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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환 Dec 09. 2018

이력서 중심 경력 개발

어떻게 나의 가치를 연차가 아닌 성과로 보여줄 수 있을까?

"사람 뽑는데 연차가 뭐가 중요해?"

사람을 뽑는데 연차가 중요하지 않다니. 마음속 어딘가 불편함이 고개를 든다. 뉴스에서는 창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스타트업이 오래된 중소기업을 앞섰다는 기사가 보도된다. 그래도 "3년 차 대표가 10년 차 대표보다 잘한다"는 말은 여전히 마음속 어딘가 불편하게 만든다. 아니 대표는 그럴 수 있나? "3년차 개발자가 10년차 개발자보다 잘한다는 말"은 받아들이기 꽤나 불편하다. 만약 있더라도 10년차 개발자가 못하는 개발자이거나, 3년차 개발자가 천재일거라고 지레 짐작해본다. 이제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이력서나 다시 정리하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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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스타트업      16.03 - 현재
     > c1 프로젝트 기획
B 소프트         13.08 - 16.03
     > b2 프로젝트 개발
A 캐피털         10.06 - 13.02
     > a1 분석 도구 구축


구직하는 입장에서 "3년 차 평균 연봉은 이 정도니, 여기서 크게 벗어나는 연봉을 드리기는 어렵습니다."라는 말이 억울하게 느껴졌었다. 하지만, 막상 면접하는 입장이 되니 그 말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면접을 진행하면서 느낀 점은 어떤 회사에서 얼마나 근무했는지는 그 사의 가치를 대변하지 못한다는 것다. 그 사람의 가치를 측정하기 어렵다 보니, 많은 회사에서 시장 평균가를 연봉 측정 기준으로 삼는듯하다.


스스로 돌아보니 나도 경험하고 있는 많은 일들을 성과가 아닌 참여 기간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연차 평균으로 내 가치가 평가되는것이 아닌 나만의 경험과 가치를 잘 보여주는 방법이 필요했다, 다시 말해, 내 가치를 연차가 아닌 성과로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여러 시도 끝에 우리 회사에 면접을 보러와서 일을 설명한다는  생각으로 일을 정리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찾았다. 이 글은 이 방법을 정리한 이력서 중심 경력 개발을 소개하는 글이다.


딜라이트룸 면접 핵심 질문


Q: 제품을 개선시킨 사례를 지표와 함께 구체적으로 알려주시겠어요?


딜라이트룸에서는 직군과 상관없이 모든 면접을 진행할 때 반드시 위의 질문을 한다. 이 질문은 구체적인 사례와 지표를 요구하기 때문에, 면접자가 그저 일을 해내는데 그치지 않고 성과 중심으로 일하는지 판단하는데 매우 유용하다. 이 질문을 시작으로 면접자가 다음과 같은 사람인지 판단한다.

- 풀고자 하는 문제를 명확히 이해하는지
- 해결 방법을 합리적으로 선택하는지
- 지표 중심으로 일하는지
- 레슨으로 이어지는지

결과적으로 면접자가 아래 박스에 정리된 형태로 자신일을 정리할 수 있는지를 판단한다. 이렇게 자신의 일을 정리하면 성과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결과적으로 지난 회사에서 얼마큼 기여했는지, 우리 회사에 들어오면 최소한 얼마큼 성과를 낼지 명확하게 그려지게 된다. 바로 이 답변의 구조가 이력서 중심 경력 개발에서의 핵심 정리 형태다.

X라는 문제가 있었는데,  Y 방법을 통해 개선하고자 시도했고, 지표 Z가 a에서 b로 증가 혹은 감소함. 이를 통해 이런점을 배움.


이력서 중심 경력 개발

이력서 중심 경력 개발은 4가지 항목(문제 정의, 해결방법, 핵심 지표, 결과 및 레슨)에 맞춰 일을 정리하는 방법이다.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일을 모두 마친후에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일을 진행하면서 정리한다는 것이다.  계속 생각하면서 일을 처리하지 않으면, 후에 대답하기는 매우 어렵다. 이제 하나씩 항목을 살펴보자.


