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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율 Mar 27. 2021

나도 내가 창업할 줄 몰랐지

서른 한 살, 창업 멤버가 되다


퇴사한 지도, 벌써 1년.


퇴사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이 다 되어간다. 이제는 나조차도 퇴사했을 때의 감정이나 생각 등을 이전 브런치에 연재한 글 <코로나가 안겨준 첫퇴사>를 통해서나마 조금씩 떠올릴 뿐이다. 힘들었던 순간도 희미해질 만큼 많은 시간이 흘렀다는 것이 피부로 와 닿는다. 작년 퇴사 이후 나의 일에 대한 상황을 짧게 공유해보자면, 당시에 함께 퇴사한 멤버들과 그동안 쭉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해왔고 올해 1월- 그 프로젝트의 마지막이자 새로운 시작으로서 함께 '창업'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퇴사했을 때와는 또 다른 상황과 문제들을 마주하고 있다. 그때와는 또 다른 고민과 생각 거리를 가지고 있으며, 새롭게 알고 느끼게 되는 것들이 많다. 그럼에도, 여전히 삶과 일에 대한 관점을 쌓아가는 과정 중에 있으며, 그 과정을 글로 기록해두고 싶다는 데 있어 그때와 동일한 마음가짐이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다시 한번 일에 대한 글을 연재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에 브런치를 켰다.   


안녕하세요, 사자가온다입니다.





31살, 창업 멤버가 되다


창업에 대한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퇴사 후 지금의 창업 멤버들과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한 두 개씩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그 안에서 새로운 시장과 실행 가능성을 보았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함께 일을 맞춰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사실 회사 밖에서도 일을 함께 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므로 창업은 자연스러운 선택지 중 하나였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창업을 행동으로 옮긴다는 것은 여간 내적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일이 아니었다. 솔직한 심정으로 처음 창업을 생각했을 때 들었던 생각은 3가지였다.


'내 나이에?'

'지금 이 시국에?'

'자본금도 없이?'


이제 막 서른을 넘긴 나이, 속된 말로 어디 가서 경력이나 전문성을 비볐을 때 창업한다 이야기할 수 있을까 싶었고... 지금 이 시국은 또 어떠한가, 코로나 때문에 취직은커녕 다들 고용 불안과 돈 문제에 시달리고 있으며, 심지어 자본금 모아둔 것도 별로 없는데 이런 내가 창업이 가당키나 한가 싶었다.


그런 내가 창업 멤버가 되기로 결정했다. 창업 멤버가 될 수 있었고, 또 되기로 마음먹은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물론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대략 3가지 정도를 꼽아볼 수 있다.





창업을 결심한 이유


1. 함께 하는 사람들에 대한 신뢰

혼자였다면 결코 창업을 선택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므로 시작의 8할은 함께 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그들과 함께 하는 데 있어 가장 크게 작용한 것은 단연코 '신뢰'이다. 그들을 신뢰할 수 있었던 이유를 꼽아보면, 첫째는 그들의 커리어 경험과 전문성이다. 이전 회사에서부터 함께 쌓아온 콘텐츠 작업의 경험과 결과물이 서로의 퍼포먼스에 대한 믿음으로 자리 잡고 있었고, 대표님이 창업의 경험치를 가지고 있었다. 창업 유경험자와 함께 한다는 것에서 일단 좀 안심할 수 있었다.


둘째는 함께 해보자는 마인드이다. 일반적으로는 퇴사를 하고 난 후, 함께 보다는 혼자서 그다음을 준비하는 경우가 보편적이다. 이에 반해, 우리는 코로나로 함께 퇴사를 했고, 그 이후를 같이 고민해보는 특수한 상황과 절차를 밟게 되었다. 물론 이런 상황의 특수성도 한몫했겠지만, 이 과정에서 '함께 해보자'는 생각이 강하지 않았다면 함께 창업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사실 위기의 상황에서는 나 살 길 찾기 바쁘다. 주변에서도 내가 이직 준비 없이 유튜브를 하거나,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을 두고 걱정의 말들이 많았다. 아마 나뿐만 아니라, 다른 팀원들도 그런 경험이 조금씩 있었을 거라고 짐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창업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함께 해보자'는 강한 유대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유대감은 '함께 일하고 싶다' 혹은, '함께가 혼자보다 낫다'는 서로에 대한 기대와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바쁘게 뭐 하는 척하는 우리 팀



2. 리스크에 대한 새로운 관점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더라도, 분명 창업을 하기 위해서 내가 뛰어넘어야 하는 산이 있었다. 바로 리스크에 대한 부담이다. 창업은 위험하다. 실제로 위험하기도 하고, 또는 실제보다 위험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그런 모든 위험과 불안으로부터 벗어나지 않는 이상, 창업을 시작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분명 리스크에 강한 사람들이 있다. 변화에 빨리 적응하고 임기응변이 뛰어난 사람, 새로운 것에 거침없이 도전하는 사람 말이다. 하지만 나는 겁이 많고 소심한 사람으로, 미래에 대한 걱정과 불안이 크고, 안정감을 필요로 하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그런 내가 창업의 리스크를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새로운 마인드셋이 필요했다.


