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학교 간 후 자리에 앉는다. 아침에 그림을 종종 그리는 유는 색연필을 깎을 때가 되었는지, 엄마가 앉을 자리에 눈에 보이게 필통을 두고 갔다. 어른 손에 한 움큼 쥐어도 꽉찰정도로 가득 무언가를 넣어둔 필통을 쏟아본다. 조금이라도 긴 시간 외출하면 꼭 들고다니는 묵직한 필통엔 무엇이 들었나.
자주 사용해서 뭉툭해진 색연필은 아마도 좋아하는 색인 듯하다.
나눠쓰거나, 뭉툭해질 것도 예상해서 연필을 여러자루 챙기는 것은 나를 닮은 것 같다.
안보이던 캘리펜은 언제 넣어둔걸까.
비닐도 뜯지 않은 건 아끼는 거겠지.
아이가 비운 자리에서 나는 한참을 아이 생각을 한다. 돌돌돌 깎아놓으면 또 얼마나 좋아하며 그 귀여운 엄지 손가락을 내밀까 생각하니 절로 웃음이 난다. 이렇게 잠시 집을 비운 아이를 그리워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