1. [문제 정의]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가 무엇인가?

모든 일의 시작은 문제를 명확하게 이해하는 것이다. 제3의 인물이 "지금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가 뭔가요?"라고 질문했다고 생각하고, 이 사람이 문제에 대한 공감을 할 수 있도록 문제를 정의하 된다. 참고로, 문제 상황에 대한 지표를 찾고 해당 지표의 현재 상태을 분석하면 설득가능한 레벨로 문제를 정의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내가 유튜브와 비슷한 동영상 앱의 개발자라고 가정하자. 한 가지 문제로 "앱을 처음 켜고 영상 목록을 받아오는데 오래 걸림"을 풀고 싶어 졌다고 해보자. 좋은 시작이지만, 이것만으로 (제3의 인물)을 설득하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오래 걸리는게 문제야?" 혹은 "얼마나 심각한데" 라는 질문이 제3자 입장에서는 해결되지 않기때문이다. 이럴때는 연구와 지표 분석을 통해서 보충 설명을 추가하면서 보다 명확하게 문제 정의해야한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이 구체적으로 문제를 정의할 수 있다

[문제 정의] 처음 영상 목록 로딩 시간이 오래 걸리는 사용자의 이탈률이 높음
> 전체 사용자 대상으로 중앙값은 2.5초지만, 하위 20%는 5.5초 이상이 걸림
> 보통 사용자는 3초 이내 영상 목록이 보여야 느리다고 느끼지 않음
> 실제로 로딩 시간 하위 20%의 첫 세션 이탈률이 전체 평균에 비해 30%가량 높음


2. [해결 방법]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문제가 명확히 정의되면 이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는 단계로 들어간다. 만약 문제가 "앱을 처음 켜고 영상 목록을 받아오는데 오래 걸림"이었다면 앱과 서버 사이 통신 시간을 줄이는 게 해결방법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문제를 "사용자의 이탈률이 높음"으로 정의했다. 이렇게 문제를 바라보면 쉽게 실제 영상을 불러오기 전에 플레이스 홀더를 보여주는 해결방법도 존재한다. 두번째 해결방법으로 정리해보자면 아래와 같이 정리할 수 있다.

[해결 방법] 영상 목록을 서버에서 실제로 불러오기 전에 플레이스 홀더를 보여줌.
> 플레이스 홀더를 보여줌으로써 사용자들이 느리다고 느끼는 심적 경계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
> 앱과 서버 사이 통신 시간을 줄이는 방법도 있었지만 개발 공수가 이 방법이 적다고 판단.


3. [핵심 지표] 어떤 지표를 모니터링할 것인가?

이제 해결 방법이 정해졌으니, 이 해결방법이 문제를 해결했는지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지표를 정의해보자. 지표는 여러 개가 될 수 있지만, 결과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지표가 무엇인지 찾는 것이 중요하다. 예제에서는 플레이스 홀더를 보여줌으로써 사용자들의 이탈을 줄이는 것이 가장 핵심이기 때문에, 모니터링할 지표는 사용자의 이탈률이 될 것이다.

[핵심 지표] 하위 20% 사용자의 이탈률
> 플레이스 홀더를 보여줌으로써 하위 20% 사용자들의 이탈률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함.
> 플레이스 홀더를 보여준 그룹과 안 보여준 그룹으로 A/B 테스팅을 진행해서 이탈률을 비교함.


4. [결과 및 레슨] 성과가 무엇이고 무엇을 배웠나?

이제 해결 방법을 기반으로 A/B 테스팅을 진행하고 이 결과를 정리하면 된다. 결과는 핵심적으로 모니터링한 지표의 변화를 정리하면 된다. 결과가 성공이든 실패이든 이 일을 통해 배운 레슨을 적으면 좋은 마무리가 된다.

[결과 및 레슨] 이탈률 대조군에 비해 20%가량 낮아짐.
> 사용자에게 플레이스 홀더를 보여주었을 때, 보여주지 않은 그룹에 비해 이탈률이 20%가량  낮아짐.
> 홀더가 있음으로 인해서 사용자들은 로딩 시간을 더 길게 기다려준다는 것을 배움.