첫째, 창업이 진짜 리스크인가? 어려서부터 창업이 위험하다는 얘기를 자주 들었다. 주변에서 창업으로 성공했다는 사람보다 망했다는 사람을 더 자주 접할 수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사실 창업의 대부분은 망한다. 성공 확률이 10% 이하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가 좀 더 중요하게 생각해볼 부분은 '어떻게 망하는가'이다. 망했는데, 빚이 산더미다? 그럼 정말 심각한 리스크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개인이 초기 자본금을 많이 투자해야 하는 사업의 형태로, 지금은 예전과 달리 큰 투자금 없이도 창업을 해볼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다양해지고 있다. 더불어, 창업을 지원받을 수 있는 정부 지원 사업도 크게 늘고 있다.

   

둘째, 내가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을까? 당장 내가 개인적으로 관리해야 할 리스크는 크게 2가지였다. 첫째는 급여의 불안정으로, 한동안은 제대로 된 보상을 기대할 수 없는 점이다. 둘째는 직장의 불안정성으로, 언제(그것도 빠른 시일 안에) 회사가 망할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이런 확실한 불안정성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리스크 관리는 ‘나에게 가능한 기간과 범위’를 설정하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올해 안에 나는 이 불안정성을 해결하지 못하면 그만둔다"라고 설정하는 것이다. 이는 묘한 안정감을 주었는데, 그 이유는 정해진 기간 동안 내가 나 자신에게 자유를 허용하는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그래, 이 기간 안에서는 아무 걱정 말고 실컷 해보자.”라고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삶에 대한 권한이 외부에서 내부로 이동할 때, 비로소 불안정성에 대한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는 것을 깨달았다.     


셋째, 창업을 통해 내가 얻을 수 있는 것이 리스크뿐일까? 리스크를 생각하다 보면, 그 안에 숨어있는 기회를 보지 못할 때가 많다. 창업도 마찬가지다. 이 선택지 안에서 위험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했다면, 반대로 내가 창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이며, 그것이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것인지 확인해볼 일이 남았다. 위기에는 항상 위험과 기회가 함께 있다. 위기에서 위험만 보는 사람은 그것을 피하겠지만, 기회를 함께 보는 사람은 그것을 택할 수 있다.  


위기(危機)는 위험과 기회를 담고 있다.




3. 개인의 성장에 대한 기대  

내가 창업을 통해 진짜 얻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스스로에게 물어봤다. 성공인가, 성장인가? 답은 성장이었다. 물론 성공하면 좋다. 아니, 성공하고 싶다. 하지만 낮은 확률의 성공만을 기대하고 창업에 뛰어든다면, 내가 얻게 되는 것의 확률 또한 희박해질 것이 뻔했다. 그리고 창업의 과정에서 수반되는 수많은 실패와 시행착오들이 그저 실패로만 기억될 것이었다. 반면, 창업을 통해 내가 성장할 확률은 100% 이상이라고 확신했다. 성공과 달리, 성장은 내가 얼마큼의 노력과 시간을 투자했는가에 따라 높은 확률로 이루어낼 수 있는 결과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여러 선택지 중에서 창업이 지금 나의 성장에 가장 좋은 선택이었다. 이렇듯 창업의 목적이 성공이 아닌 성장이 되니, 리스크를 감수하면서도 도전해볼 만한 기회를 품고 있다는 판단이 섰다.





이미 버튼은 눌렀고,

이제 움직이는 일만 남았다


그렇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다 창업을 하기 위한 핑계이자 자기 합리화이다. 이제 창업을 하기로 마음먹은 이상, 불안과 걱정은 잠시 내려놓고 발로 뛰고 머리를 움직이는 일만 남았다. 이제 창업한 지 2개월이 지난 상황에서 느낀 짧은 소감은, 마음먹은 것 이상으로 힘들고 기대 이상으로 성장 중이라는 점이다. 창업을 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일의 고통과 보람을 함께 누리는 중이다.


여전히 미래는 알 수 없다. 이전에 퇴사를 할 때도 내가 퇴사할 줄 몰랐고, 지금 창업을 할 때도 내가 창업할 줄 몰랐다. 미처 생각지 못한 일들이 실제 내 삶에서 벌어졌고, 그때마다 참 어려운 선택을 해야만 했다. 이런 일들이 앞으로 살아가면서 얼마나 더 있을지 가늠할 수 없다. 그러나 이런 순간마다 내가 생각하는 바는, 그때 나에게 주어진 것 가운데 최선을 선택하고, 선택한 바에 대해서는 후회할 일을 만들지 않기 위해 최고로 열심히 임하자는 것이다. 여기에 한 가지를 추가하면, 그런 순간들을 기록으로 남겨두는 것까지. 그러면 적어도 나중에 뒤돌아봤을 때 아쉽진 않겠다는 생각이다. 나의 창업 도전기는 창업을 하는 한 앞으로 계속 업로드될 예정이다. 이 글의 마지막은 크래프톤 장병규 의장의 말에 기대를 걸어보며 마무리해본다.





“스타트업은 실패할 수 있어도 
스타트업을 한 구성원은 실패하지 않는다.”

- 장병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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