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발행 후기
#우리아이가잠을안자요 #욱하는엄마 #주말아이와가기좋은곳
약 1년간 나의 검색창을 가장 많이 도배했던 단어 하나가 있다. 그것은 바로 '육아'. 아이를 낳거나 출산을 준비하는 부모라면 전혀 놀랍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아직 출산 경험은커녕, 결혼도 하지 않은 미혼의 여성이다. 왜 이 미혼의 여성은 아직 닥치지도 않은 '육아'에 대해 이토록 열심히 검색을 하고 있던 걸까?
1년 전, 창업 멤버들과 함께 사업 아이템을 고심하고 있었다. 우리는 교육회사에 근무를 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우리의 경력을 살려 교육 콘텐츠를 만드는 일을 중심으로 사업의 방향을 구상하게 되었다. 그런데 또 다른 우리의 공통점이 있었으니, 우리 모두 밀레니얼 세대라는 점이었다. 우리가 밀레니얼이기 때문에 이 세대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으며, 우리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대상 또한 나이가 비슷한 밀레니얼 세대의 부모였다.
만 3살 딸아이를 키우는 대표님의 에피소드 다이어리를 바탕으로 '호락호락하지 않은 세상, 내 자녀만큼은 호락호락하게 키우자!'라는 꽤나 명확한 메시지와 함께, 밀레니얼 부모를 위한 육아 뉴스레터 <호락호락>을 시작하게 되었다.
하지만 복병이 있었으니... 아이를 키운 적 없는 나 자신이다. 물론 모든 기획자가 자신의 고객과 동일한 조건에 위치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고객을 알기 위해서 리서치를 하고, 인터뷰를 하는 등 여러 가지 탐색의 과정을 거친다. 나 또한 아직 직접 경험하진 않았지만, 미래의 내 선택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는 '부모'와 '육아'에 대한 탐색의 과정을 기꺼이 즐겁게 받아들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스레터 제작 초반에는 부모의 관심사를 이해하고, 그 마음을 깊이 공감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진짜 잠재우는 게 그렇게 힘들다고? 밥투정하면 배고플 때 주면 안 되나? 등 미혼의 입장에서 순진무구한 생각들이 무심코 튀어나오곤 했다. 그리고 산후 우울증이나 경력 단절 등의 주제를 다룰 때면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세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들기도 했다. 그런 내가 부모들에게 필요한, 공감되는 정보를 큐레이션 해서 제공해 줄 수 있는 방법은 오직 단 하나뿐이었다. 부모가 직접 만든 콘텐츠를 열심히 찾고 읽어보는 일이다.
세상에는 훌륭한 부모 창작자들이 많았다. 내가 할 일은 그런 원석의 콘텐츠들을 더 열심히 찾고 소개하는 일이었다. 뉴스레터에서는 그들의 콘텐츠를 원문 그대로 링크와 함께 소개했다. 감사하게도 모든 창작자분들이 뉴스레터의 취지에 깊이 공감하고, 기꺼이 공유하기를 원하셨다.
참 신기하게도, 뉴스레터를 하나둘씩 발행해 나가면서 어느새 나도 모르게 점점 부모의 마음에서 그 글들을 읽고 있었다. 아이가 밥을 안 먹을 때 마음이 정말 조마조마하겠다, 아이에게 화낼 때 마음이 정말 아팠겠다, 육아로 경력 단절을 경험했지만 그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고 싶은 마음이 있겠다 등 비로소 그들의 마음을 진심으로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이 된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을 가장 크게 느꼈던 것은 시즌 1 마지막 회차를 발행하고 나서였다.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뉴스레터의 방향은 '아이를 잘 키우는 일'에 있었다. 그런데 뉴스레터가 회차를 거듭하면서 그것만큼이나 '부모로 잘 성장하는 일'이 중요한 논지로 자리 잡게 되었다. 그 까닭이라고 하면, 실제 뉴스레터에 글을 제공해주신 많은 작가분들께서 직접 부모로서 성장의 중요성을 경험하고, 그 가치를 전달하고 있었기 때문일 테다. 자연스럽게 호락호락 시즌1의 마지막회는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부모'의 이야기로 마무리를 하게 되었다. 아이에 대한 물음표로 시작해 부모에 대한 느낌표로 끝났지만, 그 여정이 올바른 방향을 따라 선회한 것이라는 생각에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바다.
개인적으로 시즌1의 마지막의 감회가 새롭다. 처음 뉴스레터라는 매체를 접하면서, 마감에 대한 압박과 글쓰기라는 새로운 과제가 매주 주어졌다. 종종 뉴스레터의 글감이 바닥나기도 하고, 하루는 5분을 남기고 마감을 완료하는 스펙터클한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과연 내가 앞으로 잘 해낼 수 있을까 좌절에 빠지기도 했다. 그런 나를 대표님은 30회차까지만 써보자며 설득하셨다. 그 말에 한편으로 그땐 뭐가 달라질까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좌절의 경험만큼 성장했다고 말이다.
만약 내가 잘 알고, 좋아하는 주제와 대상을 가지고 뉴스레터를 제작했다면 어땠을까 상상을 한다. 분명 뉴스레터 만들기는 보다 쉽지 않았을까? 내가 알고 있는 것과 말하고 싶은 의견이 더 많았을 것이고, 그게 어떤 점에서는 나에게 직무에 대한 유능감과 자신감을 가져다줬을 것이다. 하지만 내 입의 역할이 큰 만큼, 내 귀의 역할은 미약했을지 모른다. 그럼 지금만큼 고객의 소리를 주의 깊게 듣지 못할 테고, 결과적으로는 고객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지 못했을 수도 있다.
뉴스레터 호락호락의 시즌1은 마무리되었지만, '진짜 시작은 지금부터'라는 생각이 가득하다.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어떤 부모와, 어떤 콘텐츠를 가지고 시즌2를 나아갈지 아직 확실하게 정해진 것은 없지만, 매일 한 뼘 더 성장하는 아이들과 함께라면, 부모도, 호락호락도 성장하지 않으래야 않을 수 없을테니까.
호락호락 뉴스레터: https://hellohorak.mailchimpsites.com
호락호락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hello.hora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