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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소 Mar 26. 2018

[인도] 투르툭-라다크에 갔다.2

매력에 빠지기 위해서는 직접 가보는 수 밖에 없다.

의식 흐르는 대로, 사진 찍히는 대로
흘러흘러 인도로



투르툭하면 생각나는것 첫 번째가 투르툭의 아이들 이라면 두 번째로 생각나는 것은 살구다.

라다크 살구가 유명한 것은 라다크를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레 바자르에서 파는 살구와 말린 살구는 라다크를 여행하는 여행자라면 한번쯤은 입에 물어본 간식일 것이다.


그러나, 투르툭의 살구 알이 그대로 살아 있는 살구 쨈을 먹어보지 않고는 라다크 살구를 논 할 수 없다. 투르툭은 말 그대로 살구의 마을이다. 마을은 살구나무로 둘러 쌓여 있어 라다크의 그 어느 지역 보다 푸름을 유지하고, 지붕위에는 따스한 태양에 살구들이 맛있는 말린살구로 변신하고 있다.  투르툭의 특이한 점은 투르툭의 역사 뿐만이 아니다. 투르툭은 라다크에서 유일하게 메밀이 자라는 곳이기도 하다. 이 메밀로 펜케이크를 만들어 살구쨈을 듬쁙  올려 먹으면 정말 오늘 하루도 기쁘고 행복하게 지낼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긴다. 투르툭은 사람들도 친절하고, 재미있으며, 경관은 그 자체가 그림이다.  해발2800m의 고도로 레처럼 춥지 않다. 모든 것이 완벽한데, 이 완벽함의 화룡정점을 찍는 것이 바로 이 살구쨈과 메밀펜케익의 조합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투르툭을 두 번째로 떠나게 되던 날, 반드시 이 아침을 위해 투르툭에 다시 와야겠다고 다짐했고, 1주 후 투르툭에서 찍은 사진들을 끌어안고 다시투르툭을 방문 했다.     

          



살구쨈과 메밀 펜케익이 투르툭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이라 한다면, 투르툭에서 가장 멋진 장소는 마을의 단 하나뿐인 곰파다. 투르툭은 마을사람 전원이 무슬림이다. 그런 이곳에도 몇 백년의 역사를 간직한  작은 곰파가 있다. 이는 투르툭의 뿌리가 티베트에 있기 때문이다. 투르툭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는 발티스타니, 라다키, 힌디, 그리고 우르두어다. 라다키는 라다크의 언어이고, 힌디는 인도의 공식 언어이며 우르두어는 파키스탄의 공식 언어이다. 그럼 발티스타니는 무엇인가? 발티스타니는 발티스탄이 사용하는 언어이다. 발티스탄(Baltistan)은 파키스탄 북부 카라코람산에 거주하는 티베트계 무슬림이다. 인도가 파키스탄과 갈라지기 이전, 그러니까 1947년 이전까지 투르툭은 티베트와 경제적 문화적으로 강한 유대관계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투르툭이 파키스탄으로 갈라져 나가고, 티베트은 중국에게 점령당하면서 발티스탄은 고립되게 된다. 인도에 있는 티베트인들은 대부분 달라이라마 14세가 1965년 티베트 탈출하여 인도에 올 때 같이 티베트을 탈출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파키스탄 북부, 그리고 투르툭에 있는 발티스탄은 이미 수세기 전에 티베트에서 이주하여 자신들만의 발티(Balti) 주를 가지고 있었으며, 이들이 무슬림으로 개종한 지도 500년 이상이 되었다. 성공적으로 파키스탄에 정착한 발티스탄이지만 발티주는 1840년 영국령 인도 제국으로 흡수되었다.


이런 역사적 배경을 생각한다면 투르툭에 곰파가 있는 것도 당연하다. (2017년 달라이 라마가 무슬림 마을인 투르툭을 방문한 것 역시 종교적 화합을 넘은 의미가 있다.)          

하지만 투르툭 사람들이 무슬림이 된지 이미 수백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곰파를 보존해왔고, 지금도 매일같이 불당을 청소하며 관리하고 있다는 사실은 놀라웠다. 투르툭을 방문했을 당시 나는 투르툭과 발티스탄의 역사적 사실을 알지 못했다. 내가 가진 무슬림의 이미지는 ‘종교에 관해서는 편협한 사람’들 이라는 것이었고 후세인에게 ‘불교 사원을 보호해도 되나요?’라고 물어보았다. 그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불교사원 역시 모스크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관리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대답 했다.   


투르툭 사람들은 생김새도, 아리안-무슬림 과는 다르다.

  

지금까지 투르툭의 역사에 대해 잔뜩 늘어놨지만 나에게는 그것이 중요한 것도 아니고, 불교사원이 중요한 것도 아니었다. 나에게 중요한 것은 곰파에서 바라보는 풍경과 이 장소에서 전해지는 느낌이었다. 곰파에서 바라보면 저 멀리 v형의 협곡 사이로는 k2가 보이고, 무섭게 흘러가는 누브라 강도 보이고, 우렁찬 급류 소리도 들린다. 뜨거운 햇살과 협곡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집중하면 그 모습마저 보일 것 같았다. 투르툭에서 보낸 날 중 절반의 거의 모든 시간 이곳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명상을 배운 적도 해본 적도 없지만, 가만히 바람소리와 물소리를 들으며 앉아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 지고 정화되는 느낌마저 들었다.

이것이 명상의 효과라는 것인가?

‘가만히 앉아 있으니 내가 자연의 일부가 되는 듯하다.’이런 표현은 그냥 다 지어낸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경험해 보니 무조건 의심하고 보는 성격은 고쳐야 할 것 같다.     

곰파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최고다.
꼭 화성에 온 느낌이다.


허가증(퍼밋) 만료일에 맞추어 투르툭에서 레로 돌아가는 것은 항상 아쉬웠으며, 발길이 떨어지질 않았다.

한번은 쉐어지프를 탔고, 한번은 후세인이 마련해준 다른 외국인 관광객의 차에 합승했다.

그리고 한번은 버스를 탔는데 역시 이 지역에서는 지프만한 교통수단이 없다.


버스를 타고 레로 돌아가는 것은 즐거웠지만, 라다크에서 가장 힘들었던 구간이었다.

새벽 6시에 투르툭에서 디스킷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버스는 이미 만석의 상태로 투르툭에 도착해서, 앉을 자리는커녕 서있을 자리도 없어 보였다. 몇몇 사람이 버스 뒤편의 사다리를 타고 옥상으로 올라가는 것을 보고 나도 옥상에 올라가는 한이 있더라도 디스켓으로 가겠다는 일념으로 버스 뒷 편의 사다리를 붙잡으니, 버스 안의 마을 사람이 안으로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꾸역꾸역 버스에 몸을 꾸겨 넣었다. 그리고 내 자리는 버스 문 옆에 놓여있는 스페어 바퀴 윗자리로 다행히 앉을 공간이 있었다. 커다란 바퀴에 청년 하나와 아주머니 한 분과 문 밖으로 튕겨 나가지 않게 서로 붙들어 주며, 돈독한 정을 나누면서 디스킷으로 돌아왔다.     


투르툭에 대해 회상하다보니 한도 끝도 없이 말이 나올 것 같다. 나는 역시 투머치토커(too much talker) 인가 보다. 하지만 아무리 누군가가 어떤 장소의 매력에 대해 말한다 하더라도, 어느 장소 처럼 그 매력에 빠지기 위해서는 직접 가보는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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