이력서 중심 경력 개발을 통한 이득

<18.06.05 - 18.06.30> 플레이스 홀더를 통해 긴 로딩 시간으로 인한 사용자 이탈 감소

[문제 정의] 처음 영상 목록 로딩 시간이 오래 걸리는 사용자의 이탈률이 높음
> 전체 사용자 대상으로 중앙값은 2.5초지만, 하위 20%는 5.5초 이상이 걸림
> 보통 사용자는 3초 이내 영상 목록이 보여야 느리다고 느끼지 않음
> 실제로 로딩 시간 하위 20%의 첫 세션 이탈률이 전체 평균에 비해 30%가량 높음

[해결 방법] 영상 목록을 서버에서 실제로 불러오기 전에 플레이스 홀더를 보여줌.
> 플레이스 홀더를 보여줌으로써 사용자들이 느리다고 느끼는 심적 경계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
> 앱과 서버 사이 통신 시간을 줄이는 방법도 있었지만 개발 공수가 이 방법이 적다고 판단.

[핵심 지표] 하위 20% 사용자의 이탈률
> 플레이스 홀더를 보여줌으로써 하위 20% 사용자들의 이탈률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함.
> 플레이스 홀더를 보여준 그룹과 안 보여준 그룹으로 A/B 테스팅을 진행해서 이탈률을 비교함.

[결과 및 레슨] 이탈률 대조군에 비해 20%가량 낮아짐.
> 사용자에게 플레이스 홀더를 보여주었을 때, 보여주지 않은 그룹에 비해 이탈률이 20%가량 낮아짐.
> 플레이스 홀더가 있음으로 인해서 사용자들은 로딩 시간을 더 길게 기다려준다는 것을 배움.


자기가 하는 모든 일을 이력서 중심 경력 개발 문서에 정리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내가 진행하는 주요한 일들을 이력서 중심 경력 개발의 형태로 정리하면서 일을 진행하면 다음과 같은 이점을 얻을 수 있다.


일의 효율성

우리는 많은 경우에 일정에 쫓겨 일을 하기 때문에 자신의 일을 정리할 시간이 없다. 자신의 일을 정리하지 않고 정신없이 일을 처리하다 보니, 가끔은 풀려고 하는 문제가 뭐였는지, 해결책이 무엇이었는지, 그래서 결과가 성공한 건지 실패한 건지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이 있다. 하지만, 이력서 중심 경력 방법을 통해 일을 진행하면 현재상태를 명확하게 이해하고 진행하기때문에 보다 효율적으로 일을 진행할 수 있다.


내 가치

이 글의 처음에도 언급했듯이, 면접관들은 지원자들의 가치를 판단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이직 시 이력서 중심 경력 개발 방법을 통해 지금까지 정리해둔 자료를 보고 가장 핵심 일들만 이력서에 넣어 제출해보자. 면접관들이 내 가치를 명확하게 알아차릴 수 있어 분명히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연봉 협상

이력서 중심 경력 개발은 이직 시점만을 위해 존재하는 방법이 아니다. 많은 스타트업들은 직원들의 성과를 정확하게 측정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표가 매일 같이 옆에 앉아있으면서 일을 잘하는지 못하는지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게다가 일 년에 한 번 돌아오는 연봉 협상 시기에 6개월, 8개월 전의 성과를 기억하는 것 불가능하다. 이력서 중심 경력 개발은 지난 시간동안 내가 회사에 기여한 부분이 지표로 명확히 보이기 때문에, 연봉 협상 시에 자신의 성과를 회사에 보여주는데 큰 도움이 된다.


마치며

사실 나도 이력서 중심 경력 개발 방법을 통해 내 일을 정리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이 글을 계기로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가치를 연차가 아닌 성과로 정리하는데 동참했으면 좋겠다. 더 좋은 방법이 있거나 이력서 중심 경력 개발 방법을 개선하고 싶다면 언제든지 환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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