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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환 Aug 20. 2018

회사는 언제 미션이 필요할까?

회사에서 미션은 계륵 같은 존재다. 미션 없이 가자니 핵심 가치도 없이 방황하는 회사 같고, 막상 미션이 있어도 사용되지 않아 없느니만 못다. 딜라이트룸 역시 오랜 시간 미션의 필요성과 효용성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왔다. 최근에 이르러 미션의 필요성에 공감하게 되어 미션을 정하게 되었다. 이 글은 딜라이트룸의 과거를 3단계로 나눠서, 우리가 미션의 필요성을 느껴온 과정을 공유하고자 한다. 참고로, 딜라이트룸은 알라미라는 미션 알람 어플을 만드는 회사다.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은 이 글을 참고하면 된다.



1. 정체성을 찾아가는 초기

미션은 팀원들 전체가 공감하는 "우리가 무엇을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하지만, 초기에 미션을 정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이 시기는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 회사의 정체성이 급변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제품을 만들고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다, 사용자가 좋아하면 (성공하면) 그것이 회사의 정체성이 된다. 따라서, 초기에는 미션을 정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 사용자가 원하는 제품을 만드는데 집중해야 한다.


예스맨 되기

딜라이트룸이 사용자가 원하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사용한 방법은 "예스맨 되기" 다. 많은 회사들이 사용자 피드백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피드백을 보내는 사용자들은 사용자들의 대표다. 이들의 이야기대로만 해줘도 많은 사용자들이 제품에 만족하게 된다.


한 가지 예로, 알라미 수학 미션에서 제일 쉬운 난이도도 너무 어렵다는 피드백이 몇 개 들어왔다. 당시 가장 쉬운 난이도는 두 자릿수 덧셈 (23 + 17)이었다. 더 쉬운 한 자릿수 덧셈(3 + 7)도 추가해달라는 요청이었다. 우리 팀 생각에는 한 자릿수 덧셈은 너무 쉬워서 잠을 깨우지 못할 것 같았다. 하지만, 예스맨 아니 예스 컴퍼니. 바로 기능을 추가했다. 결론은... 이렇게 추가된 한 자릿수 덧셈은 현재 전체 난이도 사용률 중 25%를 차지하고 있다.


돈 벌기

배가 따셔야 미션도 의미가 있다. 정체성을 찾아가는 시기에는 돈을 벌 수 있는 아이템이 나온다면 미션과 상관없이 시도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서, 딜라이트룸에서 자주 했던 이야기는 이렇다. 서라운드 음원 기술을 만드는 회사의 미션이 "사람들에게 최고 음질의 서라운드 음악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가정해보자. 여러 시도 중에 음질은 좋지 않지만 아주 값싸게 서라운드 음악을 제공할 수 있는 만들었다. 그리고 이를 통해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해 보자. 미션과 다르기 때문에 시도하지 않을 것인가? 아직 배가 따시지 않다면 당연히 해야 한다.



2. 성장통을 겪는 중기

(실력 덕분에) 운이 좋게도 딜라이트룸은 정체성을 잘 찾아나가고 있다. 사용자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이와 더불어 수익도 빠르게 늘어났다. 하지만, DAU(Daily Active User)가 100만이 넘어가고, 팀원도 7명에 이르자 조금씩 미션에 대한 필요성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미션의 필요성은 팀 내에서 두 가지 증상으로 나타났다.


누가 똑똑한가

사용자가 많아지면 피드백 숫자도 많아진다. 이제 예스맨 전략만 사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여러 기능들 중에서 무엇을 먼저 진행할지 회의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 문제는 미션이 없는 상태에서는 서로 다른 기준으로 이야기하다 보니 합의를 이끌어내는데 너무 오래 걸린다는 것이다.


딜라이트룸에서 이와 관련해 나타난 증상은 누가 누가 똑똑하나 미팅이었다. 어떤 팀원은 수익과 관련된 기능을 중요시하고, 어떤 팀원은 미션 알람과 관련된 일을 중요시했다. 이유만 놓고 보면 모두 타당하다 보니 결론이 쉽게 나지 않았다. 중간에 틈이 생기면 논리적으로 물어뜯느라 시간을 허비하기 일수였다. 우리는 이런 일을 하는 회사니까, 이 일이 더 중요하다는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기준이 필요했다.


왜 같이 회사에 있지?

팀원이 4-5명일 때는 모든 함께 미팅을 한다. 서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또 그 일이 왜 중요한지 모든 팀원이 이해하게 된다. 하지만, 팀원이 늘어나면서 모두 함께 미팅을 진행하는 것은 불가능해진다. 효율성 측면에서는 당연한 수순이다. 문제는 팀원들 사이에 연결고리가 끊어진다는 것이다.


딜라이트룸은 한 명이 한 분야를 책임지고 있는 구조라서 문제가 더 빨리 나타났다. 각 분야별로 겹치는 부분만 미팅하다 보니, 매우 빠르게 서로에 대한 관심이 사라졌다. 어떤 날에는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팀원들과 아무 말도 안 하는 날도 있었다. 이때 머릿속에든 물음은 "이럴 거면 집에서 일하지 뭐하러 나와?". 더 이상 팀원으로 나를 생각하지 않고, 개인으로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팀원들 사이에 공유되어 하나의 팀이라는 느낌을 주는 연결고리가 필요했다.



3. 미션 정하기

위 두 가지 증상을 겪으면서 팀 전원이 미션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미션을 정하기 위해 다 같이 워크샵을 떠났고 그렇게 정해진 딜라이트룸의 미션은 바로 이것이다.


Help people wake up, Effectively



딜라이트룸의 미션을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우리는 사람들이 아침에 일어나도록 효과적으로 도와주는 일을 한다. 지난 몇 년간 알람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의미인지 느낄 수 있었다. 아침에 제시간에 일어나는 것은 직장인들은 생업이 걸려있고, 재수생들은 대학이 걸려있다. 수학으로, 사진으로, 흔들기로 사람들을 깨울 때면 욕도 많이 먹는다. 하지만, 일어나고 나면 너무 짜증 나게 해줘서 감사하다는 이상한 피드백을 받는 이 일이 매력적이다. 이 이상한 매력에 빠져있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팀이 딜라이트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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