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10년도 잘 보내자-
“내가 낳았어.”
아이를 만나는 순간이었다. 엄마라니, 내가 아이를 낳았다니. 봉긋하게 불러오던 배도, 톡톡 보내오던 신호도…아이를 낳고서야 실감이 났다. 정말 이렇게 자라주었구나.
나를 엄마라는 존재로 만들어준 건 ‘유’다. 첫 아이는 예정보다 늦을 거라는 말에 마음 놓고 있던 날들 중, 아직 준비가 안된 나에게 ‘유’는 뽀얀 얼굴을 드러냈다. 길고 얇은 손가락이 나를 향하던 순간이 잊히지 않는다.
아이와 함께한 지 10년이다. 그 사이 ‘유’는 두 살 어린 남동생이 생겼고, 코로나 19로 인해 어린이집 졸업식도, 초등학교 입학식도 제대로 하지 못했던 시간은 어느새 지나고, 3학년이 되었다. 머리는 내 어깨까지 올라와서 이제 곧 엄마보다 자신의 키가 클 거라며 나의 옷장을 기웃거린다.
“40대 엄마, 10대인 나를 잘 부탁해요-”
올해 초 아이가 건넨 인사였다. 나는 너와 잘 지내고 있는 걸까. 엄마란 존재는 아무리 일을 잘해도 집에만 오면 미안한 것 투성이인데, 돌아보면 못한 것 투성이인데, 이 녀석의 사랑은 무한대이다. 엄마엄마엄마.. 수없이 부르는 말들이 나를 또 일으켜 세우기도 한다.
열 한살 딸과 여행을 갑니다.
진짜 10대를 앞둔 딸과 앞으로의 10년을 잘 보내기 위해. 1월, 딸이 11살이 되면 여행을 갈 것이다. 물론 아이와 다니다 보면 평소에 다니던 공간도 달리 보이는 모든 순간이, 나에게 주어지는 수많은 선택지와 책임이.. 일상이 곧 여행이긴 하다. 그래도 낯선 곳으로 떠나보면 우리의 또 다른 면들을 보듬고, 아끼게 되지 않을까. 목적지는 다시 집, 행선지는 미정, 유와 함께 지도를 보며 정하는 것부터 여행의 시작이 되리라. 기차를 타고 전국을 돌며, 두 손 꼭 잡고 다녀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