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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소 Mar 20. 2018

[인도 ] 남걀사원 그 의자에는 티벳인 할머니가 있다.

할머니는 아직도 그 자리에 매일같이 앉아 계실까?

의식 흐르는 대로, 사진 찍히는 대로
흘러흘러 인도로



맥그로드간즈(McLeod Ganj).

매일 아침 9시가 되면 가는 곳이 있었다.

남걀사원(Namgyal Monastery).     

이곳에 가면 한 할머니가 계셨다.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 앉아 계셨다.     



맨 처음 남걀사원에 갔을 때 내가 상상하던 풍경과 너무나도 다른 모습에 살짝 주눅이 들었다. 조용히 기도와 명상을 하는 곳 일꺼 라는 내 생각과는 달리 이곳에는 온갖 종교를 상징하는 복장을 입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그래서 홀로 앉아 있는 할머니 옆에 앉았다.     


할머니는 아침 일찍 이곳에 와서 점심 먹기 전에 집으로 돌아 가셨는데, 항상 물 한 병과 작은 크래커 한 봉지를 가져오셨다. 가끔은 물대신 탄산음료를 가져오는 날도 있었다.     


4일 동안 아무런 말도 없이 그냥 옆에 앉아 있었다. 할머니는 과자를 먹을 때마다 절반을 내 손에 쥐어줬는데, 나는 '투제체'라는 말을 하고 과자를 받아 먹었다.     


그리고 5일째 아침, 할머니는 의자에 없었다. 나는 할머니가 있던 자리 옆자리에 혼자 앉았다. 잠시 후 할머니가 왔다. 나보다 할머니가 사원에 늦게 온 적은 처음 이었다.     

처음으로 할머니에게 물어 봤다.

“왜 늦게 오셨어요?”

할머니는 영어를 거의 하지 못하셨다. 하지만 내가 무슨 말을 하려 하는지 알고 계신 것 같았다.

할머니는 법당을 한번 가리키고는 두 손을 모아 기도하는 자세를 만들었다.

‘아... 기도하고 오셨구나.’

그 한마디 이후 대화는 없었다.

다시 말없이 과자만 먹을 뿐이었다.   




그리고 7일째.

나는 매일 같이 꺼내고 싶었던 말을 꺼냈다.

“왜 혼자 오세요?”

이번에도 할머니는 내 말을 알아들으신 것 같았다.

지난번과는 달리 할머니는 영어 단어를 나열하며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다.   

  

할머니는 이곳, 맥그로드간즈에 혼자 살고 계셨다.

달라이라마14세가 티벳을 탈출할 때 오빠와 같이 이곳에 왔다고 하셨다. 부모님은 티벳에서 중공군에게 돌아가셨다. 그리고 남편 역시 죽었다. 혼자 아들과 딸을 키웠는데, 딸은 캐나다 사람과 결혼하여 캐나다에 살고 있고 아들은 캐나다에서 일을 한다고 했다. 딸은 매주 할머니에게 전화를 하고 1년에 두 번 할머니를 보러 온다고 했다. 하지만 할머니 자신은 인도에 온 후로 단 한 번도 인도를 떠난 적이 없다고 하셨다.


 

나는 할머니에게 캐나다는 정말 좋은 나라라고 말했다.

캐나다에서 살고 있으면 아무것도 걱정할 필요가 없고 행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 이후에도 맥그로드간즈를 떠날 때까지 매일 같이 남걀사원에 갔다.     



할머니는 아직도 그 자리에 매일같이 앉아 계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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