마음을 환기시키고 싶었다. 앉아서 빨래를 개었다. 애가 내 옆에 와서 울었다. 내 울음보도 터졌다. 수건으로 눈물을 닦으며 솔직하게 말했다.


 “엄마가 뭘 잘못해서 너가 이러는 건지 모르겠어. 때리면 안 된다고 계속 말해주는 데 너는 오히려 더 때리고 있어. 이제는 엄마에게 발로 차는 것까지 해. 나는 화가 나. 너무 속상해.”




나는 착한 첫째 딸로 자랐다. 친정엄마의 기분을 맞추고 살아서 엄마에게 소리 지르기, 화내기, 때리기를 해본 기억이 별로 없었다. 그저 상한 엄마의 기분을 들어주고 풀어주려고 애쓴 시간이 더 많았다. 


 이제는 아이가 화나서 나를 때릴 때 내 안에 폭력성을 조절해야 하는 것이 더해졌다. 그리고 친정엄마처럼 아무 말하지 않으며 아이를 겁먹게 하는 것도 바꿔야 할 것이고. 막막했다. 육아를 잘할 자신이 없었다. 계속 눈물만 났다. 멈추지 않았다. 오늘 나는 최악이라는 마음이 더해져서 힘겨웠다.


 아이에게 좋은 엄마이고 싶었다. 내가 자라면서 친정엄마에게 상처받았던 모습과 다르게 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성의 끈을 놓아버렸을 때 나는 그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내 안에 친정엄마의 아바타가 나를 조정하는 것 같았다. 거기에서 전혀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이걸 계속 반복할 수는 없다. 새벽에 일어나서 아이와 나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사랑하기 위한 방법을 찾고자 책을 읽었다. 그 안에는 나에게 지혜를 전해주는 글들이 있다. <고전 명언 마음 수업>에 나오는 <논어>의 한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내가 안다고 할 만한 것이 있는가? 나는 아는 것이 없다



 맞다. 내가 아이를 안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나는 모른다”는 마음으로 지금 우리의 상황에서 필요한 해결책을 찾아나가면 되는 거였다. 자꾸 내가 과거의 엄마에게 매여있을 게 아니었다. 나는 나였다. 엄마와는 다른 존재다. 아이 역시 마찬가지다. 내가 낳았지만 나와는 다른 인격체이다. 나는 아이를 모른다는 눈으로 보기로 했다.


 아이가 나를 때린다는 건 지금 자신을 도와달라는 표시다. 아직 어리기에 어떻게 건강하게 화를 표현해야 하는지 몰라서 그러는 거다. 우리 모두에게는 폭력성이 있다. 누구에게 배워서 생기는 게 아니라 이미 갖고 있던 것이 어떤 사건으로 밖에 나오는 것이다. 




 그러면 아이에게 어떻게 가르쳐주는 것이 좋은가? 엄마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더 자주, 많이 알려주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두 가지를 하기로 했다.



1. 어린이집을 다녀온 아이와는 무조건 5분은 몸으로 논다.


 그동안 다녀와서는 아이에게 해야 할 일을 먼저 하게 했다. 하지만 그건 좀 뒤에 해도 되는 거니까. 집에 들어오자마자 아이를 간지럽히기, 안아주기, 뽀뽀해주기처럼 몸으로 노는 것을 하기로 했다. 5분이라도 아이에게 온전히 집중해주는 거다. 엄마가 떨어져 있어서 고팠던 아이의 마음의 밥부터 배불리 먹여주는 걸로 간다. 전보다 더 많이 사랑을 표현하기로 했다.




2. 엄마가 걱정되는 부분을 솔직하게 말한다.


 아이는 한번 말한다고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한다. 여러 번 나눠서 가르치기로 마음먹는다. “너 어제는 안 하겠다고 했잖아. 그런데 왜 약속을 어겨!”로 생각하면 나부터 더 화가 난다. 다시 알려주고 수십 번, 수백 번 연습해야 하는 부분으로 바라본다. 


 이때 내가 걱정되는 부분은 솔직하게 말해준다. 모든 감정은 옳다. 다만 그것을 표현하는 방법에서 폭력적으로 하면 안 되는 거니까. 내가 아이의 마음을 받아주듯이 아이 역시 엄마의 마음을 받아주는 것도 함께 연습해야 하는 부분이다.








어진 사람을 보면 그와 같아지기를 생각하며 어질지 못한 사람을 보면 나 역시 그렇지 않은지 스스로 반성하라


 <논어>에 나오는 문장이다. 그동안 내가 친정엄마에게 받지 못했던 부분, 잘하지 못하는 건 책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기 어려울 때는 책을 찾아 읽고 거기에서 나를 찬찬히 살펴주면 된다. 


 내가 친정엄마에게 받지 못하고 컸지만, 그 상태로 머무를 수 없다. 반복하면서 실수하는 것은 다시 복기하고 아주 조금씩이라도 바꾸면 된다. 설령 생각만큼 잘되지 않을지라도 또 연습할 것이다.


 어제보다 더 나은 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나를 온 마음으로 응원한다. 못하고 부족한 부분은 하면서 한발자국씩 내딛으면 되는 거니까. 내가 나와 아이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것도 어제보다는 아주 작게라도 발전할 수 있다. 


 인생에서 문제 하나를 해결하면 새로운 과제가 나에게 다가올 수 있다. 그것은 나를 성장하게 해주는 배움으로 받아들인다. 나는 계속 바뀌고 레벨업 해나간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때마다 나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며 사랑의 마음으로 해결책을 찾아가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나에게 가장 알맞게 해 나갈 수 있다. 그게 나를 조건없이 사랑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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