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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율 Oct 13. 2019

밀레니얼이 말하는 직업 만족


"00아~ 무슨 일이야?"
"나 직장 그만두려고."
"뭐???? 직장을 그만둬?"



대학교 때 친한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직장을 그만두려고 한다는 이야기였다. 갑작스러운 친구의 이야기에 한편으로는 놀랐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당연하다는 생각을 했다.


먼저, 친구의 이야기에 "놀란" 이유는 친구의 직업 때문이다. 친구는 고등학교 교사이다.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정년이 보장되며, 퇴직 후에도 국가로부터 죽을 때까지 공무원 연금을 받을 수 있다. 그 좋은 조건의 직장을 그만두겠다고 하니, 나 말고도 다른 가족, 친지들, 주변 사람들로부터 꽤나 큰 만류를 들은 것 같았다.


다음으로, 친구의 이야기에 "당연하다" 생각한 이유는 내가 아는 친구, 그 자체에 있다. 대학교 때부터 내가 보고 느끼고 경험했던 '친구'는 자신을 표현하는 것을 좋아하고, 똘끼도 있는 자유로운 영혼이었다. 대학시절, 같은 밴드 동아리에서 활동했는데 친구는 당시 밴드 보컬이었다. 나와는 달리, 무대에 서서 다른 사람들 앞에서 노래 부르는 것을 굉장히 좋아했다. 그 순간이 가장 짜릿하다고 종종 이야기하곤 했다. 음악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뮤지컬 배우 학원에 잠시 다니기도 했었다.


그러나 대학교 4학년이 되자 친구는 교직이수를 했고 교사 자격증 시험을 준비했다. 좋아하던 음악은 취미로 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현실적인 타협으로서 교직이수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교사"라는 직업으로 힘들게 시험을 준비해 결국 한 서울에 위치한 고등학교에 교사가 되었다. 나도 그 친구가 음악을 좋아하고, 자유로운 영혼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잘 적응해서 교사 일을 하고 있나 보다 생각을 하고 있었다.


교사가 되고 3년 후, 친구에게 걸려 온 퇴사 소식이 낯설기도 하면서 한편으로 "아, 결국 그렇게 되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내가 아는 친구는 '교사'라는 직업이 어울리지 않을뿐더러, 무언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으려는 모습을 종종 보여왔었기 때문이다.


친구가 퇴사를 생각한 결정적 계기는 '삶에 대한 강한 불만족'이라고 했다. 부모님이 원하시고, 사회적으로 여자가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직업이라 생각해서 교사가 되었지만, 교사를 하는 동안 한 순간도 만족스럽지 않았다고 한다. 학교 내 조직 문화에 적응하기 힘들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직무도 잘 맞지 않으며, 무엇보다도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의미와 만족을 찾지 못하겠다는 것이 친구의 퇴사 이유였다.


친구 말고도 20대 느지막이 되어서 자신의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 부모님 세대가 보면 혀를 끌끌 찰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밀레니얼 세대'가 퇴사를 고민하는 이유가 뭘까?


정말 단순히 힘든 일을 하기 싫어하고 의지가 부족해서일까? 물론 그런 부분이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보다 근본적인 이유  하나는 "삶의 만족에 대한 관점의 차이"에 있다고 생각한다.


삶에 대한 만족감은 중요한 지표이다. 삶에 대한 만족감은 "일을 대하는 태도"에도 많은 영향을 끼친다. 오늘날 젊은 세대들은 "자아실현"에 대한 욕구가 강하다. "자아실현"을 어떤 방식으로 표출하는가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자아실현 그 자체에 대한 욕구는 어느 세대보다 강하다.


청년들의 직업선택에 있어 '재미'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통계자료



우리는 '덕업일치'를 꿈꾼다!


이와 같은 자아실현의 욕구는 우리가 일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영향을 미친다. 일의 '재미'를 추구하는 것은 단순히 쾌락을 추구하는 것과는 다르다. '일을 즐긴다', '일에서 재미를 느낀다', '일이 재미있다' 등은 쾌락을 넘어 일에 대한 깊은 만족감을 나타낸다. 근래에 '덕업 일치'라고 말이 유행했다. '덕업 일치' = '덕질'과 '직업'이 일치하다, 곧 자기가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분야의 일을 직업으로 삼는 것을 말한다. 우리는 '덕업 일치'를 이룬 사람들을 부러워하고, 또한 '덕업 일치'를 꿈꾼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덕업 일치'를 현실적으로 이룰 수 없을 것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일반 회사 조직에 들어가서 일을 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자신의 마음 한편에 '자아실현'의 욕구는 여전히 강하게 담아 두고 있다. 그러나 기성세대가 만든 기존의 회사 시스템은 '자아실현'이라는 욕구를 펼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기성세대가 생각한 삶과 일에 대한 만족감은 '자아실현'이라는 욕구에 맞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의 일에 대한 관점을 보여주는 통계자료 (출처: 매일경제)



젊은 세대를 표현하는 단어 중에 '조직 밖에서 자아실현'이 있다. 이런 단어가 따라붙는 이유 또한, 기존의 회사 시스템에서 '자아실현'의 욕구를 충족하기 불가능하니 밖에서라도 스스로 얻고자 하는 심리가 아닐까? 어찌 됐든 "자아실현"이라는 욕구가 회사 안팎으로 예전보다 강해진 것은 사실이다.



퇴사를 하는 이유는 개인마다 다양하겠지만, 회사 내에서 '자아실현'의 욕구가 채워지지 않는 문제가 강력한 원인 중 하나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시대적으로 '자아실현'에 대한 욕구는 강해졌는데, 기존의 입시-취업-회사 시스템은 그 욕구를 채워주지 못하니 문제가 생긴다. 일단 중고등학생 때는 입시제도로 인해 '나에게 어떤 직업이 맞을지' 생각할 시간이 없고, 대학생 때는 학점 관리에 신경을 쏟다가 취업 시즌이 되어 일단 남들이 좋다고 하는 대기업,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 일단 힘들 게 노력해서 취직을 하지만, 대부분의 직장은 '자아'에 대해 돌아볼 여유를 주는 곳이 아니다.




현재의 직장 생활이 만족스럽지 않은가?


그렇다면 그동안 우리가 자의로든 타의로든 외면해 왔던 내 안의 '자아'를 끄집어낼 때가 됐다. 평생직장이 사라지고 직업이 급속도로 변하는 오늘날, 믿을 수 있는 것은 나 자신뿐이다. 이전에는 진로 문제가 단순히 중고등학교 때 고민할 것이었다면, 지금은 평생토록 고민할 문제가 되었다. 진로 고민은 '자아'에 대한 고민이고, 그에 대한 원하는 결과물은 '자아실현'이다. 그런데 이 자아의 실현은 단순히 어떤 직업을 갖는다고 해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이는 보다 근본적으로 내가 중시하는 '가치'에 대한 문제이며, 직업은 가치를 이루는 중요한 수단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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