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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소 Mar 27. 2018

[인도] 가장 처참한 죽음

이건 나비야

의식 흐르는 대로, 사진 찍히는 대로
흘러흘러 인도로


투르툭은 전력사정이 좋지않다. 보통 낮시간에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다. 한 번은 3일 내내 전기 없이 살아야 했다. 그날 밤도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촛불을 켜놓으니 우리애 중 하나가 내 옆에 자리잡고 앉아 녹아 흐르는 촛농을 손으로 찍어 뭉치면서 놀기 시작했다.


홈스테이 주위로 살구나무가 많아 창문을 열어 놓으면 낮에는 벌이, 밤에는 나방이 집에 무단침입을 하곤한다. 그 날도 커다란 나방 한마리가 집안을 방황하고 있었다. 집안을 방황하던 커다란 나방은 촛불을 향해 달려 들었고, 바퀴벌레는 괜찮아도 나방은 무서운 나는 6살짜리 꼬마 앞에서 소리를 지르며 날뛰기 시작했다. 촛불주위에서 멤돌던 나방은 내가 날뛰자 함께 날뛰었고, 결국 촛농이 날개에 붙어 더이상 날 수 없는 몸이 되었다. 나방은 날개를 질질 끌면서 탁자위에서 복수의 타이밍을 노리는 듯 천천히 나를 향해 걸어왔다. 나방하고 눈이 마주치자 나는 다시한번 자지러 졌고, 6살짜리 우리애는 나를 한번 올려보더니 자상한 말투로 말했다.

"괜찮아. 이건 나비야" 우리애는 촛농 범벅이 된 손으로 나방을 쓰다듬기 시작했다.

"이거 봐봐, 하나도 안무서워. 이건 나비야" 우리애가 나방을 사랑스럽게 쓰다듬으면 쓰다듬을 수록 나방의 몸은 촛농에 덮여갔고, 결국 나방은 처참한 모습으로 촛농에 갇혀 서서히 죽어갔다.


내가 본 가장 처참한 죽음 이었다.

그래도 우리애는 귀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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