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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단 Sep 12. 2023

알록달록


아이가 학교 간 후 자리에 앉는다. 아침에 그림을 종종 그리는 유는 색연필을 깎을 때가 되었는지, 엄마가 앉을 자리에 눈에 보이게 필통을 두고 갔다. 어른 손에 한 움큼 쥐어도 꽉찰정도로 가득 무언가를 넣어둔 필통을 쏟아본다. 조금이라도 긴 시간 외출하면 꼭 들고다니는 묵직한 필통엔 무엇이 들었나.


자주 사용해서 뭉툭해진 색연필은 아마도 좋아하는 색인 듯하다.

나눠쓰거나, 뭉툭해질 것도 예상해서 연필을 여러자루 챙기는 것은 나를 닮은 것 같다.

안보이던 캘리펜은 언제 넣어둔걸까.

비닐도 뜯지 않은 건 아끼는 거겠지.


아이가 비운 자리에서 나는 한참을 아이 생각을 한다. 돌돌돌 깎아놓으면 또 얼마나 좋아하며 그 귀여운 엄지 손가락을 내밀까 생각하니 절로 웃음이 난다. 이렇게 잠시 집을 비운 아이를 그리워해본다.


아이가 사과를 빨갛게 칠하지 않는다던 어린이집 선생님께, 사과가 무슨 색인지 몰라서도 아니고, 색을 구분하지 못해서도 아니니 그냥 둬도 될것 같다고 했던 것을 지금도 후회하지 않는다. 아이가 색연필로 정답이 아닌 마음 가는 무엇이든 그리고 칠할 수 있기를 여전히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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