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어둠과 행복과 불행의 상관관계
2021.8.17 화요일
행복에 대한 나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 고독/공허/존재의 유지에서 오는 번뇌로부터 완전히 벗어난 상태. 따라서 영구히 이 자유를 (혹은 속박과 헌신을) 누릴 수 있는 건 오직 타인과 연결되기를 욕망하고 그 연결을 한 치의 의심 없이 믿을 수 있는 (혹은 그 연결이 진실이라고 착각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 뿐, 그 외의 인간에게 행복이란 불연속적인 순간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불변의 진실을 믿지 않고 모든 것을 의심하고 의구하는 나 같은 인간에게 불행은 필연이다. 한 번 장막을 걷어 그 뒤의 내용물을 본 사람은, 못 본 척 다시 장막을 덮어둘 수는 있어도 내용물을 보기 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영원한 안식-과 비슷한 무언가를 얻는 방법은 눈을 가리고 귀를 막는 것뿐.
샤워하다 재미있는 비유를 떠올렸는데, 완전한 어둠은 존재해도 완전한 빛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 어둠은 곧 빛이 없는 공간이다. 우주의 일부를 똑 떼어 구슬로 만든다면, 그 안에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무의 상태가 가능하겠지. 그러나 빛은 입자 혹은 파동으로, 공간을 매개로 하지 않고서는 존재할 수 없다. 즉, 어둠은 빛 없이 존재할 수 있지만, 빛은 어둠 없이 존재할 수 없다. (그러니 어쩌면 영화에서 삶과 죽음의 경계를 묘사할 때 자주 등장하는 새하얀/무색의/무의 공간 역시 완전한 어둠에 속하는 것일지 모른다.)
빈 방 안에 물체가 있다고 상상해 보자. '완전한 물체'라는 상태는 없다. 물체의 입자는 공간의 점유를 전제로 하고, 그 입자 사이사이에 또다시 공간이 존재한다. 어쩌면 어둠이 빛보다 우월한지도 모른다. 도덕적으로, 의미론적으로가 아니라 물리적으로.
또 어쩌면 이 모든 건 과학을 전혀 모르는 문과생의 개소리일 수도 있겠지만, 비유는 비유일 뿐이니까. 결론적으로 불행이 공간이고 따라서 절대적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다면, 행복은 때때로 그 공간을 통과하는 입자 혹은 파동이 아닐까, 하는 실없는 생각.